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면 한국도 위성강국…북한 미사일 발사 잡아낸다
2009년 02월 27일 (금) 01:39 중앙일보
[중앙일보 박방주] 미국과 이스라엘은 각각 이라크와 벌인 전쟁 때 군 비행장에 있는 목조 가짜 비행기와 진짜 비행기를 한눈에 알아보고 진짜만 폭격했다. 위장막으로 비행기를 숨겨 놓거나 목조로 가짜를 만들어놔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과학자들은 1890년께 남극탐험대가 남극에 닦아 놓은, 눈에 덮인 도로와 사하라 사막 모래 밑 2m에 있는 새로운 강줄기를 찾아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도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 ‘천리안(千里眼)’ 같은 위성을 2~3년 안에 갖는다. 이미 지구 상공을 돌고 있는 아리랑 2호에 이어 내년 레이더 위성인 아리랑 5호, 2011년 적외선 위성인 아리랑 3A호 발사를 위해 현재 한창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 두 기의 위성만 올라가면 한국은 한반도 상공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지상을 손금 보듯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격탐사실 김윤수 팀장은 “맑은 날 낮에는 일반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광학 위성인 아리랑 2호로,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날 또는 밤에는 아리랑 5호로, 그나마도 미진하면 발산하는 열의 차이로 사물을 분별하는 아리랑 3A호로 전천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대포동 2호로 한국보다 먼저 자력으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보유 위성의 다양한 성능과 활용 면에서는 한국을 좇아 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전천후 위성 영상 촬영=아리랑 위성 시리즈의 3기는 모두 지상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위성이다. 전 세계를 하루에 10여 바퀴씩 돌기 때문에 한반도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중국의 저궤도 지상 촬영용 위성과 마찬가지다. 저궤도 위성은 대부분 지상 500~1000㎞에서 지구 둘레를 회전한다. 일부 첩보 위성은 더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 더 낮은 궤도를 돌기도 한다.
아리랑 2호는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곳은 촬영해봐야 선명한 영상을 얻지 못한다. 구름이 낀 곳은 지상은 보이지 않고 구름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 북한의 핵무기 실험 장소 등의 촬영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레이더 위성과 적외선 위성을 추가로 발사하려는 것이다.
아리랑 5호는 마이크로 전파를 지상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받아 영상으로 만든다. 마이크로파는 구름이나 비 등의 날씨와 밤낮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상의 물체에 민감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반 지표의 경우 지하 몇 십㎝를, 모래 사장은 1~2m를 뚫고 들어가는 투과력도 있다. 땅 속에 묻힌 고대 유적이나 사막의 모래 밑에서 강줄기를 찾아 낸 것은 레이더 위성의 힘이 크다.
이를 군사용으로 사용할 경우 주야간 가리지 않고, 산간오지에 숨은 적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다.
아리랑 3A호는 열을 감지해 영상으로 만드는 위성이다. 북한이 대포동2호를 발사한다면 그 주변은 화염으로 뒤덮이고, 강렬한 적외선이 뿜어져 나온다. 아리랑 3A호가 그 지역을 촬영한다면 그 즉시 발사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다른 위성으로는 알아내기 어려워도 적외선 위성만큼은 속일 수 없다.
비행기나 탱크 등이 언제 작전에 투입됐다 엔진을 끄고 쉬고 있는지 등도 적외선 위성을 활용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위장막으로 하늘을 가려놔도 그런 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적외선을 쉽게 막기 어렵다.
◆위성 영상 통합관리센터 설립해야=앞으로 한국이 보유할 여러 가지 지구 관측 위성으로부터 생산되는 영상은 쓸모가 많다. 군사용뿐 아니라 환경·농업, 국토 관리, 교통, 수자원 관리 등 활용 기술 개발 여하에 따라서는 부가가치가 아주 크다. 대한원격탐사학회 김천(국민대 교수) 회장은 “정부가 위성 개발과 발사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생산되는 영상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데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통합위성데이터관리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개발 강국인 미국과 캐나다·유럽·일본 등은 이미 이런 기관을 설립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24일 박영아(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위성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