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나물을 뜯고 있습니다
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뭔 나물이 아직도 있어 하시지요
큰 산에는 아직 뜯을 나물들이 꽤 있습니다.
며칠동안 고구마와 옥수수를 심느라고 산에를 못간데다가 떡취를 급하게 구하시는 분이 있어 마음이 바빴습니다
함께 가는분들과 시간 약속을 아주 일찍 잡았지요.
새벽부터 산을 올라서 필요한 것들을 따기로 했습니다
저는 떡취가 필요하고 명아주님은 짚신나물 그리고 개밥바라기 님은 질경이를 따기로 했습니다.
출발하는 날씨는 정말 좋았습니다
파란하늘은 마치 가을날의 어느날 같았고
뭉게구름까지 둥실거리고 떠다녔지요.
그런데 여자들의 바쁜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워다 주러 온 남자들은 하나도 안 바쁩니다.
콩심는 기계를 가지고 한참을 씨름을 합니다.
마음속에서만 바빠서 동동거리는 나~
차 한잔도 못 마시고 산으로 출발을 하였는데 중간도 못 올라가서 차에서 연기가 나고
무엇이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 중턱에 차를 받쳐놓고 보니 초록색 물이 새고 있었습니다.
본네트를 열고 들여다 보아도 아는것이 없는 세여자....
전화까지 안되면 큰 일인데 다행히 전화가 터져서 나눔의기쁨 님이 연결이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오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기쁨님도 가다가 다시 돌아오고 차를 들여다 보더니 아무래도 차병원을 다녀 와야 할것 같다구요.
아이구 마음은 바쁜데 이 일을 어쩌면 좋다는 말입니까~
내 마음 아랑곳 없이 백당나무는 예쁜꽃을 피웠습니다
보잘것 없는 가운데 꽃을 위해 가에 헛꽃이 피어 곤충들을 불러 줍니다.
음~ 잠자리 아가씨가 놀러 왔군요.
차가 병원에 다녀오는 동안 의리가 있지 우리끼리 갈 수가 없어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오디가 나무 가득 열렸습니다.
명아주 님네 개 일구가 사는 지붕위로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린 오디를 따려고 세사람이 지붕을 기어 올라가니
이 일구녀석 어쩔줄을 모릅니다.
정황으로 보아 주인과 친하기는 한데 주인은 나가 버리고
맘에 안드는 이 사람들은 자기지붕 위로 올라가 앉았는데 짖기는 주인 체면을 보아 그렇고
그렇다고 아는체 하기는 산골개라 자존심 상하고 들어 갔다 나갔다 어쩔줄을 모릅니다
속으로만 웅웅 거리면서.....
그런데 마침 전기검침 하는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왔습니다.
짖고 싶어 안달이 나던차에 잘되었다 하고 일구는 평소보다 다섯배로 열심히 짖어댑니다.
그리고 그가 가고나자 다시 맘에 안드는 표정으로 우리를 돌아 보고 있었습니다.
<일구야~ 니 머리 빡빡 깍아라~......>
이건 제가 일구에게 하는 화풀이 입니다.
어릴적에 뭐가 내 맘데로 안되고 화풀이 할데가 없으면 만만한 동생들이나
개에게 하던 노래입니다.
우리지역에서 살지 않았던 개밥바라기 님은 처음 들어본 노래라고 하고
명아주님은 어릴 때 불렀다고 했습니다.
오디를 다 따고 이번에는 딸기를 땄습니다.
집딸기가 꽤 많이 익어 나자빠져 있는데도 그것 따 먹을 시간이 없나 봅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사쿠리라는 나물을 뜯었지요.
그 나물이 많은곳에 천년초가 꽃을 피웠습니다.
얼마나 화려하고 예쁜지요.
그런데 겉으로 보아서는 안보이던 잔가시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그 가시에다 사진을 찍느라 그리고 사쿠리나물을 뜯느라 아주 갔다가 비벼 댓으니
갑자기 엉덩이가 따끔거려 보니 아예 가시가 쫘르륵 진을 쳤습니다
얼마나 많이 붙었는지 칼로 긁어 낼 정도로.....
아이구 ~ 하루 종일 가시빼느라 다른일을 못할 정도였지요.
점심때가 다 되어서 명아주님이 차를 고쳐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많은 고장은 아니고 라디에이터가 문제가 있었답니다.
산에서 먹으려고 싸 가지고 갔던 밥을 도로 꺼내서 집에서 먹고 출발~
오늘 간 산은 육백마지기~
며칠만에 간 산에는 범의꼬리가 가득히 피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일렁이는 꽃물결....
그리고 사상자는 어떻구요.
새로운 감탄으로 가슴이 벅찹니다.
오전에 일을 못했으니 3배는 빠른 손놀림으로 필요한 것을 찾고 뜯습니다
벌써 많이 쇠어가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처녀때 지리산 도사님에게 배운 하행축지법으로 빨리 산을 오르내리고.......
계획한만큼 나물을 뜯지는 못했지만 저녁때가 되어 산을 내려왔습니다.
명아주 님네 장독에 꽃양귀비가 한창입니다.
세여자의 남편들이 부인들을 찾으러 왔습니다.
헤어지기 아쉬워서 하늘아래 님댁에서 있는데로 저녁을 해 먹기로 했습니다.
곤드레된장국을 끓이고 텃밭에 메밀을 베어 메밀나물을 무치고 마늘쫑과 멸치를 볶고
세여자분이 일을 하는 동안 오늘 저는 구경만 했습니다.
구경만 하고 있어도 잘하는 팀이니까요.
세집과 홀로사는 한집식구가 모여 앉아 저녁을 먹었지요.
빠트린 것이 있었네요 귀한 조기도 구워 주셨군요.
세상을 살면서 내 맘데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러면서 귀한 여유와
시간을 주관하시는 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내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주어 졌을 때 잘 관리해야겠어요.
돌아오는 시간에는 말하나마나 저는 꿈나라로 가고 남편은 운전을 하지요.
한참 자고 있는데 갑자기 차를 세우고 숲을 향해 뛰어갑니다.
ㅎㅎㅎ 고라니녀석을 만난 남편
유년의 버릇은 50이 넘어도 못 버리나 봅니다.
고라니와 토끼와 노루를 보면 이렇게 쫒아가는 남편의 버릇 때문에 오늘도 혼자 히히거리며 하루를 마칩니다.
첫댓글 언니 참 멋지게 사세요..늘 그립고 부럽고 그렇습니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 들이네요~~ 저에겐 꿈만 같은 생활이예요~~
메밀을 나물로도 먹는군요. 와 맛있겠어요.
행복은 따로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 보는것만으로 다른사람에게 까지 행복이 전염되는거 같네여...
언니 주변의 시간은 느리고 정이 많은 것 같아요...저는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듯 매번 시간에 쫒기기도 하고 시간을 쫒기도 하면서 정신이 없는것 같거든요... 그래도 나중에 언니처럼 살아야지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ㅎㅎㅎㅎ
고라니가 뭐란말인가 ㅎㅎ 언닌 잠이 화들작 깨쎴구먼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