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사적저널 7,8-아테네,이스탄불,벤 구리온
발신: "박태원" <banyasim@yahoo.com> 주소록에 추가
제목: 아테네 - 이스탐불 - 벤 구리온
날짜: Mon, 3 Sep 2001 15:44:59 -0400
2001. 9. 3
드디어 약속된 땅에 발을 딛었습니다.
아테네에서 터어키의 이스탄불을 거쳐 벤 구리온 공항으로 왔습니다.
아깝게도 이스탄불은 공항만 보았지요. 비행기를 갈아타는 덕분에 오늘은 점심을 두번이나 얻어 먹었네요. 기내식으로.
물론 이스라엘에 온 신고식을 단단히 치루고요. 어떻게 빠질 수 있겠어요. 이번에는 미국 여권을 가진 놈들은 무사통과. 한국 놈인 저는 용의자로 잡혀서 심문을 좀 받았네요. 터키에서의 상황이 반전됬습니다 그려. 그래도 20여분의 심문을 받고 테러 용의자를 벗어났지요. 기분이야 좋을리 없지만 십분 이해하지요. 그들의 처지를. 제 여권을 보면 의심이 갈만도 하겠지요. 하도 싸돌아다니니까!
1993년에 예루살렘에 왔다가 출국할때는 신발까지 가져가서 검사를 하고 한 시간도 넘게 소위 인터뷰(심문)를 해야 했어요. 그러고도 못미더워 저를 출국심사장 너머까지 호송한 뒤에야 놓아주더군요. 누구를 만나서 뭔가를 전해 받을까봐요!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까지는 40 마일(약 64 키로) 밖에 안 되지만, 해안 쪽의 평야지대를 벗어나면 곧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본래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이 높은 곳의 지명이었다는군요. 그래 이스라엘이란 그 지역의 아들들, 자손들을 뜻했답니다. 이것이 야곱과 동일시 되고
오늘에 이르고 있지요.
Leon Uris 라는 소설가가 쓴 "EXODUS" 란 소설이 있는데, 한번 일독을 권합니다. 오늘의 이스라엘을 국가로서 또 유대인을 이해하는데 아주 도움이 됩니다.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기 보다는 이렇게 Fiction(소설) 을 통해서 읽게되면 훨씬 기억을 쉽게 하니까요. 중요한 근간이 되는 사건들은 다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것이니 엉터리 역사를 배우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우리나라의 사극과는 다릅니다.
영국 제국주의자들이 해놓고는 지키지 않은 온갖 거짓약속으로 인해 오늘날의 비극은 약속이 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그들은 오토만 투르크 제국의 영토에 탐이나 아랍과 유대인들 양쪽을 유혹한 것이지요. 여하튼 2차 세계대전 때는 물론 거의 초세기 부터 유럽과 러시아에서 끈질기게 계속된 유태인들에 대한 박해는 히틀러의 나찌 치하에서 600만이라는 숫자의 유대인들이 가스실에서 학살당함으로 정점에 이르게 됩니다. 예루살렘에서 쫒겨 난 이후(로마제국에 대한 반란. 기원후 70년. 마지막 저항인 마사다의 함락이 73년경), 나라 없는 설움을 2000년 정도 겪으면서, 유대인들은 가급적이면 자신들이 사는 나라에 동화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 환상을 버리게 된것이 나찌의 덕이긴 합니다. 결국 어떤 나라에서도 안전하게 자유롭게 살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유대인들은 필사적으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고자 합니다. 이것을 시오니즘이라고 했지요.
1945년 전쟁이 끝난 후 천신만고 끝에 (영국 제국주의자들은 해군력으로 지중해의 사이프러스 섬에서 부터 봉쇄를 했으므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게 된 유대인들은 독립을 선포하게 되고, 그 즉시 주변 아랍인들로 부터 포위 공격을 받게 됩니다.
지금도 그렇듯이 세계 각국의 디아스포라(유대교 게토, 집단거주지) 에 살던 유대인들 특히 미국유대인들은 물심양면으로 이들을 돕게 되고. 텔 아비브에 도착된 보급물자들이 예루살렘 구 도시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오늘 왔던 그 도로를 통해서만 올수 있었습니다. 매우 험한 고갯길이므로, 고대로 부터 강도가 들끓는 곳이었다니, 아랍인들이 매복공격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겠지요. 지금도 그 당시 전투의 잔해로 앙상한 뼈대만 남은 트럭들이 길옆에 그대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나라의 건설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겠지요. 여하튼 레온 유리스의 "엑소더스" 의 일독을 권합니다. 번역본은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몇달간 묶을 콘소보니아 수녀원은 거의 십여년 전에 제가 방문했을 때 묶었던 우리 고난회 수도원 바로 이웃입니다. 오랫만에 맛보는 독방의 SPACE 와 고독입니다. 이제까지 호텔인지 여인숙인지를 전전하면서 룸 메이트와 방을 나누어서 썻거든요.
그런면에서 보니 정말 약속된 땅이군요. 이제 내일은 예루살렘 구시가를 견학하고 모레부터 본격적인 수업과 공부에 들어갑니다.
