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곶자왈
최 낙 인
시공이 멎어든 아득한 본향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태고의 숨결
지열이 빚어낸 오름의 세계는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생명의 숲
수줍은 햇살은 풀 섶으로 숨어들고
천연수는 암괴 휘돌아 동굴로 흐른다
여린 이끼는 암반을 푸르게 몰들이고
늙은 고목은 바위 휘감마 뿌리로 오른다
청아한 물소린 멍든 가슴을 밝혀주고
향긋한 바람결은 지친 영혼을 맑혀준다
시원(始原)의 세계는 위대한 전율이어라
나 분명 이곳 천지개벽의 동산에 올라
장엄한 태초의 음향을 듣고 있음이라
영원토록 가꾸어야 할 이 강산 최후의 보루
여긴 돌도 나무도 짐승도 다 같은 형제들
난방계의 천량금 북방계의 좀고사리
곶자왈은 평회공존을 바라는 우리네의 염원
2. 인조인간(人造人間)
간드러진 목소리의 그 여가수
꼬리치는 눈웃음이 좋았었다
어느 날 몰라보게 달라진 그 모습
표정없는 노래엔 울림도 없었다
거리엔 넘쳐나는 수많은 인조인간
얼굴은 곱상한데 머리통은 비어있다
서점은 문을 닫고 도서관은 한산한데
성형병원 몰려가는 얼빠진 군상 대열
얼굴은 지나온 흔적이요 살아갈 미래상
인품이 배어나고 영혼이 피어나는 도요(陶窯)
오늘도 내 자화상에 점 하나를 그리자
약력: 최낙인
경남 고성 출생. 진주사범,경북사대 영어과,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밀양,창원 교육장,경남교육청 교육국장,경남 교육위원 역임. 저서로는
산고집'교학의 편린들',시집 '엉겅퀴',세계여행기 '한 하늘 다른 세상',
수상집 '작은 뜻 큰 인연' 등이 있다. '시와 수필' '서정문학'으로 등단.
첫댓글 상사화란 시가 <내 안의 외침 한 떨기 상사화(相思花)였다>로 응축되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