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보내기가 안돼서 여기에 전문을 올립니다.
한학기동안 구비문학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구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강의를 듣고 싶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준비 하느라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잘봐주세요 ^^;;
방학동안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것은 그전에 올린 것을 최종 수정한 것입니다.
한국 구비문학의 재 창조방안
고고학전공 박수홍
Ⅰ. 머리말
한국의 구비문학은 현재 산업사회의 발달과 정보화시대로의 변화로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구비문학의 특성상 말로써 계속 전승되어야 하지만 보유자의 고령화와 전승자의 부족으로 인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구비문학의 재창조와 현대적 활용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여러 곳에서 재창조와 현대적 활용이 이루어 지고 있으나 아직도 그 중요성은 일반인들에게 크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 대중들에게 확실히 다가갈 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재창조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요즘 일반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든지 영화, 음악 등으로 재창조가 된다면 구비문학이 보다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구비문학이 영화에 재활용된 사례를 살펴보고, 어느정도의 효과를 거두었는지, 그리고 <당금애기>와 <바리데기>를 어떻게 영화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Ⅱ. 구비문학의 영화화 사례
한국의 구비문학을 영화화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지만 몇가지의 예를 통해 어떻게 활용되었고 그 효과는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서편제
1993년 4월 10일에 개봉한 작품으로 이청준의 원작을 바탕으로 ‘판소리’라는 한국 고유의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국인의 한을 훌륭하게 그려낸 임권택감독의 작품이다. 주요내용은 아버지의 소리완성이라는 목표와 그에 희생된 남매의 정한에 대한 내용이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판소리를 일반대중에게 소개함으로써 판소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데 큰 영향을 끼친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춘향뎐
2000년 1월 29일에 개봉한 작품으로 이미 여러차례 영화화되었던 <춘향전>을 최초로 판소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임권택감독의 작품이다. 2000년 5월에 있었던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공식시사회때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는등 외국에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3.장화,홍련
2003년 6월 13일에 개봉한 작품으로 원작에서 소재를 따와 영화한 작품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아버지, 두 자매 수미, 수연이 그리고 새엄마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곳은 인적이 드문 시골의 한 일본식 목재가옥이며 신경이 예민한 새엄마와 그에 맞서는 동생을 지키려는 수미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영화는 네티즌을 대상으로 체험담등 소재를 공모하여 만든 작품으로 전래동화 장화홍련전을 현대적으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데에 주목할 만 하다.
4.여고괴담(1,2,3편)
1편 <여고괴담>은 1998년 초여름에, 2편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1999년 12월 24일에, 3편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은 2003년 8월 1일에 개봉한 작품으로 여고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괴담이라는 구비문학적인 요소와 공포가 결합된 연속 시리즈물 공포영화이다. 1편이 개봉하였을 당시에는 여고괴담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 파급 효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보수적인 교원단체는 이 영화를 ‘전교조 영화’라고 칭할 만큼 그 당시의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 영화였다. 2편에서는 채 성숙되지 못한 사랑, 이성이 아닌 동성간의 사랑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 보다 예술영화에 가까운 형태의 영화이며 구비문학적인 요소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듯 하다. 3편의 여우계단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여우계단’이라는 전설적인 요소가 강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여고괴담 전체를 보면 ‘괴담’이라는 기괴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이야기는 일상생활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비문학에 해당하는 요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편제, 춘향뎐, 장화홍련, 여고괴담 등에 활용된 구비문학의 갈래로는 판소리, 전래동화, 설화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구비문학을 활용하여 영화화한 예가 적기 때문이며 흥행위주의 영화만을 제작하려고 하는 영화 제작사의 문제도 있으며, 그만큼 아직까지도 구비문학이 일반대중들에게 폭 넓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여러 갈래의 구비문학을 영화에 접목시켜 좋은 작품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Ⅲ. <당금애기>와 <바리데기>의 영화화에 대하여
1.<당금애기>와 <바리데기>의 내용
1) 당금애기
<당금애기>는 전국 각지에서 전승돼 온 한국의 대표적인 무속신화로서, 아기의 출산 및 생장을 주관하는 "삼신"의 내력을 전하고 있다. 이 신화의 주인공 "당금애기"가 곧 삼신이다. 이 신화는 <제석 본풀이>로도 불리는데, 당금애기의 자식들이 제석신(帝釋神)이 되는 데 따른 명칭이다.
