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조개류들을 잘 선별하여 구입하면,
조갯살도 맛있게 요리할 수 있고
삶은 국물은 나중에 해물 요리를 만들 때 천연 육수로 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조개류는 단백질과 인, 무기질, 비타민B, 철분, 코발트가 많아 간장 기능에 효과적이다.
간을 보호하는 글리코겐과 해독 작용을 하는 시스틴, 타우린,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필자가 먼저 권하고 싶은 조개류는 역시 녹색입 홍합(Tahong, 이 나라 말로 따홍)이다.
뉴질랜드는 그들의 인근 주변의 바다를 청정지역이라고 홍보하며,
거기에서만 유일하게 구할 수 있다는 녹색잎 홍합을 채취하여 관절염에 효험이 있는
건강 보조 식품군으로 자리를 잡게 하였고, 세계 각 국에 수출하여 수출 효자 상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이 곳 필리핀에서 잡히고 또는 양식이 가능한 홍합 역시 녹색입 홍합이며
필리핀 서민들이 값싸게 요리에 자주 사용하는 홍합 역시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뉴질랜드産이 더 크다는 것뿐인데,
이곳에서도 좋은 따홍을 만나면 그것에 크게 뒤지지 않는 크기를 구할 수도 있다.
녹색입 홍합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글로코사민 성분은 퇴행성 관절염에 아주 효과적이라고
의학계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Red tide(적조 현상)일 경우 모든 조개류들의 구매는 보류되어야 한다.
싱싱한 녹색입 홍합의 구매 요령은 산처럼 쌓여 있는 홍합들 중 한, 두 개를 표본으로 입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본다.
향긋한 바다 내음이 나면 신선하다는 증거이다.
조금이라도 꼬릿꼬릿한 냄새가 난다거나 속살의 형태가 조금이라도 물러진 것 같으면
아쉽지만 오늘은 홍합을 포기해야 한다.
입을 꽉 다물고 자살한 홍합은 없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입이 벌려져 있는 홍합은 구매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비닐 봉지(plastic bag)에 담아 올 때도 손잡이 끝을 묶지 않고 사와야 좀 더 살아 있는 상태를 조금이라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속 살이 약간 불그스럼한 것이 암컷인데,
허연 색깔의 수컷에 비해 맛이 뛰어나다.
홍합을 깨끗이 씻은 후 잠길 만큼의 물을 냄비에 부어 입이 벌어질 때까지 끓여 준다.
거품을 걷어 내고 국자로 한 국자씩 살짝 국물을 떠어 위생 봉지에 잘 담아둔 후
바깥에 매직펜(Pental pen)으로 “홍합국물”이라고 써 다른 육수들과 구분해 냉동고에 보관해 두면,
해물 칼국수나 시원하게 미역국을 끓일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바닥의 국물은 미련 없이 버린다.
홍합 살 안에 붙어 있는 털들은 제거하면서 먹는다.
싱싱한 홍합은 단 맛을 제공해 준다.
만일 소주를 드시는 손님들이라면, 소주에서 입가심, 맥주로 넘어 갈 때
이 국물에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넣고,
일본 식품점에서 파는 곤약에 칼집을 내어 역으로 꼬아 넣어 한 소끔 끓인 후 써빙하면
“너무 시원하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다.
요리는 초대한 사람의 손님에 대한 정성스러운 배려와
손님들의 칭찬에 대한 화답으로 이루어 지는 "맛있는 교감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애주가들에겐 국물 포함 아주 좋은 안주로서 제 몫을 해준다.
홍합초를 만들어 전채 요리에 활용할 수도 있고, 홍합조림은 밑반찬으로도 적당하다.
꼬막과 피조개도 눈에 띈다.
꼬막과 피조개는 꼭 하품하듯이 큰 입을 쫙 벌리고 있다가 톡 건드리면 잽싸게 입을 닫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이다.
