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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속의 백운 산을 오르며.. (백운2구간6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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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남 (2006/04/12 14: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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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황사 경보가 내렸다. 토요일 오후에 해제된다는 기상청 예보는 어김없이 빗나갔고, 산행 당일인 그 다음날에도 사라 질 기미가 안 보인다. 전 국토가 건설 공사장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지난 3월 29일에는 때 아닌 폭설 주의보가 강원도에 내려졌다. 서울도 눈발이 내리던 그 다음날 팔 당 호숫가에 간판조차 없는 한적한 식당에서 붕어 찜으로 이동배님의 지점장 승진기념 축하연을 가졌다.
모두들 월척 붕어를 한 마리씩 시식을 했는데, 이렇게 붕어로만 배를 채우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붕어 밑에 깔린 시래기며 묵은 김치와 동치미는 어떻게 글로 표현하겠는가.
한정구님의 사모님 생일파티도 우여곡절 끝에 그 자리에서 가졌는데, 그 동안 산행에 안 모시고 온 이유를 그 자리에서야 알 수 있었다.
그날 밤늦게 똥차 빨리 빼라는 노세문님의 명령으로 급히 시동을 걸고 출발을 먼저 했다. 조금만 더 늦게 출발했으면 되는데.... 그놈의 똥차를 끌고 빨리 가다보니 귀가 길인 88도로의 성수대교 밑에서 사고를 당했다. 봉고가 내차 후미를 엄청나게 들이 받았는데, 다행히(?) 집사람만 목과 어깨를 다쳤고, 나와 이해준 대장은 무사했다. 그나마 후미대장을 모시고 가는 바람에 뒤를 받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두 대장인 사장님을 모시고 갔으면 정말 큰일 날 번했다.
설상가상으로 사고 다음날은 부부합동 세미나가 1박2일 일정으로 올림픽 파크텔에서 있었는데, 집사람은 병원치료 때문에 못 가고 혼자 참석하여, 오랜 만에 나 홀로 만찬을 즐기고, 호텔 방에서 혼자 외로움을 달랬는데, 죄를 제대로 받았던 모양이다.
식중독으로 1주일을 꼬박 설사와 구토로 천당만을 2~3번 갔다 왔다. 덕분에 체중도 3Kg나 빠졌다. 무엇보다 아까운 것은 사용도 하기 전에 팔 당 붕어의 영양분이 다 빠져 나간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보다.
그래도 바야흐로 봄이다. 벚꽃이 그 꽃망울을 터뜨린 지 오래고 사무실 창가 너머엔 소담스레 피어난 목련이 뒤질 새라 더욱더 하얀 자태를 내 밀며 봄을 붙잡고 있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윤중로도 4월5일부터 시작한 벚꽃축제로 떨어진 꽃잎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린다.
산행 전날은 이미 익숙해진 배낭을 정리하고, 복장 준비만 내일 아침으로 미룬 채 매 쾌한 황사의 먼지 냄새를 맡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겨울 등산복 대신 가벼운 복장에 배낭을 대강 챙기고, 집을 나선 것은 5시20분이었다. 황사는 그대로 였다. 주위가 어두운 탓인지, 아니면 먼지 때문인지 몰라도 집사람의 얼굴이 안개에 덮여 있는 것 같이 윤곽이 희미하다.
교대 역에 도착하자, 버스는 굳게 잠겨있었고, 왕 회장님만 근처에서 서성이고 계신다. 버스가 오늘부터 6시 출발이 아니냐고 나에게 물어 보신다. 전번 산행에서 사장님이 농담으로 한 것을 진담으로 생각하신 모양이다.
그사이 골목에서 사장님과 유 기사님을 대신하여, 0.1톤은 충분히 될듯한 헤비급인 기사님이 아침 식사 후 나타났다.
버스는 6시30분이 지나도 출발을 하지않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양 여사님이 안 보인다. 양 여사님을 기다리는 줄 알았더니, 결국은 초롱꽃에 핀 이슬을 마지막으로 태우고, 버스는 6시42분 죽전으로 달렸다.
