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서 살아남기 - 소호마을에서..
물질이 풍족한 사회에 살고 있다보니 먹는 것이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 야생에서 살아남기를 기획하였는데 날씨 때문에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땔감을 주워오고 연을 날리고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노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된 여행이었다.
때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 언양에 가니 그야말로 5일장이 열렸다. 각자 아이들에게 점심값으로 5000원씩 나누어 주고 2시간의 자유시간을 주었다. 장을 둘러보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가 있지만 과연 아이들은 그렇게 느낄까? 5000원의 돈을 더 주더라도 아이들은 대부분 김밥천국이나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나머지 돈으로 군것질..ㅋㅋ 무엇을 사먹을까 궁금했는데 역시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날다랑 언양 5일장을 둘러보며 철사랑 장갑을 사고 나서 장날 답게 시원한 국밥 한그릇을 먹었다.
잠시후 아이들에게 메세지가 날라온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은 사진이다. 꼭 밥을 먹으라고 하니 대부분 간편 도시락을 이용한다.
준호랑 상원이가 보내준 사진이다~~
상원이랑 지원이도 멋지게 한장~~
가은이랑 수빈이도 밥먹는 사진 한장~~
남자아이들은 바나나 우유랑 삼갑 김밥..그래도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 멋지게 모양을 내었다. 기발하지 않냐며 자랑을 한다. ㅎㅎ
언양 5일장은 주변이 시골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참 많다. 언양 터미널 주변 빈 곳은 대부분 장이 서는 날이라 사람사는 모습이 있고 아마도 울산에서 가장 큰 장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없는게 없는 시골장은 언제나 푸근함과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억지로 좋지 않냐고 하면 아마 다들..별로인데요..라고 할 것이다. 주변의 모습을 그냥 보고 또 보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 느끼지 않을까..아이들에게 장을 보았냐고 물어보니 그냥 지나가는 말로..네..라는 답이 들려온다. 딱 여기까지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내가 느끼는 것을 아이들에게 똑같이 느끼라고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게 2시간동안 언양에서 점심 먹고 난 후 소호마을로 이동~~
소호마을 박현옥 선생님 집이다. 넓은 마당에 펜션같은 집 참 좋다. 아쉽지만 급하게 이사를 와서 12월 말까지 비워주어야 한단다.
집에 도착하자 4시 30분까지 자유시간을 주었다. 단 저녁에 불을 지펴 먹을 수 있도록 땔감을 주워올 것.
남자 아이들은 곧바로 정신없이 땔감 주워오기에 나섰다.
여자아이들은 땔감보다 연날리기에 더 관심많은 모양이다. 저마다 연날리기 시작. 완제품을 사오다보니 연이 찢겨지고 망가지고 그래도 연을 날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신나게 땔감을 주워오고 있다. 본능적으로 남자아이들은 사냥을 도맡아하는 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땔감을 구해오는 것을 재미있어한다. 그리고 젓가락 또한 나무로 만들어 먹는다고 이야기를 하니 나뭇가지를 구해온다. 이날 땔감은 모두 죽은 나무로만 구해오라고 하였다.
어디서 발견했는지 몰라도 아주 큰 고목나무의 뿌리 부분을 굴리며 내려온다. 도끼도 없어서 사용은 못했지만 대단한 친구들이다. 신나게 나무 땔감을 모으고 나서 소호 분교에 가서 놀기로 했다.
추억의 오징어 놀이와 한발 두발 그리고 허수아비 몇몇 친구들은 공을 차며 놀았다. 예전에 학교를 마치면 모두 밖으로 나와서 놀았는데 이런 놀이들이 이제는 점차 없어지고 있다. 야외에서 게임을 하면 좋은 점이 참 많다. 사회성도 길러지고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규칙을 익히기도 하고 때로는 그 규칙을 바꾸기도 하면서 창의성도 커지게 마련.
오랫만에 오징어 게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신나게 놀다보니 날다랑 힘을 다 쓰며 놀았더니 오히려 어른들이 지친다. 헉헉..
허수아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
열심히 공을 차며 놀고 있다.