이-메일의 사정은 여기도 그리이스보다 낫지 않군요. 수녀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에 의하면 새로운 선을 지금 깔고 있답니다. 잘되면 모레쯤이면 전용선이 연결된다고는 하는데... 정말 모든 신에게 기도를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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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베들레헴
날짜: Wed, 5 Sep 2001 20:07:58 -0400
2001. 9. 5
시간이 참 빨리 흐르네요. 오늘은 좀 일찍 8시 30분에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올리브 동산 꼭대기로 올라가, 예루살렘 전경을 보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방문했을때는, 순례객들로 예루살렘이 넘쳐나서 몹시도 복잡하고 번거로웠는데, 지금은 그룹 관광객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한산한 것이 상당히 좋지만, 이곳 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일겁니다. 국제정세 탓으로 예루살렘을 찾는 순례객이나 관광객이 형편없이 줄었거든요. 아직 미국에 있을 때 이스라엘로 성서고고학을 하러 간다고 하면 다른 신부들은 저보고, 멍청한 짓 한다고 하면서 고백성사 꼭 보고 가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 준비하고 가라는 소리지요^^
예루살렘 시 외곽에 체크 포인트가 있어, 그곳 너머로는 관광버스가 가지 못하게 되어있더군요. 이것도 요즈음의 Terror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루살렘 바로 너머부터는 West Bank 지역이라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제 생각으로는 이스라엘 정부가 고의로 팔레스타인사람들에 대해 보복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같이 베들레헴으로 가려면 상당히 번거롭게 하니까 가뭄에 콩 나듯이 있는 관광객들도 예루살렘 너머로는 갈 엄두도 내지 않을테니까요. 팔레스타인지역의 경제는 말이 아닙니다. 오늘 방문한 베들레헴의 Shepherd's Field( 천사들이 예수탄생을 목동들에게 알렸다는 장소에 세워진 성당입니다. 참조 루까복음), The Basilica of the Nativity(예수님이 탄생한 자리에 세워진 성당-누가 압니까! 예수님이 바로 그 장소에서 탄생했는지!!!) 는 예루살렘에서 약 5마일 떨어진 웨스트 벵크지역에 있습니다. 웨스트 벵크와 가자지구는 자주 뉴스에 등장하지요. 분쟁 때문에. 1967년 유명한 6일 전쟁 전까지는 요르단의 땅이었는데, 전쟁 때 이스라엘이 뺏었지요. 체크 포인트에서 관광버스를 내려 걸어서 검문을 받고, 거기서부터는 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같이 실제로 성서 고고학을 공부하러 온 전문적인 사람이 아니면 어느 관광객이 그 노릇을 하겠어요.
이스라엘은 두 번째라서 그런지 그리 열의가 나지는 않는군요. 그리이스나 터어키처럼 처음 오는 것이면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더 작동 할 텐데...유적에 얽힌 옛날 이야기보다는 현재 이곳에서 살고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에 더 관심이 갑니다.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체크 포인트에서 다른 교통편의를 제공한 사람은 일리야라는 가족인데, 이들은 제법 큰 기념품 가게를 운영합니다. Barter 처럼 우리는 교통편의를 제공받고, 답례로 그 집에서 기념품을 사고... 미국인들이라 상당한 액수의 기념품들을 샀고요. 한 사람이 1-200 달러 정도의 수베니어를 샀어요. 교수의 권고도 있고 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도 미리 이곳에서 살 정도로...
67-70년의 유대전쟁과 요세푸스에 대해 길게 강의를 들었는데 이것은 좀 전문적인거라서 별로 흥미가 없을 것 같군요. 생략하도록 하지요. 오후에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한 곳인 아인-카렌의 성당과 세자 요한 출생지에 세워진 세자 성. 요한 성당을 보고 돌아왔구요. 사람들은 참 재미있지요. 어떻게 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은 만들어내니까요. 이제 내일부터 성서와 고고학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언제 이-메일에 접근할 수 있을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고요. 그리이스보다 더한 것 같군요. 그곳에서는 잠깐 동안이라도 접속을 해서 보낼 편지는 띄엄띄엄이나마 보냈는데. 저에게 와있는 메일도 상당할텐데 아직도 받지 못햇구요. 아마 요르단이나 이짚트, 시리아에 가야 다시 호기심이 발동할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때 로잘린이라는 아프리카-아메리칸과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었지요. 가톨릭 전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분의 본당에서는 주일 미사가 보통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요. 강론이 한 시간이랍니다. 아마 백인 본당에서 그랫다가는 그 본당신부 당장 쫒겨날겁니다. 일방적인 설교가 아니라, 아마 대단히 오고가는 교통량이 많은가 봐요. 그만큼 흑인들이 더 인간적인 것은 사실이지요.
첨부한 화일은 베들레헴의 전경과 예수탄생성당내 지하에 있는 예수님 탄생지 사진입니다. 예수님이 탄생한 지점을 별로 표시해놓았지요^^ 우습지요. 하지만 신심의 표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추석 준비로 부산한 주말에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오는게 때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나랑 좀 비슷한것같지만,상징이라는데 베들레헴 땅과예수님 탄생지를 보고있는 저는 행복합니다.사선으로 내리는 장대 비네요.실은 수도원이랑 본당 신설로 주임 신부님께 추석빔(?)들고 인사갈까하다 모처럼 혼자있는 시간에 보고 싶었던것을 보길 잘했나~~~비가 많이 오니 위로가 되네요라고 말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