지난번과는 달리 창밖에는 노란 개나리가 절정을 이루고 있고, 가까이는 목련이 멀리는 진달래도 간혹 보인다. 벚꽃은 꽃망울을 하나 둘 터뜨리는데 그 사이에 살구꽃도 마치 자기가 벚꽃인양 얌전히 서 있었다.
죽전에는 7시경에 도착했고, 죽전 팀을 태우고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한참을 목을 빼고 기다렸는지. 모두들 목이 많이 길어져 있었다. 오늘은 한정구님에게 지난번 놓고 내린 물건을 바로 전달 했다.
버스는 8시35분에 인삼랜드 휴게소로 진입했는데, 오늘은 차가 별로 없을 거라는 사장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게소에는 많은 상춘객으로 인해 버스는 지난번 보다 더 많은 듯하다.
남자 화장실도 예상외로 복잡했는데 그 이유가 따로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조선의 아줌마들이 한명도 아닌 단체로 남자 좌변기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그 용기가 대단한 건지 아니면 남자가 여자로 바뀐 건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틀림없이 묻지마 관광객들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우동대신 성기인님이 준비해온 찰밥과 오이김치 그리고 맛김으로 에델님, 한정구님, 그리고 이해준 대장과 함께 아침을 대신 했다. 남은 오이김치는 버스 안에서 완전히 익었는데, 그날 저녁에 집에서 깨끗이 배속으로 청소 해버렸다.
항상 정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태운 후 버스가 출발했는데, 오늘은 제주도에 간 관계로 기사님을 마지막으로 태운 후 휴게소를 떠난 시간은 9시05분이었다. 이날은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못 떴다는데, 서울은 잘 왔는지 궁금하다.
사장님이 오늘의 산행계획과 여수 영취 산 진달래 이야기를 자랑삼아 얘기했고, 원준이의 마라톤 1등 기념으로 나누어준 비타 파워도 마셨다.
황사는 아직도 차창 밖으로 가득한데, 농부들의 일손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윽고 9시40분 버스는 장수 IC를 통과하고 있었다.
지난 번 보았던 주촌리 논개생가와 우리가 묵었던 솔길 산장 입구도 창가를 스친다. 왜 벌목을 하고 있는지, 이유는 모르겠고, 벌목 현장도 자주 눈에 띤다. 마지막 무령 고개를 힘들게 올라가는데, 기사님의 몸무게 때문인지 확실히 흔들림은 적다. 단지 시간은 더 소요되는 듯 하다.
버스 안은 온도가 올라가고, 창밖은 자꾸만 여름 날씨로 변해간다. 무령 고개에 버스가 도착한 것은 10시05분 이었다.
< 무령고개 휴게소>
지난번 폐쇄되어 있던 주차장 화장실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고마웠다. 강아지만 흔적을 남기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도 화장실에 가서 왼쪽 다리를 들고 존재를 남겼다.
바로 시멘트 계단을 이용하여 지난번과 같은 무령고개 방향으로 올라섰다. 날씨는 화창하나 황사 때문에 호흡은 조심해야 될 것 같다. 가야 될 길을 한번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지난번 보다 경사가 더욱 심한 것 같다..
오늘의 산행일정 및 예정 코스는 다음과 같다.
