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케기는 산삼이 있는 지형을 읽을 줄 알아야
산삼캐기를 위한 산행은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정찰과 과학적인 판단이 앞서야 한다. 옛날 심마니들처럼 꿈이나 영감에 의한 산행은 한마디로 무모한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산삼은 심산유곡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산삼은 과거에 인삼농사 경력이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산삼은 산삼의 열매가 되었든 인삼의 열매가 되었든 삼씨가 떨어지는 곳에 있다. 삼씨는 8월경부터 빨갛게 익는데 이것을 까치나 비둘기, 꿩 같은 조류가 따서 먹고 날아가서 배설하는 곳에 산삼이 자란다. 물론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고 있는 천연 산삼이 열매가 떨어져서 산삼이 자라면 더없이 좋겠으나 소위 천종(天種)이라는 산삼은 거의 멸종되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인종(人種)이라고 하는 재배인삼의 열매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심마니들에 의하여 채취되는 산삼은 인삼농사 경력이 있는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다. 꿩은 산자락 근처에 있는 잔솔밭이나 야산에서 살고, 까치는 마을 근처에 있는 잔솔밭이나 야산에서 살고, 또 까치는 마을 근처 나무 위에서 산다. 이러한 조류는 삶의 근거지에서 그리 먼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까치나 꿩 같은 조류는 행동반경이 2km 이내라고 한다. 마을이나 농토 근처에 사는 조류는 절대로 높은 산이나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높은 산에는 새매나 독수리 같이 사나운 조류들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먹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와 같은 조류들은 항상 깃드는 나무가 있고 즐겨찾는 영토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산삼이 많이 나는 지역은 인삼농사의 경력이 없는 지역이거나 설악산, 한라산같은 명산의 심산유곡이 아니다. 산삼은 몇십년 전에 인삼농사 경력이 있는 지역에서 새들이 자주 깃드는 곳에 자생하고 있는 것이다. 조류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해서 꼭 산삼이 자라는 것은 아니다. 조류의 배설물로 떨어진 삼씨가 발아해서 성장하기까지는 까다로운 조건이 따르는 것이다.
[삼의 자생조건] 첫째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어야 한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무더운 곳에서는 산삼이 성장할 수 없다. 여름이나 겨울철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어야 한다. 산 중심에서 동쪽과 북쪽의 사이에 있는 산의 경사면이 좋다. 둘째로 반양반음(半陽半陰)의 땅이어야 한다. 너무 건조해도 산삼이 자랄 수 없고 너무 습해도 산삼이 성장할 수 없다. 적당히 건조하고 적당히 습한 지역이어야 하는데 이런 곳은 동북간에 있는 산에 침엽수와 활엽수가 2대 3으로 배열된 곳이다. 셋째로 남동간에 있는 산이라도 그 아래 큰 냇물이 흘러서 시원한 바람이 몰아치는 곳이면 그 아래에 큰 하천이 있으면 산삼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방향, 나무열매, 물과 바람이 산삼 성장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이러한 조건이 맞으면 산삼이 있고 이러한 조건에서 벗어나면 산삼은 흔치 않다고 하겠다. 이러한 조건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때는 낙엽이 지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라고 하겠다. 산삼캐기를 원하는 채삼꾼들은 고사를 지내고 좋은 꿈꾸기를 기다리기에 앞서 동절기에 정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산삼캐기는 군작전과 같이 정찰, 작전계획, 실전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 전투에서는 적진을 알아야 승리하는 것처럼 산삼캐기는 산삼이 있는 지형을 읽을 줄 알아야 좋은 결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산행 준비물] 산삼을 캐기 위한 산행은 등산객들의 산행과는 다르다. 