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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 雲 文 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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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집 소개 스크랩 우리詩 7월호와 석곡란
최재경 추천 0 조회 70 11.07.12 05:2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루한 장마 중 생명과 자연과 시 ‘우리詩’ 7월호가 상큼하게 단장을 하고 나왔다. 속표지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가 고향을 생각하게 하고, ‘우리시 칼럼’에서 이대의 주간의 ‘문학상 심사위원, 이제는 소신과 용기가 필요하다’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임보 선생의 ‘나의 문청시절 - 오만과 불손의 계절’이 흥미를 끈다.


 이달의《우리詩》신작시 26인선에서는 문효치 추명희 정순영 김동호 정해송 박옥위 김소해 변종태 박정원 문순자 한옥순 박수빈 김세형 윤석정 김서은 김정원 김숙 임형신 정희경 이동훈 김윤숭 박승출 이강하 김춘순 류흔 최정연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시에서 길을 찾다’는 조창환 시인편으로 박해림의 해설 ‘정결한 평화, 그리고 사랑의 길’을 덧붙였다.


 특별 연재 1은 ‘모든 살아가는 것들의 향토사’라는 제목으로 하종오 시인의 ‘봄비의 향토사’ 외 5편을 기획 연재(47)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는 양승준 ‘길 없는 곳에서 길 찾기’, 홍예영 ‘사물에게 말 걸기’, 민문자 ‘아, 어머니’를, 신작소시집으로 장혜승 ‘배릿하다’ 외 4편과 시인의 에스프리 ‘고생도 추억으로 하면 기쁨이다’와 조성림 ‘입춘에 매화를 걸다’ 외 4편과 시인의 에스프리 ‘농부와 새와 빈 그릇의 마음으로’를 실었다.


 기획 연재 ‘시·시인 그리고 사람’은 이성선 시인편으로 최명길 시인의 ‘늦은 도시락과 나뭇잎 하나’를, 기획 특집으로는 부산시인 22인의 작품을 묶었는데, 박응석 김영준 김석규 이상개 유병근 박청륭 강영환 이문걸 백영희 김참 장영희 문인선 손순미 조규옥 박춘석 김다희 신정민 강정이 이초우 정혜국 이정모 서경원 등 제 시인들의 작품을, 기획 연재는 ‘시로 쓰는 사계四季’로 정호 시인의 ‘구름산의 여름과 매미’를 영미시 산책(48)은 백정국 역으로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인빅투스’를 싣는 등 어느 호보다도 알뜰하다.


석곡(石斛)은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20cm 정도이고

잎은 어긋나며, 5~6월에 흰색이나 연분홍색의 꽃이

2년 전의 원줄기 끝에 핀다. 줄기와 잎은 건위 강장제로 쓴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번 나온 시집을 읽고, 마음에 드는 시 9편을 골라

연분홍빛의 도는 황홀한 석곡과 함께 올린다.



 

♧ 쌀잠자리 - 문효치


그 그림 속의 잠자리

날개에서 땀이 난다


푸른 물감으로 그린 소년의 꿈을

가득 싣고 하늘을 날 때는

보이지 않던 날개가


다시 내려와 삭정이에서 쉴 때

분명히 보였다


줄기줄기 힘줄이 돋고

가쁜 숨과 함께 핏줄이 뛴다


누군가를 향해

쌀잠자리는 그렇게

땀이 나게 날았었구나


잠자리의 날갯짓 하나

닭의장풀 꽃잎 하나에도

우리들의 꿈은 숨 쉬고 있었던 것을



 

♧ 도다리쑥국 - 추명희


인생 쓴맛

비로소 알아갈 무렵

뜨거운 국

‘아, 시원타’ 마시며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있다


‘너 없어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말

외로워 서성일 때

도다리쑥국 한 그릇

쓰라린 내 몸을 일으킨다


파릇한 기대가

목구멍으로 밀려온다

‘아,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구나’


위로 받고 싶어

서성이던 이여

남해 섬마을로 가라


겨우내 언 땅 녹이고

태어난 새봄 해쑥처럼

내 몸 어딘가에 숨은

약속 살아나리라



 

♧ 칼집 - 박정원


 들이대거나 꽂는 것

 짧고 예리한 촉심을 혓바닥 한가운데 박는 것


 누가 먼저 날을 갈았는가


 조립되지 않은 말의 첫촉을 입술에서 떼어내는 순간


 으아리 꽃잎이 나비처럼 흩어진다 어름치가 어룽어룽 나뭇잎으로 반짝이다가 치솟는다 밟지도 않는 그림자가 잽싸게 강물 속으로 뛰어든다


 나는 당신이 만든 집


 매운 연기가 눈물을 들었다놨다 한다 잠겨 있던 먹장구름이 강물을 죄다 들이켠 채 어둑 공중으로 꼬리를 감춘다

 

 3단배열의 자판 소리가 토독토독 6단 9단 12단으로 에워싼다

 열 손가락이 찌르고 한 입으로 해체하고 두 눈이 벌겋게 나를 먹어치우는 밤


 말 속에 열쇠를 넣고 자물쇠를 채운다 벼리는 칼을 버린다고 밤새도록 워딩한다



 