< 백운산 2-6구간 산행지도(승우제공)>
◎제2구간 백운산6차 계획(2006년 04월09일) <승우 여행사 제공>
◎등반 코스(거리 및 소요예정 시간) 무령고개->(0.30km/0:20)->영취산(1,075.6m)->(0.80km/0:25)–>1066봉 1066봉->(1.50km/0:40)–>암봉->(1.10km/0:30)–>백운산(1,278.6m) 백운산(1,278.6m)->(2.50km/0:45)–>중고개재(755.3km)->(1.75km/0:20)–> 695봉 695봉->(0.25km/0:05)–>중재(1014.8m)->(3.50km/0:80)–>백운산장
◎ 등반거리 : 약 12.7Km ◎ 예상 산행 소요시간 : 약 4시간25분(휴식시간 제외) ◎ 실제 산행 소요시간 : 약 4시간40분(휴식시간 제외) ◎ 휴식 시간 : 약 40분 ◎ 총 산행 소요시간 : 약 5시간20분(휴식시간 포함)
주) 실제 산행을 한 상세 결과는 아래의 산행일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백두대간 즈려밟기 제2구간(백운산) 6차 (04월 09일) 산행일지>
(출발장소**) (도착장소**) 출발시간 도착시간 예상 실제 (거 리)(휴식)
(무령고개**) (영취산****) 10시10분 10시30분 20분 20분 0.30km 00분 (영취산****) (1,066봉***) 10시30분 10시50분 25분 20분 0.80km 00분 (1,066봉***) (암봉******) 10시50분 11시30분 40분 40분 1.50km 10분 (암봉******) (백운산****) 11시40분 12시15분 30분 35분 1.10km 20분 (백운산****) (중고개재**) 12시35분 13시40분 45분 65분 2.50km 05분 (중고개재**) (695봉*****) 13시45분 14시15분 20분 30분 1.75km 00분 (695봉*****) (중재******) 14시15분 14시25분 05분 10분 0.25km 05분 (중재******) (백운산장**) 14시30분 15시30분 80분 60분 3.50km 00분
인터넷 공지사항의 산행계획표는 산행시간과 거리 등이 모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참조를 포기했다. 그리고 산행 당일 나누어준 산행계획표를 기준으로 하기로 한다. 물론 그것도 산행거리의 합은 차이가 있지만, 그 정도는 내 기준대로 정리하기로 했다. 미리 배포하는 인터넷 공지사항의 산행계획표를 좀더 정확히 제공하여 주었으면 한다.
이번 산행은 무령 고개에서 백운리 까지로 북에서 남으로 오랜만에 거꾸로 공격한다. 그 이유는 중재에서 백운산 방향은 오르막 경사가 너무 길기 때문에 사장님이 배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계획상 산행거리는 총11.7km이고, 마루금은 영취산에서 중재까지 약7.9Km이다.
오늘 산행도 선두에 사장님 후미는 이해준 대장이 맡고, 도우미 역할은 이종필님이 맡기로 했다.
배낭을 대강 정리한 후 10시10분 무령고개를 출발하여, 바로 영취산으로 발 걸음을 옮겼다.
왼쪽 방향으로 가파른 경사를 올라 서자 언제나 그렇듯이 숨이 차오른다. 갑자기 오른쪽으로 급경사가 위험하다는 표시가 눈에 띤다. 지난번에는 못 보았다. 그 만큼 여유가 생긴 것일까? 우회하여 반대편으로 올라오는 것이 더 안전 한듯하다.
<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으로 힘찬 스타트..... 영취산 정상까지는 지난 구간과 동일하다>
긴 호흡을 한번 몰아 쉬고, 황사 때문에 코로만 숨을 쉬려니 더욱 힘이 부친다. 앞만 보고 계속 걸었다. 생각보다 먼지는 나지 않았다. 이마에는 벌써 땀이 고인다.
낙엽 밟는 소리와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가지만 앙상한 잡목과 바닥의 낙엽은 마치 늦은 가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건너편 산 중턱에 팔각정도 지난번과 같은 자리에 서있다.
< 영취산 맞은편 산의 팔각정..... >
가파른 경사는 끝이 안 보이는데, 앞 사람이 간혹 일으키는 먼지는 짜증스럽다. 날씨는 한 여름으로 갑자기 변한다. 파일 쟈켓을 벗으려다 그냥 고통을 즐기려고 맘 먹었다.
초입인데도 모두들 숨소리가 거칠다. 오늘은 원준이도 힘이 드는 모양이다. 15분쯤 오르니 반가운 돌계단이 보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 영취산 정상을 한발 앞두고...>
영취산 정상에 오른 시간은 10시30분이었다.