등산객은 등산로를 따라 진행되고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면 동행하는 등산객들이나 아니면 다른 등산객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등산로에는 언제나 오고가는 등산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염치없는 사태가 벌어져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준비가 소홀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삼을 캐는 채삼꾼들은 예기치 않았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산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맹수나 독사, 벌 같은 동물을 만날 수도 있고, 험난한 지역에 들어가서 보행이 어려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산삼을 발견해도 나무뿌리 사이에 있거나 바위사이에 있어서 채취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으로부터 닥쳐오는 난관을 극복하고 산삼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채삼꾼들의 산행에 필요한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0. 복장 - 등산복 차림이 좋다 0. 신발 - 방수가 되는 등산화가 좋다. 0. 모자 - 채삼꾼은 밀림 사이를 다니기 때문에 모자가 필수적인데 밀짚모자가 좋다. 맹수를 만났을 때 자신을 동물에게 크게 보임으로서 공격을 면할 수 있다. 0. 나침반(gps) - 산행을 하다가 방향을 잃었을 때나 외지에서 산삼이 있는 동북간을 파악하지 못할 때 필수적이다. 가리산(휴대폰도 터지지 않음) 등 깊은 산에서 길 을 잃어도 절대 미아가 되지 않는다. 0. 등산용 지팡이 - 산행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다. 뱀이나 맹수를 물리칠 때도 필요하지만 산삼을 캘 때 곡괭이로 쓸 수 있다. 등산용 지팡이가 없으면 현지에서 막대기를 만들어 지팡이겸 다목적으로 사용하면 좋다. 0. 비닐우의 -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을 때 몸을 보호할 수 있다. 일회용 우비는 항상 배낭에 준비하고 다닐 일이다, 부피도 작다. 0. 무전기 - 깊은 산에서 등성이 하나만 넘으면 나무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핸드폰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채삼꾼이 되려면 무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0. 곡괭이 - 산삼이나 더덕을 캐는데 꼭 필요한 도구다. 스텐으로 지팡이와 곡괭이 기능을 갖춘 지팡이를 만들어서 소지하면 더욱 편리하다. 사실 산삼이 있는 지역은 토질이 좋은 편이므로 잘 켈수 있다. 0. 톱 - 나무뿌리 사이에 산삼이 자라고 있는 것을 안전하게 캐기 위해서 필요하다. 0. 등산용 칼 - 비상시를 위하여 준비해야 한다. 0. 반 코팅장갑 - 가시나무 많은 곳을 지날 때 꼭 필요하고, 방수도 되고 장갑 수명도 오래간다. 0. 배낭(망태) - 산삼을 캐서 이동하는데 필요하다. 이끼에 싸서 가져오면 좋고 이끼가 없을 때는 고사리를 많이 꺽어서 감싸오면 습기가 유지될 수 있다. 0. 칼, 고무밴드, 소독약 - 벌과 뱀에 물렸을 때 응급조치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0. 물 - 산행을 하면 땀을 많이 흘리고 갈증이 생겨서 물이 꼭 필요하다. 무겁다고 조금가져가지 말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 0. 모종삽 또는 곡괭이 - 산삼을 캘 때 아주 편리하다.
[산삼캐기] 산에 가서 산삼을 캐려면 산삼의 형체를 알아야 한다. 허준(許浚)은 내의원에서 발간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인삼(산삼)은 세 줄기에 다섯 잎이 양(陽)을 발하고 음(陰)을 등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것은 요즘 말로 말하면 인삼은 3지5엽(三枝五葉)이라고 하였는데 잘못 기록한 것이다. 알다시피 인삼이나 산삼은 모두 한 종자로서 생김새가 모두 같다. 다만 성장 연수에 따라 3지 5엽짜리 뿐만 아니라 4지 6엽짜리도 있고 5지 7엽 짜리도 있으며 7지 5엽짜리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어린 것은 1지 1엽도 있고 2지 3엽짜리도 있다. 산삼은 땅 위로 솟아오른 줄기 끝에 가지(枝)가 있고 가지 끝에 잎새가 있다. 잎새는 하나짜리에서부터 햇수를 더하면서 늘어나서 한 가지에 일곱 잎새도 있다. 그리고 3지(三枝)가 생기면 줄기의 중앙에서 꽃대가 나와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산에서 산삼을 발견하려면 잎새의 모양을 보고 찾는 방법 밖에 없다. 처음으로 산행에 나서는 사람은 산삼의 잎새를 기억해두어야 한다. 산삼의 잎새는 쉽게 말해서 인삼의 잎새와 똑같다. 다만 산삼이 서 있는 모습이 인삼은 삼칸에서 들어오는 쪽으로 몸 전체가 굽어있는 반면에 산삼은 하늘을 향하여 꼿곳하게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 기품이 있게 보인다. 산에 가면 산삼의 잎새와 유사한 풀잎이 많이 있다. 오가피(五加皮)나무 잎새는 산삼의 잎새와 너무 비슷해서 심마니들도 속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 어린 드릅나무 잎새와 어린 개옷나무, 어린 떡갈나무 잎새들도 잠시나마 산삼 잎새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산삼의 형체를 확실히 머리에 입력시켜두지 않으면 산행은 허사로 돌아간다. 그리고 산삼의 성장 연수에 따라 형체가 다양하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 |
출처: 풀과, 꽃과, 나무와, 시와, 그리고 사람 원문보기 글쓴이: 나무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