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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09
S#1. 선재 집 앞. 이른 아침.
-혜원, 기다리고, 콜택시가 온다.
혜원이 타려는데, 선재가 철문 열고 튀어나온다.
-혜원,택시 타면서 짧은 순간 선재를 본다.
-택시 떠나고, 선재, 한참 서 있다.
S#2. 선재 방.
-선재, 들어온다.
-문자. 낯선 번호에서 긴 문자 들어와 있다.
혜원 소리 : 나, 오혜원. 일하러 간다. 이건 내 개인 전용 번호야.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선재 : (다른 채널! 비밀 통로!)
혜원 소리 : 난 니 집이 맘에 들어. 어제, 나 혼자서 들어 갈 때는 좀 겁이 났지만.
S#3. 회상. 어젯밤.
-우산 쓰고 철계단 첫 칸 딛는 혜원.
-계단을 지나...
-철문을 들어서서, 우산을 접고,
-어두운 통로,
-뭔가 떨어지는 소리에 잠깐 놀라기도 하고,
혜원 : 위험했지. 가파르고, 비가 와서 미끄럽고... 다시 내려갈까, 계단 하나마다, 망설였어... 그런데 그 순간에도, 넘어지면 안된다,
혹시라도 다리가 부러지면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조심했단다...
그렇게 계단을 무사히 올라, 어둡고 비좁은 통로를 지나가는데...참 좋더라. 여기를 지나면 니 집에 들어간다는 게...
S#4. 회상. 선재 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혜원. 어둠 속에서 한손으로 벽을 더듬는 혜원.
-스위치 켜고, 따뜻하게 드러나는 방. (어쩐 일인지 자바라는 열려 있다)
-멍하니 서 있는 혜원. 젖은 우산과 열쇠를 쥔 채.
-말끔히 치워진 방.
혜원 소리 : 불을 켜구, 하마터면 울 뻔 했어. 이게 집이지... 집이란 이런 거지...
나는 어디서나 주로 서 있고, 때로는 구두를 신은 채 자는 사람이잖니...
S#5. 선재방. 현재.
-싱트대 앞에 기대 앉은 선재. 손에는 핸드폰.
혜원 소리 : 그 공간이 온전히 나한테 허락 된 것 같았고, 너희 어머니께 감사했어. 그래서 내 맘대로 막 왔다갔다 했어...
아, 너 잘 때 사발면 먹었다. 후룩거리면 너 깰까봐 옥상에 나가서.
-휴지통에 두 번 접은 사발면 그릇.
S#6. 어젯밤 옥상. 새벽.
-푸릇한 하늘.
-혜원(머리 묶고 선재옷 입은), 샌드백 옆에 앉아 사발면 후룩후룩.
앞에 놓인 상자(술병 박스)에는 생수병과 컵.
혜원 소리 : 뭘 그렇게 맛있게 먹어 본 게 얼마만인지 몰라... 니가 한 말이 생각나더라. 어깨가 빠지도록 연습하면서
라흐마니노프를, 파가니니를, 끝까지 즐겨주는 거...최고로 사랑해주는 거...그게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났어.
난 참 이상하게 살잖니...그래서 인제 나는, 니 집을, 너라는 애를...감히 사랑한단 말은 못하겠어. 다만, 너한테 배워볼게.
-다 먹고 거리 내려다 보는 혜원.
S#7. 선재 집.
혜원 소리 : 그러니 선재야, 영어 독일어 잘 못해도 한없이 총명한 선재야, 부디 냉정하렴. 세상에서 이건 죄악이고,
너한테 아주 해로운 일이고, 불륜... 지혜롭게 잘 숨고, 네 집과 너 자신을 지켜줘. 더러운 건 내가 상대할게.
그게 내 전공이거든...많이 오글거렸지? 인제 손발 펴구 아침 먹어.
-이런 고백이라니, 선재, 꾹 참고 있다가 한 손으로 혜원의 새 번호 저장하며 눈물 쓱 닦는다. WHO(혜원 이니셜 거꾸로).
S#8. 거리. 택시 안. 아침.
-혜원, 서둘러 화장하는데, 아이라인 자꾸 비뚤어지고 눈물에 뭉개져서 화장솜으로 자꾸 닦아낸다.
S#9. 혜원 침실. 아침.
-파우더 룸. 준형, 출근 준비.
-혜원의 침대, 다린 듯이 말끔하다. 준형 침대는 자고 나온 흔적.
S#10. 거실/주방.
-준형이 식당 쪽으로 들어선다. 커피 주전자와 빈 커피잔, 과일 접시 등, 1인분만 차려져 있다.
-주방의 미순, 토스트 꺼내 접시에 담는다.
준형 : (식탁 위 보고는) 이 사람 일찍 나갔어요?
미순 : 네, 아침 한남동에서 하신다구.
준형 : (앉는다) 나가는 거 봤어요?
미순 : 아니요, 문자 왔어요. 깨우기 미안해서 그냥 나가셨다구.
준형 : (커피 따르는. 머리 좋군)
S#11. 서회장 거실. 아침.
-혜원이 들어온다.
왕비서, 아침상 차리는 도우미 거들다가
혜원 : 안녕.
왕 : 어서와.
도우미 : 어서 오세요.
왕 : 친정서 잤니?
혜원 : 형부 혼자 있는 친정을 뭐 하러 가.
왕 : 옷이 어제랑 같아서.
혜원 : (천연덕) 어, 그렇게 됐다. 늦어가지구 막 집어 입다보니. (등줄기 서늘. 이런 게 다 단서가 될 지도 몰라)
-서회장과 성숙 들어온다.
왕비서와 도우미는 목례만 하고, 혜원은 명랑하게 인사.
혜원 : 안녕히 주무셨어요.
서회장 : 그래.
성숙 : (반지 낀 손 들어보인다) 어때? 회장님이 나한테 서프라이즈.
서회장 : 험,
혜원 : 두 분 다 멋지십니다. (대단하다, 한성숙)
-조금 후 셋, 식사 하면서.
-혜원은 거의 먹지 않고 답변에 충실.
성숙 : 영우 회사, 자리 잡을래면 3,4년 봐야겠지?
혜원 : (서회장 의식) 글쎄요,
서회장 : 하기 나름이지 뭐. 장사는 무조건 부지런한 게 젤이야.
성숙 : 영우가 부지런 하길 바랄 수는 없구, 오실장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서회장 : (혜원을 힐끗) 경영 관리팀 파견했는데 뭐.
성숙 : 재단에서 지분 넣으믄 안될까? 기금 확보 차원 수익 사업으루.
서회장 : 당신두 참, 어째 혜원일 말루만 아끼나. 사람 잡을 참이야?