영취산 정상은 그대로 있었다. 우리가 가야 할 중재는 산행계획표에는 7.9km인데, 안내 판에는 8.2km로 표시되어있다. 육십령 방향으로 우리가 지나간 능선이 깃대 봉까지 길게 늘어서있다
< 영취산 정상(해발 1075.6m) 돌탑 앞에서....>
잠시 쉬는 듯 마는 듯 하고, 이번에는 지난번과 반대 방향인 1066봉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1066봉쪽으로 가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 대간 능선길이며 산죽사이로 내려가기 때문에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산죽을 벗어나면 작은 안부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무룡고개와 영취산 갈림길인 선바위(1,040m) 고개이다. 도착시간은 10시40분 이었다.
< 선바위 고개를 통과하는 대원들....>
이곳은 남에서 북으로 산행하는 대간 팀들이 영취산 정상에 오르지 않고 오른쪽 무령 고개로 가끔씩 외도하는 곳이다. 휴식 없이 바로 걸었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온몸에 에너지를 축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10여분 올랐을까, 갑자기 앞이 터이고 양지바른 곳이 나타났는데
억새들이 담요처럼 길게 누워있고, 잔잔한 바람사이로 햇볕이 가득한다. 엄마 품속 같은 포근함을 즐기는 순간 KTX가 지나간다. 신마산에서 왔단다. 결국은 정상에서 만날 텐데 말이다. 조금 걸어가자 정면에 봉이 보인다.1066봉에 도착한 것은 10시50분이었다.
< 1066봉에서 이해준 후미대장....>
1066봉을 오른쪽으로 끼고 다시 완만한 경사를 내려선다. 어느 정도 내려 섰다 싶더니 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산죽이 햇볕과 황사를 막는다. 산죽을 스치는 소리만이 숲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려준다. 산죽사이를 갈 때는 이상하게 힘이 안 든다. 평탄한 길이 나오고 내려서는 듯 하다가 바로 경사를 오른다
< 암봉으로 가던 중 한 컷!!... 박 총무님 예쁘시죠?...>
갑자기 숨이 차오며 식은 담이 나고 하체에 힘이 빠진다. 지난 주 식중독때문인가? 너무 힘 들다.
이러다 혹시 심장마비라도? 갑자기 친구 놈한테 들은 심장마비 대처 법이 생각났다.
심장마비는 연령을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집사람한테 야단 맞고 일터에서는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고 이리저리 짜증내다가 갑자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팔과 턱 부분까지 통증이 옵니다. 병원까지는 5분 이상 걸리고,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응급 처치법을 배우긴 했는데, 그게 전부 남이 아플 때 어떻게 하라는 내용이었지 내가 아플 때 어떻게 하라는 건 배우지 않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 대처요령>
심장마비가 오는 경우 대부분은 혼자 있을 때 여서 옆에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심장 박동이 비 정상적이고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하면 의식을 잃을 때까지 10초밖에 안 걸립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절대 겁을 내지 말고 아주 심하게 기침을 하십시오 기침을 할 때마다 먼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나서 깊고 힘찬 기침을 해야 합니다. 가슴 깊이 있는 가래를 뱉어 내는 것 같이 하십시오. 숨을 들이 쉬는 동작과 기침은 각각 2초 정도씩 하고, 구조대가 오거나 심장의 고동이 정상을 회복할 때 까지 끊임없이 하십시오.
숨을 깊게 들이쉬면 산소가 폐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기침을 하면 심장을 눌러줘서 혈액순환이 잘 됩니다. 또 심장에 압력이 가해졌다 풀어졌다 하면 심장의 고동이 정상화됩니다. 그러면 병원 까지 갈수 있습니다.
요즈음 식생활 변경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심장마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안전하지 못합니다. 가능하면 혼자서는 여기 저기 다니지 마십시오. 공연한 얘기를 늘어 놓았네요.
