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창조자 161명의 日常 분석… 별난 습관보단 이 악문 노력이 공통점
메이슨 커리 글|강주헌 옮김
책읽는수요일|451쪽|1만5000원
모두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왜 어떤 이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룰까? 누군가는 인류에 남을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오페라를 지휘하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나는 왜 세탁기 돌릴 시간조차 겨우 내는 것일까?
7년 전 어느 일요일 오후, 벼락처럼 날아든 의문들이 '리추얼(Daily Rituals)'이란 책을 만들었다. 무명의 자유기고가인 저자에겐 그 의문을 푸는 것이 꽤나 간절했던 모양이다.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조자로 손꼽히는 소설가, 작곡가, 화가, 철학자, 영화감독, 과학자 161명의 명단을 만든 뒤 그들이 하루에 잠은 몇 시간 자는지, 작업은 밤에 하는지 낮에 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휴식은 어떻게 취하는지 조사해 엮었다.
피뢰침을 발명한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매일 아침 1시간 정도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공기욕(air bath)'을 마친 뒤에는 벌거벗은 그대로 침대에 들어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만족스러운 잠'을 한두 시간 잔 뒤 하루를 시작했다. '컬트의 왕'이라 불린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33년 동안 매일 아침과 오후에 초월명상을 했다. 작품을 구상할 땐 밥스 빅보이라는 식당에 가서 초콜릿셰이크와 일곱 잔의 커피를 마셔가며 냅킨에 작품을 써내려갔다.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리추얼은 '물구나무서기'였다. "머리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뇌가 맑아지기 때문"이다. '레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는 냉욕과 이발을 거르지 않았다. 미신을 신봉하듯 온몸을 닦고 수염을 깎아야만 작업에 돌입했다.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밤 11시만 되면 곳곳에 전화를 해대는 것으로 창작의 불씨를 피웠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다짜고짜 풀어놓거나 수필이나 책 한 권을 통째로 읽어주기도 하고 서너 편의 곡을 흥얼거리며 상대의 반응을 체크했다. 전화 통화가 끝나면 밤새 문을 여는 동네 식당을 찾아가 그날의 유일한 식사를 한 뒤 새벽 6시까지 작업하는 야행성 예술가였다.
- 책읽는 수요일 제공
그런데 이런 특이 습관은 몇몇 경우에 불과했다. 대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점심 무렵까지 작업에 몰두한 뒤 산책을 하거나 신문을 읽고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밤늦게 과음한 날에도 새벽 6시면 첫 햇살과 함께 어김없이 일어나 배고파 기운이 떨어질 때까지 줄기차게 글을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 글을 쓴 뒤 오후에는 달리기와 수영을 했고, 밤 9시엔 반드시 잠자리에 들었다. "체력도 예술적 감성만큼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도 새벽 6시에 일어나 45분간 스트레칭을 한 뒤 정오가 될 때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흥미로운 건, 리추얼이랄 것도 없이 하루를 통째로 가혹하게 산 위인들이다. 소설가 발자크는 저녁 6시에 밥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밤 10시쯤 일어나 일곱 시간을 쉬지 않고 일했다. 아침 8시부터 1시간 반 눈을 붙인 뒤 오후 4시까지 블랙커피 50잔을 마셔가며 글을 썼다. 카를 마르크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대영박물관 열람실에서 글을 쓴 뒤 집에 돌아와서도 줄담배를 피워가며 작업에 몰두했다. 작곡가 조지 거슈윈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했다. 그는 "뮤즈의 여신을 기다렸다면 1년에 기껏해야 세 곡 정도 만들었을 것"이라며, "작곡가는 권투 선수처럼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대한 인간은 천부적 재능이 아니라 극도의 노력이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책. 그들 또한 우리처럼 잔근심 많고, 술과 친구, 게으름의 유혹과 싸우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는 사실이 반갑다. "사소한 일상의 반복을 통해 나는 최면에 걸린 듯 더 심원한 정신 상태에 이른다"는 하루키의 말이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 7년간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이라 다소 산만한 구성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