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김범석 지음 서울대 암병동 종양내과 전문의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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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저를 꼭 살려주세요.
하느님 아버지, 부디 저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하느님 저를 차라리 데려가 주세요.
저를 이 고통으로부터 구원해 주세요.
저를 차라리 죽여 주세요. 단 며칠 만에 온 변화다.
중환자실에서 삶의 의지가 꺾이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느님은 그를 거두어 가셨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은 언어로 세상을 인식한다.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듯, 우리가 암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뒤에야 암은 우리 곁으로 와서 비로소 암이 되었다. 말은 존재를 규정짓는 힘이 있다. 암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뒤에야 암은 존재할 수 있었다. 60
중세시대의 수술은 해도 죽고 안 해도 죽으니 해보고 죽자는 식의 수술이었다.
1846년 윌리엄 토머스 그린 모튼이 에테르를 이용해 근대적인 의미의 마취를 선보였다. 소독과 감염, 마취
CT- Computed Tomography 컴퓨터 단층촬여
MRI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자기공명영상도
X-Ray – William Rontgen 1895년 독일
호모 사피엔스의 신생아는 다른 유인원과 비교하면 부모의 돌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다. 생후 수년간 독립적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수 개체가 오래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공동 육아를 했다. 205
암수 개체의 오랜 유대관계를 위해 성교를 번식이 아닌 유대관계의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암컷은 배란기를 숨겼다. 암컷이 배란기와 무관하게 성을 수용할 수 있게 되자, 수컷은 성적 동반자를 구하기 위해 배회할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이렇게 가족 중심의 생활이 성립되었다. 205
배란기와 무관하게 성교를 할 수 있는 암컷은 수컷의 자식이 맞음을 수컷에게 입증하기 위해 배타적 성교(정조)를 하는 이중적 특성을 갖게 됐다.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이 호모 사피엔스는 허구의 스토리를 믿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확장하고 협력 대상의 범위가 넓은 특징을 가지게 됐다. 206
시베리아는 혹독했지만 사자 같은 맹수가 없고, 한번 사냥하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매머드 같은 대형 포유류가 서식하는 곳이었다. 주변 온도가 냉장고처럼 낮아 사냥한 고기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는 환경적 장점도 있었다.207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능력은 척박한 환경에서 쌓인다. 평온하고 안락한 환경에서는 발전하기 힘들다. 나쁜 환경이 좋은 환경이었고, 좋은 환경이 나쁜 환경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동족을 죽이는 집단학살(Genoside)에 능하다.
*자연계에서 동종을 집단적으로 죽이는 종은 사피엔스가 거의 유일하다.
특히 전쟁을 통해서 죽이고 살아남아 포로가 된 자들은 평생 노예로 부려먹는다.
자연계에서 멸종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면 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개체 수 감소가 필연적으로 선행된다.개체수가 줄면 다양성이 사라진다. 그러면 환경 변화에 살아남을 개체 수가 생길 확률이 줄어든다. 소수의 대응 능력은 다수보다 떨어진다. 213
“내가 암에 걸린 건 맞는 건가요?
그 동안 건강에 유의해왔고, 나쁜 일 한 것도 없는데 왜 내가 암에 걸린 거지요? 걸린 건 확실한가요? 고칠 수는 있나요?”
“그 동안 암에 안 걸린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걸렸다고 꼭 불운하다는 것도 아니지만요.”
盲龜遇木
극도로 희박한 확률을 뚫고 내가 존재하고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저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가슴 깊이 밀려왔다.
테세우스의 배의 역설 The Ship of Theseus Paradox
고정불변의 영속적인 실체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초당 380만 개의 세포가 죽고 새로 태어나며 평균적으로 7년 정도 지나면 피부와 살을 이루는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는 싹 다 바뀌게 된다. 그럼에도 나를 여전히 같은 나로 볼 수 있을까? 287
나는 무엇인가? 내 몸마저 내 것인지 모를 일인데 영혼까지?
나는 과연 누구인가?
지구의 자전속도 시속 약 1670킬로미터
공전속도 시속 약 1300킬로미터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왜 못 믿지?
지구가 둥글다는 걸 증명을 통해서 알고 있나?
우리 몸의 세포들은 1초에 380만 번이나 분열한다. 380만 개의 세포들에 세포 하나당 30억 개의 염기서열이 복제되는 동안 우리는 세포 분열의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 316
믿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한 내가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이 거짓이 되진 않는다. 반대로 내가 믿는다고 거짓이 사실이 되지도 않는다. 내가 믿건 믿지 않건 내 몸은 刹那生 刹那滅 한다. 내가 이해하건 이해하지 않건 고정불변의 나는 처음부터 없다. 317
姑息的 -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임시변통으로 하는 것
노화의 부산물인 암은 오래 산다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암전문 의사가 암환자에게 주는 충고
1 남과 비교하지 말 것.
2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 것.
3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한두 개를 매일 실천할 것.
4 스스로를 사랑하고 용서할 것.
5 매일 꾸준히 운동할 것.
6 술 마시지 말 것.
7 물건에 집착하지 말 것.
8 방을 깨끗이 치우고 항상 주변 정리를 할 것.
9 여행을 갈 것.
10 일기를 쓸 것.
11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자세히 표현할 것.
12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을 것.
13 주변 사람들을 배려할 것.
14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 것.
15 죽음에 대해 과도하게 공포감을 갖지 말 것.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3가지 방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
1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 현재에 계속 깨어 있어도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진다.
마음이 미래에 가 있지만 않아도 불안감이 줄어든다.
3 관찰을 통해서 모든 것이 원인과 결과에 따라서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아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얼마나 더 살지를 물어보는 환자는 많아도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살지를 물어보는 환자는 거의 없다.
죽기 전에 많이 아플까봐, 혼자 죽을까봐 두려워한다.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죽기 전의 삶을 걱정한다.
시간이 지나면 배고플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오늘 밥을 먹는다.
살다 보면 결국 죽을 것을 빤히 알면서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
죽는 줄을 몰라서 사는 게 아니다.
사는 일과 죽는 일은 일직선 상에 놓여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암치료 :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 - 세포독성항암제, 분자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암을 설명하는 4가지 키워드 :
유전자, 진화, 환경, 우연
>>> 깨달았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인류는 비로소 대양을 건널 수 있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인류는 비로소 우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그냥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기에 대한 집착이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게 되었으며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 몸이 더 소중해지고
나라고 칭할 만한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김범석 종양내과 전문의
암에 걸린 것이 불행이 아니라 암에 걸리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은 당연하지 않다. 404
어쩌면 죽음은 삶을 지탱하는 수단인지 모른다. 죽음은 직선이 아닌 삶으로 이어지는 원이며, 삶과 죽음 사이는 직선이 그어져 경계지어지지 않는다. 409
*멈추면 한 쪽은 삶이고 다른 쪽은 죽음이 될 수 있지만 부단히 움직이는 중에는 삶과 죽음은 경계가 없는 하나이다. 변화하는 흐름 속에 하나다. 사실은 삶이라는 고정된 실체, 죽음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삶과 죽음은 양극이 아니다. 삶과 죽음은 좋고 나쁠 게 없다.
데자뷰 deja vu
처음 해 보는 일이나 처음 보는 대상, 장소 따위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