다시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무리 없이 무상 무념으로 걸었다. 한참을 오르니 눈앞에 급경사 암릉이 나타나고, 암릉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 암봉으로 오르는 험준한 코스....>
급경사를 올라서자 마자 전망이 좋은 바위가 나타났는데 암 봉이었다. 도착시간은 11시 30분이었다.
< 암봉에서의 휴식....>
산행기록표를 작성하는데 이마의 땀 때문에 도저히 작성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작성한 내용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첫번째 휴식을 취했다.
식중독 후유증이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다. 그래도 먹고 아픈 게 낫지않은가? 박 총무의 오렌지와 식수로 원기를 보충하고, 출발을 한 시간은 11시40분이었다.
< 암봉에서 본 백운산 정상.... 정상에서 오른쪽 능선이 백두대간 줄기이다>
다시 암릉 내리막 경사로 내려섰다 대부분 봉 근처는 암릉이나 너덜 길이 많고,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심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산행 길도 여자를 선택 할때 처럼 신중하지 않으면 순간의 실수가 평생을 망치기 때문이다.
다시 산죽이 시작된다. 하늘이 사라진다. 녹색바다로 변한다. 더욱 화려해진 등산복은 한번 더 꽃 뱀을 만들어낸다 한참을 헤엄쳐 내려갔다
< 울창하고 키를 넘는 산죽 길>
완만한 평지가 나타나고 산죽의 모습도 사라진다. 음지쪽 바위틈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다.
< 괴목... 진행방향 좌측으로만 기형목(畸形木)이 많았다. 그놈 참 신통하게 생겼네>
사장님의 버들피리도 들린다. 마치 애기가 태어나 엄마를 찾아 울어대는 분만실의 소리 같다. 다시 오르막 경사길이 계속 이어지더니 급 경사 위쪽에서 앞서간 등산객들의 소리가 들린다. 오늘의 최고봉 백운 산 정상(1,278.6m)이다. 도착시간은 12시15분이다
숨이 턱까지 올라 왔지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정상임을 알리고 있고, 사방으로 탁 트여 조망이 기가 막혀 몸은 가볍다 삼각점과 조그마한 돌에 새긴 표지 석이 귀엽다.
< 백운산 정상(해발 1278.6m)표지석 앞에서 하컷... 오랜만에 초롱꽃에 핀 이슬님이 참가했다>
정상인 헬기 장에서 바라보면 북릉은 영취산을 통해 백두대간으로 이어지고, 남서능도 중고개재를 향해 역시 백두대간을호 이어진다. 그리고 북서쪽 금남 호남 정맥인 장안산도 뿌옇게 보인다. 하지만 황사때문인지 아직까지도 뿌연 먼지 속에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남쪽 방향으로는 지리산 능선이 보일듯하고 저 멀리 북쪽 방향의 남 덕유산 정상과 서 봉도 희미하게 보인다.
< 황사에 시야가 가려진 산하.....>
이제부터는 하산 길이기 때문에 모두들 첫날밤 신부 가슴저고리 풀어헤치듯 배낭을 풀어놓고, 아예 양반자세로 마른 풀잎에 덥석 앉는다.
정상에서 사장님의 울부짖는 노래를 들으며 모두들 영양을 충분히 보충했다. 난 이정애님이 주신 파인애플을 원준이와 둘이 먹었다. 오늘은 무슨 영문인지 많은 휴식시간을 주었다.
< 백운산 정상(해발 1278.6m)에서 휴식 중....>
옆의 다른 팀에서는 라면을 끓이고 있었는데 박총무가 부러운 듯이 처다 보고는 스스로 포기하고 지나친다. 라면 귀신인 이슬님이야 어떻했겠는가?
나도 계속 옆에서 처다 보고 있는데도 한번도 좀 드셔보라는 얘길 안 한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지는 것 같다. 그들은 인사치레로 한번 드시라고 하면, 내가 바로 먹을 스타일로 판단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판단한 게 맞다. 라면도 안 나누어 먹으면서 더구나 산에서 화기를 사용한 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오늘도 단체사진은 생략했다. 아마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중고개재로 하산을 시작한 시간은 12시35분 이었다. 남쪽은 상연대, 묵계암을 거쳐 대방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 우리가 가야 할 대간 길은 남서쪽으로 내려가면서 이어진다.