♧ 아버지의 산 - 임형신


 새터로 이사 온 날 아버지는 앞산을 가리키며 "저기 산이 안 있느냐"시는데 여남 살 먹은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살아오다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야 알아듣고 기억속의 산  하나 복원해낸다


 눈에 갇혀 있는 노령蘆嶺의 순창 쌍치 국망봉 아래, 해묵은 할머니 기침소리만 남겨두고 대처로 떠돌던 아버지가 내려놓고 다닌 산, 역천逆天의 길을 버리기가 그토록 어려웠던가 천방지축 길 아닌 길로만 다니다가 잔주름으로 여위어가는 아버지의 산 앞에 다시 서 있다


 아버지가 두고 간 산을 읽는다 상형문자로 집자 된 궁궁을을弓弓乙乙 아침마다 외우던 푸른 주문 몇 가닥 등고선에 걸려 있고 그 옆에 내 마음 속 깊은 골 작은 산 하나도 따라와 큰 산 옆에 누워있다


 한번 다녀오면 반년은 넉넉히 견딘다는 단목령檀木嶺 지나 쇠나드리 벌에 있는 누이의 가을 산도 따라와 있고


 아버지의 손가락 끝에 붉은 산은 매달려 있다

 

 

♧ 영혼의 서역西域 1 - 양승준


내 영혼의 서역엔

타클라마칸사막 같은 폐허가

온종일 강물처럼 누워 있다

찌르레기 한 마리 날지 않고

측백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고

이따금 황사 바람만이

내 영혼의 빈 곳간을 채우는 곳,

어둠 속 그 어디엔가 있을

너를 향한 사랑이

새벽 무렵 한바탕

방울뱀처럼 울고 나면

내 온몸으로 만들어낸

사행蛇行의 무늬 진 흔적에는

슬픔이 눈처럼 내려 쌓이고

비로소 나는 어둠이 된다


오늘도 나는 그곳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기다린다



 

♧ 소금이 오다 - 조성림


서산바다에 매화가 손끝으로 올 때쯤이면

그 볕을 업고

봄도다리 오는 바다자락을 잘방발방 끌어들여

염전에 펴놓고는

한 해 농사가 끝없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루 종일 바다를 펴고 당기기를 수도 없이

그 옛날 수차를 밟아대듯 한 땀 한 땀,

등에 소금이 뜨끔 도달할 때쯤이면

염전에도 소금꽃들이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나거늘

뜨거운 절망 끝에 다다라서야 오는 저 꽃들이

오늘 여자이듯 눈부시다

 

 

♧ 세인트헬레나 섬의 오월 - 김참


 해변의 높은 하늘에 깔린 뭉게구름을 뚫고 비행접시가 날아다니는 한낮입니다 햇살은 푸른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가 연립주택 삼층에 누워있는 외계인들의 불룩한 배를 비춥니다 정오가 되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 왕진을 옵니다 삼층에서 귀가 넷 달린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의사선생님이 가위를 들고 아이들의 탯줄을 자릅니다 탯줄 잘린 아이들은 마룻바닥에 누워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합니다 나는 어두운 방에 엎드려 울음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방바닥에 귀를 바짝 붙이고 있으니 전화선을 타고 온 작은 소리가 수화기 끝에서 커다랗게 터집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 방 유리창에 죽은 낙지들이 붙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머리 둘 달린 외계인들이 해변으로 쏟아져 나와 백사장에 크고 작은 발자국을 찍어대는데 어떻게 하나요 귀가 넷 달린 외계인들이 광선총을 들고 백사장을 뛰어다니며 멍게와 다시마를 주워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뭉게구름을 뚫고 황금빛 비행접시들이 끝도 없이 내려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 머리통이 무화과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붉은색으로 익어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사월 - 손순미


 꽃핀 나무가 부르르 떨고 있다 봄이라는데 춥다, 덥다 오골오골 귓바퀴가 끓는다 잎이라도 돋아날 것처럼 간질거린다 바늘에 꿰어나온 듯 사방에 꽃이 돋아난다 봄의 허공에 붉은 빛을 쏘아올린다 입고 있는 흰옷에 탄흔이 묻어난다 하얀 실벌레가 허공에서 꿈틀거린다 키우던 암탉이 쫓아가다 나자빠진다 건너편 나무에 혼자 살던 새가 가지를 옮겨 건너온다 지저귈 장소를 찾지 못해 허둥댄다 바람이 검은 비닐봉지를 부풀려 공중으로 몰아간다 머리통 하나가 허공으로 달아난다 내 몸의 머리통을 어른, 확인해본다

 소란스러운 봄의 고요가 시작되었다



♧ 기도 - 강정이


한 장 소지(燒紙)로 섰습니다


이리 가벼워지기까지

참 많은 나를 버렸습니다

연지분 버리고

온 몸에 옹이진 못자국

분노도 버렸습니다

이제 나를 태우리니

지난 날 숨막히던 한숨일랑

연기로 날려 버리소서

타고 남은 재는 거름이 되리니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 뿌려주소서

그 땅에 다시

집을 세우고 꽃나비 춤추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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