혜원 : (웃음) 감사합니다. 궤도에 오르면 그 때 참여하시죠. 아직은 이르다구 생각합니다. (내 계획이 있거든?)
서회장 : 그렇지.
성숙 : (둘을 동시에 일별) 하긴, 영우가 파르르 할 거다 그치?
혜원 : (웃음)
S#12. 선재 계단/ 통로/ 집 앞. 아침.
-선재, 전등 갈아 끼우고, 호스로 물 뿜어 청소. 시꺼먼 먼지 때가 콸콸 씻겨내려간다.
S#13. 선재 방.
-책상 앞의 선재, 가방에 악보집 넣는다. 단정하게 입었다. 준형을 만나야 하므로.
오늘의 숙제. 가장 난처한 일. 준형이 준 책들 중 하나 집어들고 목차 보다가 내려놓는다.
-가방 닫고 컴퓨터 끄려다가, 자판 위에 손 얹고 망설. 검색창에 ‘불’과 ‘ㄹ’ 쳤다가 지우고 돌아선다. (‘불륜’을 치려고 했다)
-그동안 봐온 준형의 모습들 스친다. 주로 장광설 늘어놓는.
S#14. 거리. 성숙 차 안.
-성숙, 혜원, 왕비서, 기사.
성숙 : 저번 날, 영감이랑 뭐 딴 얘기 없었니?
혜원 : (웃음) 왜 없었겠어요... 영우 회사는 목적이 따루 있으니까, 해외 투자를 받는 걸로 하라구.
성숙 : 해외라니.
혜원 : 투자사 등록해놓은 거 있잖아요. 싱가폴에.
성숙 : (유령회사?)
혜원 : (끄덕 하고는) 말하자면요.
성숙 : 미안하다. 나 잠깐 너 의심했는데. 이렇게 솔직히 말해주다니. (배신하면 알지?)
혜원 : (미소) 당연히 의심 하셔야죠...
성숙 : 그래... 자기를 믿어달라구 하는 사람 중에 태반은 사기꾼이야. 바보거나.
혜원 : (웃고는 태블릿 보여주며) 그래서 이런 몇 가지 경로를 제시했어요...
성숙 : (들여다 보며) 이건 뭐 거의 현금 창고네.
혜원 : 네...
성숙 : (흡족한 척. 혜원의 허벅지 살짝 꼬집는다) 실시간 보고 할 거지?
혜원 : 열어 두겠습니다.
성숙 : 어, 참 이선재 말야.
혜원 : (괜히 쿵) 네.
성숙 : 예심 결과는 언제 나오지?
혜원 : 매년 다르죠. 신청자가 많으면 결선 석달 전에 나기도 해요.
성숙 : 그럼 미리 쌍꺼풀 수술이라도 해줄까?
혜원 : (얼결) 그 애 눈 이쁜데.
왕비서 : (힐끗)
성숙 : 그런 거야?
혜원 : (수습) 그것두 아시안들 매력이구, 유럽 쪽에선 호감도가 높거든요. 또 괜히 손대서 자기 색깔을 망칠 수두 있구,
왕비서 : (쟤 왜 저래?)
혜원 : 어쨌든 지금은 연습에 전념해야 하니까, 그냥 지켜봐 주시는 게,
성숙 : 알았어.
혜원 : 협주곡 연습, 시작했거든요.
S#15. 뷰티샵 샴푸실.아침.
-다미, 장호가 검색기사 캡쳐해서 보낸 혜원의 사진. 엉? 그 아줌마?!!! 설마...
장호 소리 : 너네 미용실 다닌다는데? 이 아줌마 얼굴 본 적 없어? 그 쪽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래.
-혼란스러운 다미. 액정 속 혜원을 보고, 아니야, 했다가 또 보면,
-인물 검색 혜원 소개에 ‘가족: 남편 강준형(서한음대 피아노과 학과장)’
S#16. 뷰티샵 앞. 아침.
-성숙의 차 온다. 성숙, 혜원, 왕비서 내린다.
성숙 : 머리 할 거지?
혜원 : 저는 사무실로. 아까 말씀 드린 거 처리도 해야 하고(다미를 피하고 싶어서)
왕비서 : (기사에게) 열 두시까지만 오면 돼요.
-성숙과 왕비서 들어가고, 혜원, 다시 탄다.
S#17. 뷰티샵 헤어.
-다미가 샴푸실에 서 있는데, 성숙이 들어온다. 그 뒤 왕비서.
다미 : 어서 오십시오,
성숙 : 어, 잠깐만, (문간에서 대기 중인 왕비서에게 전화기 달래서 단축번호) 어, 나야... 걔 말야, 이선재.
다미 : (헉)
성숙 : 아예 오실장이 전담하는 게 낫지 않어?....괜히 강준형한테 왔다 갔다 하느니...어쩐지 모종의 케미스트리? 그거 중요하잖아.
뭐든 합이 맞아야지. 실력이나 뭐나. 당신이 잘 얘기 해 봐. 오실장한테는 내가 할게.
다미 : (덜덜덜덜)
왕비서 : (심상찮다)
성숙 : (끊고, 전화기 왕비서에게)
-성숙의 위치를 파악한 다미, 정성들여 두피 맛사지.
성숙 : 너 손맛이 제법이다?
다미 : 감사합니다.
성숙 : 근데 내가 왜 못 봤지?
다미 : 엊그제 이 방으로 왔습니다.
성숙 : 아아... 거기 한번 더 눌러 봐.
다미 : 네. (힐끗)
S#18. 음대 전경.
S#19. 복도. 준형 방 앞.
-선재, 노크 하려다 돌아서서 마음을 가다듬고, 또 노크 하려는데,
-저만치서 종수가 온다.
종수 : 왔냐...
선재 : (본다. 꾸벅)
-종수, 다가와 문 연다.
종수 : 좀 기다려라. 교수님 방금 학장실 가셨어.
선재 : 아,네. (따라 들어가고)
S#20. 학장실.
-민학장, 선재의 연주(오디션) 들으며 손끝 톡톡... 준형이 들어오면 리모콘 눌러 끄고 등을 세운다.
민학장 : 애가 확실히, 자기 색깔이 있네.
준형 : (만면 웃음) 어유...그럼요... (앉는다)
민 : 거친데, 저만의 포인트가 있어. 그 뭐냐, 그림으루 치믄 잭슨 폴록이랄까.
준형 : 그겁니다. 묘한 놈이죠. 감수성이 특이해요. 그러면서두 정확하구.
민 : 성격은 어때?
준형 : (이를 악물고 웃음) 성장 배경에 비해서 아주 잘 자랐어요. 예의두 바르구. 뭐, 더 겪어봐야 알겠지만...
