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소녀의 눈망울을 가진 올리비아에게
오늘은 8월 12일. 유난히 더웠던 한국의 여름이란다. 역시 오늘도 무척 덥구나. 아마 그곳 시드니는 지금쯤 조금은 쌀쌀한, 어쩌면 시원한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 웃음이 지지 않았던 너의 눈망울만큼이나 여전히 건강하겠지?
너와의 첫 만남 후 sns와 연락처정도만 나누고 헤어진 지 어느 덧 6개월이 넘었구나. 어제부터 가족과 함께 한국 동해안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가 지금 막 돌아온 길이야. 돌아오면서 평창 대관령에 잠시 들려 아들과 경치를 구경하다가 너와의 약속이 문득 생각나 이렇게 편지를 쓴단다.
유쾌한 올리비아!
기억나니? 2015년 1월 26일 시드니 올림픽파크에서 나누던 이야기들을……. 호주 여행 중 한국과 이라크의 아시안컵 4강전을 응원하며‘대~한민국’을 너무 크게 외쳤던지, 나를 보며 살며시 웃으며 네가 건넨 말은 ‘대~ 한민국’은 어떤 뜻이냐는 것이었어. 그것에 대해 아내를 통해 대답을 하고 나서부터는 같이 한국을 응원하기 시작했지. 편지를 쓰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는구나. 우리가 먼저 1득점을 올렸을 때 너무 기뻐 너를 얼싸 안았던 일, 너의 ‘대~ 한민국’ 발음이 이상해 내가 몇 번이고 가르쳐 주던 일 등. 축구 경기 후 너와 VB를 함께 마시며 그레이트 오션로드와 블루마운틴, 트렘과 로얄보타닉가든,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여유로운 공원의 호주인들에 대한 칭찬을 하고 나자 네가 말했잖아. 한국을 알려달라고. 한국은 어떠하냐고. 그때 아들이 보채는 통에 나중에 답변해 주겠다며 자리를 일어서고는 그 약속을 이제야 지키려고 한단다.
그리웠던 올리비아!
앞으로 몇 번 편지를 더 보내고, 다른 이야기를 더 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너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우선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평선이 펼쳐지고 블루마운틴처럼 거대한 산이 땅과 평행을 이루는 호주와는 달리 한국은 매우 산이 많고 험하단다. 그로 인해 호주와는 또 다른 산의 아름다움이 있단다. 산에 오를 때면 높은 고개에 빗기어 내려오는 햇빛을 만나고는 한단다. 그 상쾌함은 경험하지 않고서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란다. 평창은 그런 높은 산에 펼쳐져 있는 곳이야. 겨울에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데, 눈이 내린 평창은 또 다른 절경을 보여준단다. 나무 마디마디에 눈꽃이 피어나는 모습이랄까?
지금쯤 살며시 웃고 있을 올리비아!
평창은 인구가 5만도 되지 않는 작은 촌락 마을이란다. 그런데 그런 작은 촌락에서 2018년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 믿겨지니? 이것은 평창이 그만큼 동계 스포츠에 어울리는 장소이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평창 사람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염원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기도 한단다.
대한민국은 스포츠를 매우 좋아하고 또한 스포츠 강국이기도 하단다. 너를 처음 만난 날 내가 목쉬도록 ‘대~한민국’을 외치던 모습을 기억하지? 난 그저 대한민국에서 매우 조용하고 평범한 사람이란다. 이미 한국은 1988 서울올림픽, 2002 월드컵,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개최했으며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단다.
사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까지는 평창에 펼쳐져 있는 대관령의 높은 산맥만큼이나 험난했단다. 2010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밴쿠버에 3표차이로 밀려 떨어졌고,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또한 희망했으나, 그때는 러시아 소치에 4표차로 패배했었지.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민은 포기하지 않고 평창에서 2018 동계올림픽이 반드시 유치되기를 희망하고 염원했단다. 그리곤 결국 이루어냈지. 이것이 대한민국의 모습이란다. 한국전쟁을 겪고 매우 가난한 나라였으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단다. 물론 호주 국민처럼 여유로움을 아직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올리비아!
난 이번 2018년에 네가 한국 여행을 계획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평창에 와서 동계올림픽을 관람하고, 평창과 내가 사는 강원도를 너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물론 호주가 동계올림픽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평창에서의 뜨거운 열정을 너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맑은 물과 가파른 고개에서 십전대보탕(한국의 차)의 깊은 향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다. 호주인의 여유로움과 대비될 수 있는 열정의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평창의 고요함, 산새의 지저귐, 산맥의 근엄함이 보내는 울림소리, 한국인의 뜨거운 함성소리, 이 모든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우는 평창에서 함께 산을 오르며 한국의 5천년 역사만큼이나 웅대한 소나무의 거친 줄기를 만지게 하고 싶다. 입 안에서 바로 흐트러지며 사라질만큼 부드러운 한우의 맛, 높은 산에서 길러지는 곤드레나물밥의 맛, 한국인의 열정만큼이나 매우면서도 달콤한 고추장을 한 움큼 넣은 산채비빔밥의 맛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다.
올리비아!
가끔 너를 생각할 때면 크지 않은, 그러나 너무도 유쾌하게 웃던 너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웃음 속에서 너무 순수하고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너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그런 너에게 평창과 평창동계올림픽은 분명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날을 생각하니 너무 설레고 가슴이 떨린다. 한국을 응원하고 너를 우연히 안았던 그 순간만큼이나 떨린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이제 시드니는 조금씩 겨울이 끝나고 아름다운 봄이 시작되겠구나. 달링하버에서 달콤한 여유를 즐기고 있을 올리비아의 모습이 떠오른다. 항상 웃는 모습 잃지 말고 다시 편지할 그 때까지 잘 지내렴.
-2015년 8월 12일 수요일
강원도 평창을 다녀온 후 올리비아가 무척 그리운 상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