<당금애기>는 전해지는 지역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이 책의 내용은 동해안 지역 자료를 따른 것이다. 강릉에서 박월례가 구연한 "시준굿"과 영일에서 김유선이 구연한 "당금아기"가 그 대본이다. 내용과 표현에 있어 원전을 최대한 살리되, 후대에 통속화된 부분은 덜어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당금애기의 세 아들이 제석신이 아닌 산신(山神)이 된다는 설정인데, 원전대로 따랐다.
<당금애기>는 남녀간의 기이한 연분을 통해 비범한 인물이 출생 성장하여 신이 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천상의 고귀한 존재인 삼한 시준님과 지상의 순결한 여인 당금애기의 만남에 의한 3형제의 탄생은 하늘과 땅의 결합을 통한 고귀한 생명의 탄생이라는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신성한 사연이 실은 시련과 고난으로 점철돼 있다. 뜻하지 않게 시준님의 아이를 잉태한 당금애기가 겪은 시련은 참담한 것이었다. 주변의 오해와 박해 속에서 처녀 몸으로 아이를 셋이나 낳아 기르는 그 심정이 어떠했으랴. 한편 아버지 없이 슬픈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수모를 당하는 세쌍동이의 시련 또한 그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한국적 성모(聖母)와 성자(聖子)의 상(像)은 그야말로 "고난의 화신"이다.
그 어머니와 아들은 그 고난의 세월을 참고 견디어 마침내 그것을 극복해낸다. 그리고는 신이 되어 사람들의 삶을 돌보게 된다. 시련의 끝에는 새로운 날이 온다는 신념이 거기 담겨 있다. 고난의 역정이야말로 새 차원의 고귀한 삶으로 이어지는 통로라는 믿음이 또한 새겨져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신화는 부당한 인간 차별에 대한 경종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가장의 결손(缺損)으로 차별과 모욕 속에 고통을 겪은 그 모자(母子)가 실은 신의 선택을 받은 고귀한 존재로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신성(神聖)에 이르는 통로는 화려한 영광이 아니라 모진 시련이었다. 고난을 짐지며 살아온 한겨레의 세계관이다.
2) 바리데기
<바리데기>는 <바리공주>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당금애기>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무속신화로 꼽힌다. 주인공은 "베리데기"나 "비리데기"로 불리기도 하는데, "바리데기"라는 명칭이 보편화돼 있다. 그녀는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오구신으로서, 무당의 조상신으로 받들어지기도 한다.
<바리데기>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두루 전승돼 왔는데, 그 내용에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그 중 어느것을 원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 대본으로 삼은 것은 군더더기 없이 탄탄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는 안동 지역 무가 "비리데기"다(송희식 구연). 주인공 이름을 관례에 따라 "바리데기"로 조정한 것 외에, 내용과 표현에 있어 최대한 원전을 살렸다.
"바리데기"는 공주로 태어난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인형 같은 아름다움이나 화려한 영광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갓난아이 몸으로 버림받아 외로움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그리고 부모를 만나자마자 다시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나는 바리데기는 오히려 박해와 수난의 표상이다. 그 점 당금애기와 통하는 면이 있다.
<바리데기>는 박해와 수난에 대한 한민족의 해법을 제시한다. 조건 없는 인간애의 정신이 그것이다. 바리데기가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키운 것은 (증오심이 아니라) 사랑의 신념이었고, 그것을 베풀 힘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하여 기꺼이 또 다른 큰 수난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리데기의 모습은 참된 사랑의 힘은 고통 속에서 커간다는 깨달음을, 미움을 이기는 것은 사랑이라는 진리를 감동 속에 전해준다.
<바리데기>는 다른 한편으로 죽음에 대한 한민족의 의식을 투영하고 있다. 한(恨)을 피할 수 없고 죄를 면할 수 없는 삶. 그 영혼을 감싸서 원한과 죄를 씻어주는 존재가 바로 바리데기다. 힘들고 쓰라린 삶 뒤에 또다시 냉엄한 단죄가 있다면 얼마나 가혹한가. 떠나는 이들에게 너그러운 안식(安息)을! 그것이 바리데기의 박애(博愛)의 형상에 실은 한겨레의 작은 소망이었다.
고통받는 자의 등불 바리데기--그녀는 한 많고 죄 많은 영혼들의 평안한 쉼을 위하여 지금도 황천바다 건너에서 지성(至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2.어떻게 영화화 할 것인가?