민 : 연습 시작했다며.
준형 : 네, 와이프랑 제가 번갈아,
민 :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의견인데,
준형 : ?
민 : 오실장이 전담하는 게 어때?
준형 : 네?
민 : 여기저기 예심 넣자믄 시간이 촉박한데, 자네는 물리적으루 그만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잖아.
학교 수업 있지, 개인 레슨두 제법 많구,
준형 : 학장님 생각이세요?
민 : 사람 참, 내 생각이지 그럼 또 누구.
준형 : (혹시 혜원이 조종했을지도 모른다는)
민학장 : 솔직히 말하께. 오실장이 적임자라구 생각하는 이유, 첫째, 자네가 그 친구한테 너무 집중할까봐 걱정이 돼서구,
둘째, 내가 색깔 얘기 했다시피, 들어보니까 오실장 연주 관두기 직전에, 한창 물이 올랐을 때 그 거친 느낌,
그런 점에서 매칭이 썩 좋겠다 싶어서야. 오혜원이 은근히 야성적인 데가 있었잖아.
준형 : 네, 뭐 그건 그런데, (본다) 그냥 의견이 아닌 거 같은데요?
민학장 : 무슨... 기어이 자네가 끼구 해보겠다믄 누가 말리겠어. 근데 그게 또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 말이지.
결과를 무시할 수 없어요.
준형 : (이렇게 당하나...)
민학장 : 부부가 같이 가르친다, 이렇게 생각하구, 자네는 가끔 점검 차원, 들여다 보는 걸루 하지 뭐.
준형 : (어쩌겠습니까...)
민학장 : 혹시, 언짢은 상상을 하는 건 아니지? 조르주 상드와 쇼팽, 포고렐리치, 뭐 그런 케이스들...아니지?
준형 : 아닙니다...
S#21. 준형 방.
-선재, 가방 끌어앉고 물끄럼, 앉아서, 후우, 푸푸푸, 한숨 토한다.
준형을 대할 때 당황하거나 진땀을 흘리거나 말을 더듬어서도 안되고, 너무 뻣뻣하게 굴어서도 안돼.
불륜 청년 이선재의 번민.
-준형이 들어오자, 엉거주춤 일어서는 선재.
준형 : 어제 오선생하구 연습 어땠냐.
선재 : 아직 잘. 처음 해보는 거라.
준형 : 생각해 봤는데, 내가 너를 너무 아끼다보니 객관성 결여라던가, 그런 문제가 있단 말이지.
선재 : (뭔 말씀인지)
준형 : 오선생이랑 집중적으루 연습해. 5월 말일이 마감이라 시간 없다. 학장님께도 말씀 드렸고,
재단 쪽에서도 오선생한테 시간을 내 줄 거야. 스케줄 다시 의논해라. 내가 가끔 봐주기는 할게.
선재 : (이거 뭐지?)
준형 : 가 봐.
선재 : (일어서며 얼결) 감사합니다.
준형 : (뭐?!)
선재 : 죄송합니다.
S#22. 혜원 사무실.
-혜원, 핸드폰(개인전용)에 충전기 연결. 보이지 않도록 놓아둔다.
S#23. 이사장실 앞. 낮.
-혜원이 다가와 왕비서에게 작게 묻는다.
혜원 : 무슨 일이야?
왕 : 너, 애 하나 더 키우게 생겼어.
혜원 : 무슨 소리야, 강준형두 버거워 죽겠구만.
왕 : 이선재.
혜원 : 응?...걘 이미 가르치구 있는데?
왕 : 너 혼자. 강준형 아웃.
혜원 : ?...
-문 열며, 뭔가 석연찮은 혜원. 탐색하는 왕비서.
S#24. 이사장실.
혜원 : (일단 연극을 하기로 한다) 난처하다 못해 서운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협주곡 연습은 오케스트라 대신
제가 피아노로 반주를 해줘야 하는데,
성숙 : 알아... 그 친구한테 워낙 기대가 크다보니 나두 어쩔 수 없이 그런 결정을 하게 됐어. 민학장두 대찬성이구...
영우 쪽은 돕는 척만 해. 나도 업무 좀 줄여줄게.
혜원 : (짐짓) 막막하네요...
성숙 : 그래두 어떡해... 힘들어두 니가 해야지.
혜원 : 방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어쨌거나 결과가 좋아야 할텐데.
성숙 : 너무 부담 갖진 마. 우리 또 길게 보는 거 있잖아... 강교수한테는 내가 많이 아낀다구 전해 주구, 응?
혜원 : 알겠습니다.
-조신하게 나가는 혜원. 지그시 바라보는 성숙.
S#25. 복도.
-혜원, 가면서 곰곰 생각. 이 상황에서 선재를 전적으로 맡기노라, 하는 저의가 뭘까.
적어도 연주회 때까지는 선재가 준형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다행인데... 잠시 섰다가 간다.
S#26. 혜원 사무실.
-혜원이 들어온다.
혜원 : 우리 음원 중에, 파가니니 랩소디 반주 없지? 오케스트라.
세진 : 네...
혜원 : (책상으로) 그게 젤 좋은데. 피아노로 쳐주는 건 한계가 있어.
세진 : 이선재요?
혜원 : 응.
-혜원, 개인 핸드폰 확인. 선재 문자 와 있다. 선재의 저장명은 ‘집’.
선재 소리 : 저 지금 가요...
S#27. 연습실.
-혜원이 피아노 옆에서 악보를 보며 서 있고,
조심스레 문이 열린다. 선재가 들어온다. 문간에 서는 선재.
-둘, 멀찍이서 한참 바라본다. 사랑을 확인한 연인들이라 어떤 말도 부족하다.
불륜 남녀답게 조심스런 미소를 교환할 뿐.
-그렇게 떨어져 선 채 담담히 얘기 나누는 둘.
선재 : 괜찮으세요?...
혜원 : 어, 뭐... 학교에서 오니? (준형 만나는 거 힘들었겠지?)
선재 : 댁에, 못 들르셨나봐요. 옷이,
혜원 : 어. 시치미 떼구 있어. 눈치 보여 전전긍긍하다가 내가 먼저 외박했다구 광고하게 될까봐.
선재 : 인제 저랑 매일 만나셔야 되잖아요.
혜원 : 그러게...강교수 화 내지 않어?
선재 : 화 내시기 전에 나왔는데...제가 실수 했어요.
혜원 : 어쨌길래.
선재 : 감사합니다, 그래버렸어요.
혜원 : 맙소사, 어이가 없네.
선재 : 그러게요.
혜원 : (후, 짧은 한숨) 얘긴 나중에 하구, 연습실에 카메라 있는 거 알지? 이 안에선 일정 거리 유지하자.