< 정상 바로 아래 삼거리 묘지 앞 이정표에서........>
완만만 내리막 능선으로 시작된다. 산죽도 점점 보이지 않는다. 거의 내리막 길이라 힘은 크게 안 든다. 발걸음만 뛰면 저 절로 내려간다.
< 진달래 나무 숲 사이로 하산하는 대원들.... >
그러다가 완만한 능선을 오르면 또 내리막 경사나 평탄한 길을 만난다. 이런 깊은 산중에 산수유도 반갑게 우릴 맞는다. 자세히 보니 산수유가 아니고 생강나무(산 동백)란다. 생강냄새는 나지 않았다.
< 생강나무꽃(일명 산동백) 산수유와 유사하나 산수유보다 화려하고 향기가 좋다>
나는 여자 분 냄새 같은데, 사장님은 쵸코릿 냄새란다. 꽃 박사님은 꿀 냄새란다. 각자 취향대로 느끼는 모양이다. 이슬님은 아마 라면냄새가 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갑자기 뒤에서 심 봤다 라는 여자대원의 큰 목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니 성기인님이 피기 직전의 진달래 봉우리를 보고 그렇게 소릴 지른다. 별것도 아닌 듯 한데, 아직도 소녀 같은 그 순수성이 너무 부럽다.
3~40분은 계속 걸은 것 같은데 중고개재는 보이지 않는다. 계속 내리막으로 걸었다. 그러자 안부가 나타나고 우리는 중고개재에 서 있었다. 도착시간은 13시40분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사장님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냄새가 난다고 후미 팀의 접근을 불허했다.
중고개재는 사거리길이며 오른쪽으로는 장수군 지지리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함양군 중기마을에서 이 곳으로 바로 올라올 수가 있는 길이다 중고개재는 지지리 방향이나, 중기 마을 방향이나 잡풀만 가득하고, 길은 대간 길만 또렷하다.
바로 695봉으로 출발을 했다 그기 까지만 가면 바로 밑이 오늘의 마루금의 최종 목적지인 중재다.
다시 조금 가파른 경사를 오른다. 식은 땀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바로 755봉에 올랐다.
이제부턴 완만한 능선을 오르다가 또 내려가고 또 오솔길을 가기도 한다 양지바른 등산로는 마치 밀가루 반죽으로 포장해 놓은 듯 부드럽다. 시간 상으로는 695봉이 나타나야 되는데 보이질 않는다.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진달래도 여기 저기 보이기 시작하고,
< 꽃망울을 터뜨린 진 분홍 진달래..... >
그 사이 집사람은 간식이 부족했던지 진달래를 따 먹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늘은 집사람이 분홍색 진달래 옷을 입고 온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들 진달래 맛을 보려고 한명, 두 명, 애를 쓰며 진달래 나무에 달려든다. 키 작은 사람은 밑가지를, 키 큰 사람은 높은 가지의 진달래를 따 먹는다. 물론 키 큰사람이 낮은 것마저도 다 따먹는 얌체도 보인다. 아마 신마산 팀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걸음으로 산보하듯 걸었다. 몸의 컨디션도 생각보다는 가볍다. 갑자기 사장님이 걸음을 멈춘다. 왼쪽 길가에 하얀 꽃들이 작은 군락으로 옹기종기 피어있는데 너무 아름답다. 이름을 알아보려고 꽃 박사님을 찾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나중에 알아보니 산에서 자다가 내려와 피었다는 산자고 이였다.