5시경 소호분교 산촌유학 친구들이 공연을 한다기에 함께 관람을 하였다. 이날 민준이는 오카리나와 밴드 공연을 하였다. 신나게 작은 공연이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참 좋다~~
날이 추워 많이 아쉬웠지만 함께 구경하고 박수도 치고 오랫만에 끼리(전 달팽이여행 도우미 최민관)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한참을 구경하다보니 야외고 늦은 시간이다보니 많이 추웠다. 다시 박현옥 선생님 집으로 이동.
원래는 아이들과 불을 피워 라면도 끓여먹고 고구마랑 감자도 구워먹을려고 했는데 추운날씨때문에 라면은 그냥 집 안에서 끓여 먹기로 했다. 아쉽지만 때로는 계획은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하는법. 그래도 남자아이들이 만든 멋진 나뭇가지 젓가락은 그대로 사용..준비한 생협라면과 함께 맛있게 라면을 먹으면서 자랑한다. 제 젓가락 멋지지 않나요?? 그래 참 부럽다~~
여자 아이들은 젓가락을 준비하지 않아서 그냥 일반 젓가락을 사용..ㅋㅋ 남자아이들이 뭐라고 한다. 왜 여자아이들은 야생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냐고? ㅎㅎ 늘 어떤 일을 하면 안하는 사람을 뭐라 야단치는 건 똑같다. 너희들이 더 멋진 젓가락이고 더 재미있잖아. 그게 훨씬 좋아..그 젓가락 나 줄래?? 그러자 그냥 자신이 만든 젓가락으로 잘 먹는다~~
8시쯤 되자 야외에서 고구마랑 감자를 구워먹었다. 충분한 땔감을 가져와서 불은 충분하고..천천히 하나씩 구워먹으니 정말 맛있다. 공식적인 불장난이다. 하긴 어렸을 때 썰매를 탈때도 땔감을 주워와 불을 피우고 놀았던 기억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비유를 하는 것이 불장난한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 모양이다. 불을 때며 불을 쬐며 나무도 넣고 서로 놀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골의 밤은 깊어간다.
고구마가 인기가 좋다 느리지만 하나씩 구워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져온 깡통으로 구멍을 뚫어 오랫만에 쥐불놀이를 했다. 오히려 아이들보다 날다랑 내가 더 재미있게 놀았다. --ㅋ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자리에 누워 불을 끄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2개의 귀신이야기를 해주니 더 해달라고 난리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꿈을 키워가는거겠지. 아침에 일어나니 정민이가 일찍 일어나 이야기를 만들면서 서로 웃는다. 꾸미가 살았는데..날다가 살았는데..그러면서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에 웃고 떠든다..아침으로 간단히 생협에서 사 온 계란과 식빵 그리고 딸기쨈, 간단히 시범을 보이고 날다랑 내것만 빵을 굽고 계란을 후라이 해서 먹으니 다들 해달라고 난리다. 각자 알아서 요리 해 먹어..달걀을 부치고 자기들 끼리 식빵을 구워서 알아서 먹는다. 사과도 함께 간단한 아침 식사 해결..
모든 짐을 정리하고 다시 신불산 온천으로 가서 목욕을 하였다. 전날 소호에 살고 있는 네팔여행을 함께한 재효를 못봐서 아쉬웠는데 마침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만났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몇개월 동안 부쩍 자라있었다. 아이들은 자고 나면 자란다더니 못 본새 많이 어른스러워진 모습이 보기 좋다.
마지막으로 점심은 칼국수. 시장이 반찬이랄까.. 팀별로 들깨 칼국수, 수제비, 만두 등을 시켜서 나누어 먹었다.
그렇게 마지막 전교조와 함께 한 2012년 달팽이 여행은 끝났다. 아이들이 묻는다. 다음 달팽이 없어요? ㅎㅎ 올해는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또 만나자. 그동안 즐겁고 재미있게 건강하게 놀아줘서 고마워. 또 만날 때까지 안녕~~
첫댓글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소중한 추억거리가 생겨서 아이들의 삶의 영양분이 될 거예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너무 재미지게 놀아서 사진을 많이 안찍었네요....ㅠㅠ 칭구들 너무 멋져^^ 다시 만날 때까지 아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