선재 : 그럴게요.
혜원 : 그럼, 연습을 시작해 볼까?
선재 : (문득 치민다) 잠깐만요,
-선재, 가방 놓고 나간다. 혜원, ?
S#28. 통제실 앞 복도.
-선재, 여긴가? 살피며 온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S#29. 통제실.
-선재가 쭈삣 들어온다.
선재 : (저기) 실례합니다...
-콘솔 위에 발을 올리고 길게 기대 앉아 있던 직원이 화들짝 자세 바로 하며 돌아본다.
-선재, 꾸벅.
-모니터 중 하나, 혜원이 피아노 옆에서 서성이는 모습.
직원 : (아, 난 또... 아래 위 일별하는) 여기 통제구역인데?
선재 : 저두 관계자라... 3번 방에서 연습할 거거든요?
직원 : (응? 성숙이 지시한 방인데) 근데?
선재 : (똑바로 본다) 카메라 좀 꺼주셨으면 해서요.
직원 : (뭐?)
선재 : 연습에 방해가 됩니다.
직원 : 이거 연습실마다 다 켜 있어... 보안 시스템 몰라?
선재 : 모르는 사람들이 보는 데서 몇 시간씩, 편하게 할 수가 없어서요.
직원 : 다들 말없이 해.
선재 : 꺼주세요.
직원 : 연습하러 온 거면 신경 쓸 거 없어요. 악기 훼손, 절도, 기타 부적절한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워한 거 뿐이라고.
선재 : (끄시라니까?............)
직원 : (잠시 시선 맞받다가 쩝, 힐끗 보며 전화기 집어든다. 구내 번호 누른다) 저, 통제실인데요, 브이아이피 통화 좀...네네네...
(일어서며) 아, 네, 저, 통제실 차대립니다.
S#30. 연습실.
-혜원, 내다보며 중얼. 어딜 간 거야...
S#31. 성숙 방.
성숙 : (전화) 그래?...그 애가 직접?... (하하하) 맹랑한 친구네?...뭘 어떡해, 꺼 줘야지?
S#32. 연습실.
-혜원과 선재, 소파 양 끝에 앉아 있다.
감시카메라 꺼져 있어도 조심은 해야지. 이만만해도 어디야? 이것도 나쁘지 않아. 조심하면서 담담한 거. 편안해.
마주 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 얘기할 때, 옆모습을 느끼며 목소리 듣는 것도 좋고.
혜원 : 통쾌하네...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어?
선재 : 그거라두 해야죠. 제가 아직 더러운 거 상대할 만큼 힘두 없구 하니까...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혜원 : (짐짓 농담) 내 연애 편지, 감동 좀 받았구나?
선재 : (감동 정도가 아니죠) 지진 난 거 같아요. 머릿 속에...
혜원 : 그러라구 쓴 건 아닌데?
선재 : 인생 고백을 하신 거잖아요, 저한테.
혜원 : (쿠션 던진다) 너는 정말,
선재 : (받아서 옆에 놓는다) 저 건들지 마세요. 터져요.
혜원 : 뭐가 터져.
선재 : 여러 가지.
혜원 : 한 가지씩 말 해 봐.
선재 : 일단, (손끝으로 소맷부리 뜯는) 밖에서는 안아주지 못하는 거...카메라가 없는데두요...불륜이라,
혜원 : (빵 터짐) 하하하...하하하...
선재 : (웃어요?)
혜원 : 하하하. 아유 배야... 고백에, 불륜에 난리났다.
선재 : (쳇. 웃다니)
혜원 : (웃음 끝에 삐져나온 눈물 닦는다)
선재 : (본다. 속상하구나)
혜원 : (그만 웃자는 듯 후우...) 그뿐이 아니지. 난 너 이쁜 옷이나, 그런 거 못 사줘. 원조교제라 그럴까봐.
선재 : (그렇구나)
-두 공범자의 침묵. 각자 애꿎게 소파나 손바닥을 긁는 등. 이 사태는 분명 심각하다.
-선재, 소파 옆 바닥에 세워둔 가방 부시럭, 뭔가 꺼낸다.
선재 : 이거 두구 가셨어요. (내민다. 견본품 화장수병)
혜원 : 어, (받는다. 잠깐 만지작) 실수했네... (선재 본다) 이런 거 하나쯤 니 집에 그냥 둬두 되지 않니?
선재 : 어, 맞어, (뺏으려)
혜원 : (손 뒤로) 됐고, (정색) 연습해야지?
선재 : 혹시 그거 아세요? (얘기 더 하고 싶어서)
혜원 : 뭐.
선재 : 외국소설인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혜원 : (근데?)
선재 : 저 그거 음악하는 얘긴 줄 알았거든요?
혜원 : (웃음 참는)
선재 : 거기서는 여주인공이, 결혼은 안하구 그냥 같이 사는데, 다른 남자랑,
혜원 : (애써 정색) 인제 진짜 연습.
선재 : (쩝) 네.
혜원 : 좀 다른 방식으로 할 거야. 내가 너 매일 반주 해줄 수 없거든?
선재 : (그렇겠죠)
혜원 : 대신에 음원이 있어. 저기(플레이어) 꽂아 놨으니까 일단 들어보구,
선재 : (플레이어 본다)
혜원 : 하루는 저걸로, 하루는 내가 직접 봐주는 걸로. 어때?
선재 : 누가 친 건데요?
혜원 : 내가. 너만할 때.
선재 : (스무살 오혜원?)
혜원 : 조인서 교수 알지?
선재 : (잠깐 생각. 아) 네.
혜원 : 그 친구 이 곡으루 국제대회 준비할 때 내가 선물했던 거야.
선재 : 친하셨나봐요.
혜원 : 지금두 친해. 와이프랑 다. (선다) 혼자 한 번 해 봐.
선재 : (선다)
혜원 : 여기서 하든 집에서 하든, 너 좋을대로.
선재 : 퇴근, 하세요?
혜원 : 응.
선재 : (보다가, 끄덕끄덕) 네...
혜원 : (어깨 토닥) 간다? (돌아선다)
선재 : (본다) 댁으루요?
혜원 : 어.
선재 : (잡고 싶다)
혜원 : (문을 열며, 나도 가기 싫단다)
-혜원이 나가자, 선재, 플레이어 들여다 본다. 유에스비 꽂혀 있다. 뽑아서 괜히 들여다보고 다시 꽂는다. 플레이 버튼.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고,
-선재, 멍하니 듣는다. 혜원이다... 인트로 지나고... 변주 시작되면서, 얼른 헤드폰 집어 쓴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
S#33. 혜원 사무실.
