말이 끄는 수레를 가리켜 ‘마차’라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일 생활권이 된 지금 별안간 마차 타령이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신데렐라나 빨강머리 앤같은 많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경험하였듯이 나도 모르게 마차를 타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답답한 중에 아름답게 쭉 뻗은 길을 만나면 더욱 그러합니다. ‘마차타기’가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해줄 것 같은 상상력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안제화 작, 『마차』 - 타조알 및 복합재료
전쟁용 마차에서 썰매까지 마차는 기원전 2세기 초 서(西)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2천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셈입니다. 진시황릉의 병마용갱에서 나온 마차나 고대 벽화와 부조에 나타난 모습으로 미루어 전쟁에서 사용하던 전차(戰車)가 그 기원이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마차는 한 마리부터 두 마리, 네 마리 또는 여덟 마리까지 다양한 수의 마필이 끄는 형태가 존재해 왔습니다. 또 자동차로 교통수단이 대체되는 19세기 전까지 군사용에서 승용, 화물운반용 등으로 중요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왔습니다.
진시황릉의 병용갱에서 발굴된 마차
멀지 않은 과거의 북아메리카 대륙만 해도 유럽인들이 서부로 진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에서 포장을 둘러친 수많은 마차가 등장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까지 말이 끄는 임금의 연(輦)이나 가교(駕轎) 외에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메는 가마나 직접 말을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하며 구한말에 프랑스에서 구입한 고종황제의 마차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포장마차
또 크리스마스에 수없이 들었던 캐롤 ‘징글벨(Jingle Bells)’에도 말이 끄는 썰매가 나옵니다.
Dashing through the snow, in a one-horse open sleigh Over the fields we go, laughing all the way Bells on bob-tail ring, making spirits bright What fun it is to ride and sing a sleighing song tonight [Chorus] Jingle bells, jingle bells, jingle all the way! Oh, what fun it is to ride in a one-horse open sleigh Jingle bells
말이 끄는 썰매
높은 신분의 표상 고대 사회의 마차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고분벽화에서 귀족들이 탄 수레입니다. 고대 중국의 시가인 『시경』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바와 같이 훌륭한 제후들은 화려한 용모의 사마(四馬)가 끄는 마차를 탄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일반인들은 말도 탈 수 없었던 시절에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다녔던 지배 계급이 보여주었을 위용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서양에서도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는 귀족이나 부호 등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대저택과 함께 성공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소유물이었던 것이지요. 최근 수입 브랜드나 고급 승용차에 대한 사람들의 선망도 같은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철도의 레일 간격은 마차의 바퀴 간격 지금은 관광용으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마차가 현대 생활에 그 궤적을 남기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몇 년 전에 로마의 한 유적지를 찾았을 때, 길에 두 줄의 얕은 홈이 평행으로 계속 이어져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가이드의 말로는 고대 마차가 다니던 흔적이라고 하는데 바퀴가 그 홈을 따라 굴러가도록 고안했던 모양입니다.
초기의 기차 레일은 마차 바퀴의 폭을 기준으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마차의 바퀴 간격이 현대 기차의 바퀴 간격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증기 기관차를 발명한 스티븐슨이 석탄을 운송하는 마차의 폭에 기차 레일의 폭을 맞추면서 약 143.5㎝가 되었던 것입니다. 후에 이 폭이 무거운 하중을 가진 기차에 비해 너무 좁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미 수많은 철로와 열차가 이 기준으로 제작되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바꾸지 못했다고 합니다.
말을 갈아탔던 역(驛)이란 기관 명칭을 기차 정거장에 사용하는 것이나, 기차를 ‘철마(鐵馬)’라고 불렀던 것도 레일 역시 말과 마차가 기차에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입니다. 공해 없는 관광자원 독일 퓌센 지방에는 일명 백조의 성이라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이 산 위에 있습니다. 이 성에 가는 방법 중 하나가 마차를 타는 것인데 호젓한 산속 오솔길을 따라 따그닥 거리는 마차를 타고 성으로 향하면 마치 중세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 뜻하지 않게 목격하게 되는 말의 배설물에만 놀라지 않는다면 치솟는 유가 걱정도 없고 유적지와도 잘 어울려 마차는 더 없는 이동수단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관광 마차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성
영화 ‘연애의 정석’에서 극중 여주인공을 맡았던 손예진이 제주도에 도착해 늘어선 택시 대기자들을 보고 난처해하다가 직접 씩씩하게 마차를 몰고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처럼 말 많은 제주는 물론이고 경주와 같이 유적지가 많은 지역이나 연인과 가족들이 즐겨찾는 해안을 중심으로 관광마차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초고속 열차나 음속의 비행기를 이용하는 오늘날 말이나 마차가 더 이상 교통수단으로서의 가치는 갖지 못하지만 속도전 속에서 감성적인 공백을 감내하며 살아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느리고 덜컹거리며 때로는 냄새도 나는 탑승의 시간이 ‘여유’나 ‘추억’과 같은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속도의 경쟁을 벗어나 휴식을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서울경마공원의 꽃마차
특히 아침저녁으로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이나 버스 속에서 몸을 뒤척여야하는 분들이라면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마차타기’, 그 멋진 경험을 꼭 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혹한기가 아니라면 주말마다 서울경마공원에서 이러한 다양한 꽃마차를 무료로 탈 수 있으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겠지요.
마사박물관 김정희 |
출처: 여기는 경마공원 ^^ 원문보기 글쓴이: KRA
첫댓글 마차 한번 타봤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