입을 빨리 다물면 다물수록 싱싱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아이 씨, 왜 건드려”하며 천천히 입을 다무는 것에 비해)
“꼬막” 하면 전남 보성군의 “벌교 참 꼬막”이 떠오른다.
조정래씨의 대하 소설, “태백산맥”을 읽으면 무녀의 딸(그녀 역시 신 내림을 받았지만)인 “소화”가 당황스럽게
또 어떠한 거부감 없이 받아 드린 첫 밤을 치른 후 그토록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만들어 주고 싶었던 벌교 꼬막 무침에 대한
아주 상세한 서술적인 표현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라는 조정래式의 표현은 꼬막
무침의 맛깔스러움을 온전하게 만든다.
자신과 첫 性 關係를 나눈 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맛있는 섹스는 함께 나누는 맛있는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꼬막 요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떻게 데치느냐”에 있다.
“삶는 것”이 아니라, “데치는 것”이다.
꼬막이 잠길 만큼의 물을 냄비에 부어 먼저 끓여 준다.
바닥의 수포가 조금씩 표면위로 오르는 거의 80도 정도 될 즈음 깨끗이 씻은 꼬막을 넣어
큰 나무 주걱으로 한 방향으로 저어 준다.
3,4분.. 입을 벌리기 바로 직전에 냄비에서 꺼내 준다.
입을 벌려 버리면 꼬막 속살의 예쁜 맛을 끓고 있는 물에 빼앗기고 만다 . 새색시의 속살을 기대했다가 주름진 속살을 마주하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게 된다.
꼬막은 23%의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으며,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은 음주로 인한 간 해독에 효과적이다. 또한 비타민 B 복합체와 철분, 코발트 성분은 여성과 노약자에게 아주 이롭다.
바클라란의 씨사이드 마트에 가면 한국의 것에 비하면 조금 작지만, 살아 있는 키조개도 만날 수 있다.
중앙 통로 좌측에 아주 뚱뚱한 아주머니가 팔고 계신데, 단골로 삼아 두면
살아 있는 것만 골라 구입이 가능하다. (필자는 아주 큰 사이즈의 티 셔츠를 선물로 주어 단골로서의 입지를 구축시켜놨다.)
살아 있는 키조개는 횟감으로도 적합한데, 날로 먹는 것이 조금 찝찝하다면
끓고 있는 물에 아주 살짝 데쳐 낸다.
(물론 끓는 물에 넣기 전 살을 껍데기로부터 분리해 넣는다.)
키조개 안에는 네 종류의 부위가 있다 . 우선 내장 부위는 떼 내어 버린다.
껍데기를 여닫는 근육 부분인 패주(눈)와 날개, 추를 먹는다.
패주(관자, 일본어로는 가이바시)는 세로로 썰어야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날개 부위의 쫄깃함은 담백한 맛을 지닌다.
추는 또 다른 식감과 별미를 느낄 수 있다.
키조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사시미로 먹는 것이고,
그 다음은 거의 날 것에 가깝게 끓는 물에 살짝(40초 내외)데쳐 먹는 것이다.
선도가 조금 떨어 진다고 판단되면(물론 선도에 대한 눈높이는 아주 까다로워야 한다.) 키조개 미역국을 끓여도 맛이 있다.
보통의 조개류는 킬로에 40페소 정도에 구입이 가능한데,
그것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싼 Pacific clams(퍼시픽 클람)은 고급의 조개에 해당한다.
이곳 말로 할란할란(Halan Halan)은 우리의 참소라이다.
자연산이며, seasonable한 상품이라 운 좋아야 만나지만, 맛은 기가 막히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수확되는 코끼리 조개(Elephant clams)는 조개 구이로 먹으면 묵직한 맛과 감칠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가스 렌지에 그릴을 올려 구워 주면 집 안은 어느새 서해안의 한 조개 구이집이 되고 만다.
재첩과 다슬기도 놓치면 후회할 맛이다.
----“엉터리 요리사, 알버스의 맛있는 영어(1,2편)에서 참고… 본 서는 한국 식품점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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