-혜원, 가방 챙기며 전화.
혜원 : 어, 여보, 저녁 같이 할래? 나 지금 퇴근해... 어, 좀 일찍 나왔어... 장 봐가지구 들어갈까 하는데...
S#34. 음대. 준형 방.
준형 : (비웃음) 기분이 좋을 텐데 왜 나하구.
S#35. 아트 센터 복도.
-혜원,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통화 계속.
혜원 : 당신하구 좀 편해졌음 해서...
S#36. 음대. 준형 방.
준형 : (비아냥) 그래야겠지... 알았어. 곧 들어가께...응... (끊고, 무슨 수작인지 한번 보겠다는)
S#37. 혜원 집 주방. 저녁.
-앞치마 두른 혜원, 미순과 함께 부산하게 저녁 준비.
뚜껑 덮인 팬에서는 프랑스식 고기 찜이 익어가고, 야채 스프는 약한 불에 닳여지는 중.
미순이 홍게 살을 발라내는 동안 혜원은 겨자와 식초, 잣가루 따위를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한켠에는 잘 손질된 샐러드용 야채며, 바질, 로즈마리 등의 허브. 향신료 병...
-세팅된 식탁.
-혜원, 새끼 손가락으로 드레싱을 찍어 먹어본 뒤 예쁜 드레싱 그릇에 담는다.
미순 : 오랜 만에 같이 요리 하시네요.
혜원 : (무표정) 가끔 냄새를 풍겨 줘야죠. 명색이 사람 사는 집인데...
S#38. 혜원 침실.
-샤워를 마친 준형이 셔츠를 입고, 혜원이 들여다 본다. 미소 띤.
혜원 : 와인 뭐 딸까?
준형 : (나도 웃어 주지) 샤또 딸보 한 번 마셔보자, 빈티지.
혜원 : 알았어. 내려와.
-혜원, 가면, 준형, 웃음기 거둔다. 이선재가 내게 날개를 달아 줄 때까지 참아준다.
S#39. 계단.
-계단. 혜원, 역시 미소 지워진 얼굴로 내려간다. 선재 예선 통과 소식이 올 때까지만 속아 줘.
S#40. 주방.
-혜원, 준형, 와인과 요리들 즐기며 담소 아닌 담소.
준형 : 민학장이 거의 읍소를 하더라구.
혜원 : 그럴 만 하지...총장 선출이 가을인데...이사장두 전해달래더라. 당신 많이 아낀다구.
준형 : 그거야 뭐 그 양반 늘 하는 얘기고... (살피는) 이선재는 뭐래.
혜원 : 그나마 교수님이 가끔 봐주신다니까 안심이라구...
준형 : 허허허, 자식, 말은,.. (마시며 힐끗)
혜원 : 아 참, (일어선다) 깍두기 좀 내오께. 이거랑(고기찜) 은근히 어울려.
-혜원, 주방 쪽으로 가고, 준형, 힐끗 보고 잔 채운다.
-혜원, 찬통의 깍두기 덜어 담으며 준형을 힐끗.
혜원 : 한 병 더 할래?
준형 : 아니, 됐어.
S#41. 선재 집. 밤.
-선재, 헤드폰 쓰고 연습. 혜원의 반주에 맞추어.
S#42. 침실. 밤.
-파우더 룸. 혜원, 약병(수면제) 병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준형, 자고 있다.
-혜원, 약병을 넣고 서랍 닫는다.
S#43. 혜원 서재. 밤.
-혜원, 서서 통화 중.
혜원 : 윤박사님, 밤늦게 죄송합니다...다른 게 아니라, 강교수 처방이 바뀐 거 같아서요......이제까진 제 꺼랑 용량이 비슷했는데...
신경이 쓰이네요...그래요?...남자들두 그런 게 있어요?...(웃음) 저만 겪는 줄 알구 막 약올랐는데...그러게요...
네...알겠습니다. 일간 한번 가 봴게요...네...안녕히 주무세요...네.
-혜원, 끊고, 날카롭게 굴던 준형 모습들 떠올린다.
-조금 후...혜원, 무표정하게 태블릿 화면 속의 차명 계좌들 보면서 메모하고, 계좌 번호 메모.
-해외 투자 관련 사이트 접속. 찬찬히 살피는데,
-선재 문자. 혜원, 가방에서 똑같은 전화기 두 개 헷갈리다가 확인.
S#44. 혜원 동네 어귀.밤.
-선재가 오토바이(식당) 곁에 서서 기다린다.
-혜원, 카디건 자락 날리며 여미며 급히 온다. 파우치 하나만 들고서.
선재 : (웃는다)
혜원 : 이게 뭐야...
선재 : 그러게요. (헬멧 건넨다)
혜원 : 참아야지!
선재 : (받으세요) 딱 한 바퀴만요.
혜원 : (망설)
-오토바이 출발.
-달리는 동안, 긴장이 풀리면서 동시에 반감. 왜 참아야 돼?!!!
혜원 : 너희 집 가자!..
선재 : 좋아요!...
-액셀 밟는 선재.
S#45. 선재 집.
-어둠 속에 들어서자 마자 끌어 안고 뜨겁게 입 맞추는 둘. 둘 다 오늘 하루, 너무 힘들고 길었다.
-한데 엉켜 명화의 침대 쪽으로...
-거침없이 만지며 서로 먹을 듯이 절박하고 애틋하다. 이러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S#46. 선재 집 옥상. 밤.
-선재와 혜원, 옥상 까페. 엎어놓은 술 박스 위에 캔 맥주 두 개.
-선재가 혜원의 어깨 안고 야경을 바라본다. 팔짱 낀 채 안겨 있는 혜원. 선재의 손등 만지작.
둘 다 비닐 슬리퍼(쓰레빠!) 신고 있다.
선재 : 뭐 생각 하세요?
혜원 : ...습관...
선재 : ...제가 버릇 될까봐요?
혜원 : 아니 내가.
선재 : (힘주어 안는 거 말고는)
혜원 : (장차 어찌 되려나...)
-쾅쾅쾅,
-둘, 흠칫.
장호 소리 : 이선재!...
-마주 보는 둘.
장호 소리 : 선재야!...
-선재, 혜원 팔 잡고 큰 옥상으로 가려,
혜원 : (팔 빼내고 선재를 민다) 나가 봐. 나 숨을 데 알어. 너 들키믄 가만 안둬. 구두부터 감추구!.
-혜원은 계단 내려가고, 선재는 맥주캔 집어 구석의 상자에 골인. 집안으로 들어간다.
장호 소리 : 야, 이선재!!!!!
선재 : 지금 나가!!!!
S#47. 선재집. 밤.