< 이번구간 야생화의 백미 “산자고”>
한참을 가다가 사장님이 695봉이란다. 너무 오랜만에 온 때문인가? 조금은 자신이 없어 보인다. 그럼 바로 중재가 보여야 하는데 보일 기미가 없다. 좌측으로 가옥과 아래에는 중기마을도 내려다 보인다
다시 자그마한 봉을 두어 번 오르고, 마지막 능선을 오르자 송림으로 둘러싸인 695봉이 보인다. 도착시간은 예상보다 10분이 더 걸린 14시15분이었다
마지막 내리막으로 5분 정도 내려가자, 눈에 익은 길이 아래쪽으로 보이고, 경사 길인 소나무 숲을 벗어나자 경운기가 다닐 수 있는 길도 보인다. 마지막 산죽의 환송을 받으며, 이름 모를 산소 1기를 지나자 마자 오늘 마루금의 최종 목적지인 중재(650m)에 도착했다. 시간은14시25분이었다.
< 중재에서 마지막휴식.... 오늘의 마루금은 여기까지이다>
지난번에 탐스럽게 피어있던 버들강아지는 흔적 없이 가지만 앙상하고, 대간 안내 판만 조용히 중재를 알리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온 대간 종주 군을 만났는데,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육십령에서 출발했다고 얘기해 주었더니 존경 서러운 눈으로 처다 보았다.
지난번에는 오른쪽 중기마을로 내려갔고, 이번에는 왼쪽의 중기마을로 내려갔다. 시간은 14시30분이었다.
사장님을 포함한 선두가 먼저 중기마을로 하산을 시작했고, 후미도 바로 출발을 하였다. 오늘 산행은 특히 나에게는 힘든 하루였다. 몸의 식중독이 조금은 땀으로 빠져 나간 듯하여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
산죽 밭을 옆으로 끼고, 비포장 도로 옆으로 흐르는 개울의 물소리가 지난번 보다 더 크게 들린다. 단지 아직도 황사가 한적한 시골풍경을 안개 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한 25여분 걸었을까? 중기 마을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 오른쪽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입산 통제인데도 오늘은 많은 팀들이 산을 오른 모양이다. 중기마을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여러 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대간 팀답게 백운 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깨끗이 포장된 시골 길을 여유작작하게 내려오면서, 이번에는 개울을 건너 지름길로 방향을 바꾸어 하산했다. 개울을 건너 뒤를 돌아보니 동네전체가 산수유 마을이다.
지난번에 냉이를 캔 길가 논두렁에는 냉이가 이미 하얀 꽃을 피워 나물로써의 삶을 다 한 것 같고, 노란 꽃 다지 무리 속에 뒤 석여있었다. 백운 산장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15시 30분 이었다.
오늘은 토종 닭 대신 진한 된장국이었는데 맛은 청국장이었다. 그러나 9대 종부 김순성님이 화살나무에서 직접 따고, 삶아서 깨소금과 참기름을 무쳐 내어놓은 화살나무 새순인 홋잎 나물은 일품이었다.
< 홋잎나물을 뜯는 이동배님 내외분....>
화살나무는 줄기에 붙어 있는 날개의 생김새가 특이해서 '귀신이 쏘는 화살'이란 뜻으로 한약 명으로는 '귀전우(鬼箭羽)'라고 불린다. 화살나무는 높이는 3m가량으로 산이나 들에 흔히 나는데 우리나라 민간에서 식도암, 위암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널리 알려진 식물이다.
이 맛있는 나물을 한정구님과 꽃박사 이영수님을 위해 조금 남겨두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더운 날씨에 나물이 상할 것 같아, 아마 이동배님이 마무리 한 것으로 기억된다. 너무 많이 먹은 탓에 홋 나물 향기는 서울에 도착 할 때 까지도 내 입가에 맴돌고 있었다.
귀가 길 버스 안에서는 한정구님이 꽃 박사님한테 꽃 교육을 받으시는데 가만히 엿들어보니 지난번 교육내용을 또 반복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대강 씻고, 몸은 피곤했지만 병원에 문상을 갔다. 새벽 1시경 병원문을 나서는데, 황사를 청소해 주려는 듯 고마운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해주신 사장님과 승우 여행사 직원 여러분 특히 대타로 나오신 헤비급인 이기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4월 23일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2006년 04월12일 사무실에서
사진: 한 정 구 글씀: 여 사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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