<당금애기>는 천상의 신인 시준님과 지상의 순결한 여인 <당금애기>의 만남으로 3형제가 출생하며 갖은 수모와 박해를 견뎌내고 3형제가 삼신(제석신)이 된다는 내용이다. <바리데기>(<바리공주>)는 ‘바리데기’는 공주로 태어난 인물이며 갖난 아기의 몸으로 버림받아 외로움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그리고 부모를 만나자마자 다시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나는 바리데기는 오히려 박해와 수난의 표상이다. 그 점 당금애기와 통하는 면이 있다. 박해와 수난이라는 공통적인 내용이 바로 영화를 만드는데에서 <당금애기>와 <바리데기>를 하나의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꺼리가 된다.
-영화의 줄거리
시준님과 당금애기의 만남으로 임신을 하게되고 여기서부터 당금애기의 시련이 시작된다. 당금애기는 곧 3형제를 출산하게 되지만 처녀의 몸으로 출산을 하였다고 하여 더 큰 시련을 겪게되고 3형제 역시 마찬가지로 시련을 당하게된다. 첫째는 검을 잘 다루는 재주가 있었고, 둘째는 활을 잘 쏘았으며, 셋째는 도술을 잘부렸다.
한편 바리데기는 공주의 몸으로 출생하여 갖난아기 때부터 버림을 받아 어려서부터 혼자 살아가게 된다. 바리데기는 혼자 살아가지만 자연과 대화를 하고 영혼을 볼 수 있는 자신의 특이한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후 부터는 혼자이지만 절대 외롭지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당금애기와 그 자식들이 하루는 인근의 계곡으로 놀러를 가게되는데 거기서 바리데기를 만나게 된다.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것을 알게된 이들은 이내 친해지게 되고 이 만남이 있은 이후 이들은 자주 만남을 갖게된다. 3형제중 첫째와 바리데기는 점점 친해지게 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
당금애기는 이런 첫째와 바리데기를 결혼시키고 싶어 하지만 그 전에 바리데기의 부모를 만나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첫째와 바리데기는 바리데기의 부모를 찾아가지만 출처를 모르는 사위는 있을 수 없다는 부모의 강력한 반대에 부딧히게 되고 아버지를 모셔오던지 헤어지던지 결정을 하라고 한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첫째는 어머니 당금애기에게 찾아가게 되고 ‘너의 아버지는 시준님이시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시준님은 하늘나라에 계시다는 것을 알게된 첫째는 어머니인 당금애기에게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배운 후 지도로 그리고 그 지도를 이용해서 나머지 동생들과 바리데기와 함께 아버지인 시준님을 찾아가게 된다. 당금애기는 아버지를 만나면 보여드리라고 황금깃털을 첫째에게 전해준다.
하늘나라를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며 갖가지 위험요소가 그들을 항상 따라다녔다. 위기의 순간에는 서로의 능력이 빛을 발하여 위기 상황을 겨우 겨우 넘겨낼 수 있었다.
하늘나라에 도착하여 시준님 앞에선 3형제와 바리데기. 시준님은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아라’라고 말하자 첫째가 어머니가 준 황금깃털을 시준님께 보여드린다. 첫째가 왜 왔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시준님은 알았다고 한후 그들 일행을 데리고 순식간에 바리데기의 부모가 있는 곳으로 내려온다.
정식으로 결혼을 승낙받은 첫째와 바리데기는 행복해 했고,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시준님은 당금애기와 3형제를 하늘나라로 데리고 올라가 3형제는 제석신이 되었으며 바리데기는 하늘나라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죽은자들을 하늘나라로 인도하는 사신(死神)이 되었다.
-영화의 형태
영화의 배경이 땅과 하늘, 그리고 하늘나라로 가는 노정이기 때문에 신화의 성격이 그렇듯 환타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3D영화라든지 애니매이션을 생각해 볼수 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이나 <헤리포터>같은 환타지 시리즈물로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Ⅳ. 맺음말
지금까지 한국 구비문학의 재 창조방안에 대해 영화를 예로 들어 살펴 보고 <당금애기>와 <바리데기>의 영화화 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 구비문학을 활용하여 영화로 만든 예는 극히 적으며 그 활용 폭도 좁았다. 여기에서 예로 든 <당금애기>와 <바리데기>는 무속신화에 속하나 무가에서는 서사무가의 ‘제석본풀이유형(당금애기)’과 ‘바리공주유형(바리데기)’에 속하는 구비문학의 갈래이다. 무가의 영화화는 기존에 시도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것이며 앞으로 그 활용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구비문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일반대중과 더욱 밀접해 질 수 있는 대중매체의 활용과 사이버 공간의 활용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한국 영화로의 구비문학이 진출하는 일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의 하나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