-선재, 계단 뛰어 내려간다.
선재 : 잠깐 기다려!
장호 소리 : 뭐하냐?!
선재 : (방 안 두리번) 밖에 있었어!
다미 소리 : 달밤에 체조했냐?!
선재 : (혜원 신발 집다가 헉) 너두 왔어?!
다미 소리 : 그렇다 왜!
S#48. 현관 앞.
-유리창 안, 선재 모습 어른거린다.
장호 : 뭐 해, 빨리 안열구.
다미 : 누구 있어?!
선재 소리 : 아니.
S#49. 선재 집.
-선재, 혜원 신발을 싱크대 밑에 넣고, 서랍 장 위의 파우치는 침대 밑에 던진다.
-현관문 여는 선재.
선재 : 아, 뭐야, 갑자기.
장호 : 왜, 선생님 오시냐?
선재 : 아니, 저기, 나가자. 내가 쏠게. 나 장학금 탔잖아.
다미 : 뭘, 사왔는데,
-장호와 다미, 들어온다. 선재, 비켜서며 후우,
S#50. 옥상. 밤.
-천막 안에 숨어 있는 혜원.
-다른 입주자들이 갖다놓은 온갖 잡동사니.
-천막 틈으로 뭐가 쓱 지나가는 게 보인다. 헉.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 캬오, 으르렁...
다미 소리 : (비명) 꺅!
-혜원, 바들바들.
다미 소리 : 쫓아 내!
S#51. 선재 집.
장호 : (뛰어 올라가며) 뭐야...
다미 : (옥상 문 앞을 가리키며) 저거, 저거!
선재 : 그 문 열지 말라 그랬잖아. (봉다리의 캔맥주와 과자를 꺼내 상위에 놓는 참이었다)
다미 : 야, 빨리...
장호 : (옥상 문 밖으로 고개 내밀어) 쉿! 가!
S#52. 옥상.밤.
장호 소리 : 어이, 쉿! 못써!
-천막안, 혜원, 우습지만 초긴장.
S#53. 선재 집.
-둘러 앉은 셋. 장호와 다미, 맥주 딴다.
선재, 앞에 놓인 캔을 보기만.
장호 : 안 마셔?
선재 : 나 너네한테 할 얘기 있거든?
다미 : (응?!)
장호 : 너 좀 진지하다?
선재 : 어... (결심한 듯) 박다미.
다미 : (본다)
선재 : (미안한) 너, 나한테 여자 아냐.
다미 : (올 것이 왔다)
장호 : 허허허,
선재 : 너두 알지 않냐?
다미 : (의외로 침착) 알지...
장호 : 왜케 진지해, 둘다...
다미 : 근데 딴 여자 생긴다면 빡칠 거야.
장호 : (선재 눈치) 야 넌, 솔직히 선재가 너한테 무슨 책임질 일을 한 것두 아니구,
다미 : 넌 좀 가만 있어. (선재에게) 너 나한테 아무짓두 안 했구, 나 혼자 들이댄 거 맞는데, 그래두 내가 니 덕에 일진 청산 했잖아?
독대 분식 골목에서 애들 패다가 너랑 눈 딱 마주쳤을 때, 나 그때 챙피해서 죽을 뻔 했어.
(장호에게) 가라구 막 소리지르구, 뭐 던지구, 그러는데두 안가는 거야. 철가방 떡하니 들구 서서.
선재 : (웃음) 신기해서 구경한 거다. 난 너 소문만 들었지, 현장은 첨 봤거든.
장호 : 너 그 시절에 멋있었는데.
다미 : 멋 좋아한다. 나름 힘들었어,야. 2인자가 쉬운줄 알어? 짱, 그 기집애가 돈 쓰는데 혹해가지구, (마시고는)
암튼, 담날 당장 문신 지웠지. 솔직히, 살면서 자기를 변하게 하는 사람 만나기가 쉽냐? 나는 너한테 평생 보답해두 모자란다,
나한테는 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구 보니까, 뭐 해줄 게 있어야지. 작정하구 좋아해주는 거 밖에.
선재 : 나두 그거 고맙지...니 덕에 학교 생활 쫌 편했구...근데, 인제 고만해. 너 상처 받으믄 우리 셋 다 힘들어...
다미 : (후우...)
선재 : 나 니들 둘 말구는 친구 없잖아...그건 내가 절대 잃으믄 안되는 거구...
장호 : 어,분위기 참,
다미 : 알았어. (마신다)
장호 : 뭐야, 이렇게 정리 끝?
선재 : (미안해 다미야)
S#54. 식당 앞.밤.
-다미와 장호 가면서,
장호 : 너 한바탕 할 줄 알았더니.
다미 : 어디 가서 좀 더 마시자.
S#55. 옥상.밤.
-선재, 천막 들치고, 나오세요.
혜원 : 갔어?...
선재 : (미안한)
-선재 손 잡고 천막에서 나오는 혜원. 얼굴에 검댕이 막 묻어있다.
S#56. 선재 집.
-혜원, 욕실에서 세수 하고, 선재, 혜원의 신발 꺼내 놓는다.
-혜원, 수건으로 얼굴 닦고, 선재, 문간에 서서 물끄러미 본다.
선재 : 이런 거네요, 들킨다는 게.
혜원 : 이 정도는 애교지. 지옥문이 열린 거야.
선재 : (그냥 같이 살았으면)
혜원 : 뭘 또 그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보니?
선재 : 그러게요.
혜원 : 그거 좀 닫을래? 나 화장실.
선재 : (황황히 가리개 닫아주고 돌아선다) 안 들을게요. 편하게 하세요.
혜원 소리 : 고마워.
-수돗물 소리와 함께.
혜원 소리 : 택시 불러 줘.
선재 : (보면)
혜원 소리 : 내 전화기에서 택시 찾아봐.
선재 : 네. (두리번. 혜원 파우치 집어든다)
-파우치 안에 전화기 두 개.
-선재, 먹먹해진다...
-욕실 안. 혜원, 변기 물 내리고 손씻으며, 입 꾹 다문. 눈물 번뜩인다. 난 쟤 못버려.
S#57. 아트센터 혜원 사무실. 다음 날.
-혜원이 들어오면,
세진 : 대표님이랑 통화 하셨어요?
혜원 : 아니?...전화 왔었어?
세진 : 네...뷰티샵에 계신데, 회사 회계 서류 가지구 오시라구,
혜원 : 어떻게 된 거지? (가방을 뒤진다. 아차. 선재 집에 두고 왔다)
S#58. 복도.
-혜원, 급히 나온다. 뛰어간다. 정신줄 놓으면 안돼.
-문간에서 바라보는 세진.
세진 : 점점 이상하시네...
S#59. 연습실.
-선재가 혜원 핸드폰 들고 문간에 서있다.
-문이 열리고 혜원,
선재 : 어제 택시 부르구 다시 집어넣는다는 게,
혜원 : 그러구 나서 내가 통화 했잖아. 그때 빼먹었어. 내 실수. (선재 손의 핸드폰 나꿔채 부재중 전화 문자 확인하며)
연습해라. 이따 와서 체크한다. (간다)
선재 : (문 밖으로 고개 빼는)
S#60. 복도.
-혜원, 급히 가고, 선재, 본다.
S#61. 연습실.
-피아노 앞의 선재, 악보와 상관없이 브람스 인터메조 나직히... 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너무 자주 봅니다.
S#62. 뷰티샵 라운지.
-혜원, 조심스레 지나간다.
-다미가 본다.
S#63. 맛사지룸.
-영우, 마사지 중. 혜원 곁에 앉아 서류 덮으며 설명 마무리.
혜원 : 투자 금액은 그쪽 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영우 : 그니까 그쪽이 어디냐구.
혜원 : 싱가폴 소재 다국적 창투사,
영우 : 주인이 누구냐니까?
혜원 : 주식회사면 주주들이 주인 아니겠어요?
영우 : 계속 약 올린다 너? 난 지금 현금이 필요하다고...
혜원 : (치민다) 그런 건 회장님께 말씀하세요.
영우 : 수틀리믄 너 그 이쁜 제자 지원 끊어버린다?
혜원 : 4년간 지원금, 이미 책정 돼 있어요.
영우 : 잘났다.
혜원 : 확실하게 해야죠.
영우 : 비행기표나 끊어줘. 스위스랑 밀라노. 우성이 꺼 까지.
혜원 : 알겠습니다.
-마치고 내려선 영우, 마사지사가 까운 자락 여며주고,
영우 : 한마담 차명 주식 관리 잘해라. 내가 다 까버리기 전에.
혜원 : 저 이만 가봐두 되겠죠?
영우 : 그러던가.
-영우, 샤워실로 가고, 혜원, 서류와 가방 챙기는데,
-다미가 빼꼼 들여다보더니 성큼 들어선다. 타월 따위 들고서.
다미 : (생글) 안녕하세요. (실은 동정 살피며 기다렸다)
혜원 : (내심 당황) 어어, 안녕, 다미씨.
다미 : (깊숙이 인사) 정말 감사드립니다.
혜원 : 응? 웬 인사야?
다미 : 강준형 교수님 사모님이시죠? 서한재단 오혜원 실장님이시구.
혜원 : (웃음으로 얼버무리려) 어떻게 알았어?
다미 : 제 남친이 이선재거든요.
혜원 : (과장되게 반색) 어머, 그렇구나...알지...강교수 제자...
다미 : 선재가 선생님 선생님 해서 누구신가 했더니.
혜원 : 어어,
다미 : 다시 한번 감사드리구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또 뵙겠습니다.
혜원 : 그래요.
-다미, 나가면서, 입술 잘근. 걸리기만 해 봐. 아줌마야.
-혜원, 서둘러 가방 챙기며 후덜덜.
S#64. 음대 교정. 열흘 후.
-교정 곳곳 게시판에 포스터 붙어 있고,
S#65. 음대 로비 라운지.
-게시판에 스태플러로 포스터 붙이는 종수.
-그 중 하나 게시판 앞. 시은이 부러운 듯 바라보고,
-민우는 씩 웃고 지나친다.
-종수, 붙이고 나서 단체 카톡 문자.
종수 소리 : 공지사항. 다다음 주 화요일 피아노과 전학년, 연주회 참관 바람.
-유라, 문자.
유라 소리 : 오빠 친구 협연하네?
S#66. 김인주 방.
-인주, 첼로 현 튕기거나 활을 긋거나 하면서 소리 내본다. 학생이 곁에 서 있고,
인주 : 사운드 포스트 위치를 바꿔 봐. 그 정도는 니 손으루 할 줄 알아야지.
-준형이 들어온다. 살짝 들뜬 상태. 조증 모드.
준형 : 어이구, 방해 했나?
인주 : 아니, 괜찮아요. (활을 학생에게 주고 준형에게로)
준형 : (학생 눈치 살피고 소리 조금 낮추어) 악기 땜에 뭐 문제 있었다구 하더니, (눈으로, 쟤야?)
인주 : 아냐.. 걘 지도교수 바꿨지. 그런 앨 어떻게 가르쳐.
준형 : 잘 했네.
인주 : 포스터 봤어요.
준형 : 어, 잘 나왔지?
인주 : 너무 좋아한다...
준형 : 뿌듯하지.
인주 : 실상은 오실장 애제자라면서.
준형 : 집사람은 서포터구,
인주 : 서포터가 식음을 전폐하구 가르쳐요?
준형 : 내가 바쁜 날만 맡기는 거야. 아니 저기, 그보다두, 기악과두 협조 좀 해 줘요. 수업 대신 연주회 참관으루, 응?
인주 : 어머? 우리가 뭐 땜에?
준형 : 걔가 실전 경험이 전혀 없잖아. 최대한 실황 분위기 내 줘야지. 이거 시뮬레이션 겸, 실제 레코딩두 해야 돼.
디비디 떠서 부조니 예심에 낼 거라고.
인주 : 알았어요. 근데 난 못 가. 선약이 있어서.
준형 : 암튼 땡큐. (나가며 손 들어보이는)
인주 : (손들어 답해주고 보다가 문이 닫히면 돌아서며) 좋아 죽네. (학생에게) 다시 한 번 들어보자.
S#67. 학장실.
민학장 : (포스터 보면서) 애 많이 썼네.
준형 : 이런 게 보람이죠.
민학장 : 근데 좀 서두르지 그랬어. 결선이 내년 여름이잖아. 올해 안에 실적이 나믄 딱 맞구 좋은데.
준형 : 이만만해두 큰 다행이죠. 중간에 사건 사고가 좀 많았습니까.
민학장 : 아쉽긴 하지만 예선 통과 하는대루 화제를 좀 만들어 보지 뭐.
준형 : 네, 그건 오실장이 알아서 할 겁니다.
민학장 : (웃음) 어련하겠어... 자네 부부 팀 플레이가 드디어 결실을 보는 거지?
준형 : (일단은 웃어보이고)
S#68. 식당 밀실. 낮.
-서회장이 차를 들고 있다. 혜원이 들어온다(종업원한테서 서회장이 미리 왔다는 얘기 들었다).
서회장, 여늬 때와 다르게 울적한 모습.
서회장 : 어서 와라...
혜원 : 제가 늦었나봐요...
서회장 : 아냐...내가 이른 거지...
-혜원이 앉고, 종업원이 차를 따른다.
서회장 : 이것저것, 생각을 좀 정리하느라 일찍 왔다.
혜원 : 혹시 안좋은 일이라두.
서 : (한숨)
혜원 : (종업원에게) 좀 이따 부를게요.
종업원 : 네.
-종업원 나간다.
서 : (탄식) 에이고 참. 자식이 뭔지...
혜원 : (뭘까. 차 한모금 마신 뒤 입 열기를 기다린다)
서 : 내가 웬만해선 결정을 미루는 법이 없는데 말이지.
혜원 : 무슨 일이신지...
서 : 엊그제 영우 시어른이 좀 보자길래 만났더니만, 뜻밖에 얘길 한다.
혜원 : ?
서 : 조만간에 몇 군데 손을 좀 봐줄 거라구 하더구나... 정보를 주는 대신 자기한테 알아서 하라는 거지.
그쪽이, 진작부터 욕심이 과하지 않았냐.
혜원 : 그럼,
서 : 검찰에서야 언제든 터뜨릴 준비가 돼 있다는 거 익히 아는 터에 영우 문제를 들이 미니, 내가 참. (눈물마저 글썽)
혜원 : (냅킨을 앞에 놓아 준다)
서 : (냅킨으로 눈 가 찍어내고는) 김서방 영우랑 이혼 안한다는 조건으루 참 이렇게 저렇게 섭섭잖게 집어줬는데...
혜원 : 그러셨죠...
서 : 영우 돈 단속 잘 해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성숙이 모르게 변통할 요량으루 챙겨 둔 거다.
혜원 : 잘 알겠습니다... 서대표는 다음 주 초에 귀국합니다만, 혹시 그 전에 제가 할 일이 있을까요?
서 : 꽁꽁 숨기는 거 말구 뭘 하겠냐. 이미 조사 대상으루 찍혀있다구 노골적으루 언질을 주는데야...
혜원 : 설마 실제로 무슨 조치를 취하겠단 뜻은 아니겠죠...
서 : 뭐, 나두 그쯤 생각한다만, 기분이 안좋다.
혜원 : 그러실 것 같아요... 말씀대루, 하자 없도록 대비하겠습니다.
서 : (쓴입맛) 영우만 아니믄 내가 그것들한테 굽신 거릴 일이 없는데 말이지... 자식 없는 니가 상팔자다.
혜원 : (웃어 보이는)
S#69. 아트센터 사무실.
-선재가 들어 온다. 혜원 없고 세진이 일어서며 맞이한다.
선재는 연습실에서 오는 길. 가방과 윗도리 거기 두고.
세진 : 어서 와요.
선재 : 선생님은,
세진 : 외출 하셨구요, 나랑 같이 가면 돼요.
선재 : (어딜요?)
세진 : 이사장님께서 연주복 선물 하신다구,
선재 : 네?...
세진 : 금방 끝날 거예요. 칫수 재는 거니까.
선재 : 선생님두 아세요?
세진 : 그럼요. 저한테 잘 얘기하라구 하셨어요.
선재 : (그렇구나)
세진 : 부담없이 받아두 돼요. 연주 잘 하믄 되지 뭐?
선재 : 아,네.. (하면서도 혼란)
S#70. 이사장실. 낮.
-멀뚱히 선재. 외국인 양복장인이 줄자로 어깨며 팔길이, 어깨 둘레 가슴둘레, 다리길이, 허벅지 둘레 등등을 재는 동안,
세진이 장인과 성숙의 대화를 통역.
성숙 : 턱시도가 나을까 싱글이 나을까?
세진 : (통역)
장인 : 연주회 성격으로 봐서 싱글이 적당.
세진 : (통역)
장인 : 이 친구, 비율이 좋아요.
세진 : (선재에게) 비율이 좋대요.
선재 : 네?
성숙 : 이 친구, 글로벌하게 먹히겠어?
선재 : (힐끗. 어이없다)
세진 : (선재에게 미안한 눈길 잠깐 주고 장인에게 통역)
선재 : (투명인간 취급이군)
성숙 : 쌍꺼풀 만들어 주자고 했더니 오실장이 반대하더라?
세진 : (통역하려)
성숙 : 아니, 저 친구한테.
세진 : (선재에게) 선재학생한테 묻구 계세요.
선재 : 네? (성숙을 보면)
성숙 : 오실장은 니 얼굴이 썩 맘에 드나봐.
선재 : (물끄러미 본다)
성숙 : (미소) 알구 있겠지만, 스타 조련사야. 이끄는대로 잘 따라가서, 대성해야지?
선재 : (본다. 정말 무례한 아줌마네요)
성숙 : (너 오혜원 좋아하지?)
S#71. 연습실. 밤. 협연 전날.
-혜원과 선재의 연습. 변주 18번. 긴장 속의 희열.
-준형이 뒤에서 팔짱 끼고 지켜본다.
-연주가 끝나면, 선재는 그대로 있고, 혜원이 준형을 돌아본다.
혜원 : 어때?...피날레 다시 한 번 들어볼래?
준형 : 아냐, 아까 그렇게만 해주믄 되지 뭐. 선재,
선재 : (벌떡 일어선다) 네.
준형 : 그동안 많이 좋아졌어.
선재 : (시선 떨군) 감사합니다.
준형 : (혜원에게) 연주복은,
혜원 : 어. 세진씨가 갖구 올 거야.
준형 : 그럼 됐구, 내일 리허설 때 보자.
선재 : (꾸벅)
준형 : (웃어주고 돌아선다)
혜원 : 집에서 봐요...
S#72. 복도.밤
-준형, 잘 해다오, 이 나쁜 놈아.
S#73. 연습실. 밤.
-혜원, 선재. 각자 피아노 곁에 서서...한참 말 없다가.
혜원 : 어, 참,
-혜원, 가방에서 손수건 꺼내고, 선재, 그런 혜원 물끄러미 본다.
혜원 : (내민다) 이거 필요할 거야.
선재 : (보다가, 받는다)
혜원 : 떨려?
선재 : (손수건 만지작) 좀...
혜원 : (웃음) 즐긴다며...
선재 : (조금 웃음)
혜원 : 가서 일찍 자.
선재 : (본다)
혜원 : 뭐,
선재 : 잘 못하면, 저 죽구 싶을 거 같아요.
혜원 : 허이구, 그런다구 죽어?
선재 : ...이거, 선생님이 더러운 거 상대하면서 만들어 준 기회잖아요.
혜원 : (웃음) 그게 내 전공이라 그랬다, 응?
선재 : (외면하며 글썽)
9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