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샅'이란 말은 '사이'의 뜻을 갖는 옛말이었다.
그래서, 사람이나 짐승의 두 다리 사이를 '샅'이라고 해 왔다. 또, 두 물건 사이의 틈도 '샅'이라고 했다.
'샅'이란 말에 '아구'나 '아구니' 같은 끝말이 붙어 이루어진 말이 '사타구(샅아구)'와 '사타구니(샅아구니)'이다.
씨름할 때 두 다리 사이에 거는 바(헝겊 끈)를 '샅바'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그 끈이 '샅(사타구니)에 거는 바(끈)'이기 때문이다.
'샅'이란 말은 사람이나 짐승의 몸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아기들의 '기저귀'를 옛날엔 '샅갖'이라 했다. 샅에 차는 '갓'(헝겊)이라는 뜻이다. '갖'은 '가죽'이란 말로도 옮겨 갔다. 지금도 일부 지방에선 기저귀를 '샅갖'이라 한다.
한복의 바지를 만들 때 샅에 대는 좁은 헝겊 폭을 대게 마련인데, 이 헝겊 폭을 '샅폭'이라 한다.
땅모양에 관한 말에도 '샅'이란 말을 쓰고 있다.
'골짜기 사이'는 '고샅'이라 한다. 이 말은 '골샅'이 변한 말로 보고 있다. 글자 그대로 '골'(골짜기)의 '샅'(사이)이다.
'샅샅이'란 말도 '샅'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샅'은 '틈'의 뜻이 되기도 하니 '샅샅이'는 '샅(틈)마다 모두'의 뜻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소의 다리 사이에 붙은 고깃덩이를 '사태'라고 하는데, 이 말도 '샅'에 '애'라는 끝말이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아롱사태'도 쇠고기의 한 부분인데, 여기서의 '아롱'은 '덩어리'의 뜻으로 붙여진 듯하다. 아롱사태는 다리를 움직이는 힘살로, 한 뭉치의 살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아롱사태의 '아롱'은 한 아름, 두 아름, 의 '아름'과 관련지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름'도 원래 '알'에서 나온 말로, 이 '알'은 덩어리를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지금의 말의 '사이'란 말은 '샅'을 그 뿌리로 한다. 즉, '샅이'가 '삿이'가 되고, 이것이 다시 지금의 '사이'란 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또, 이 '사이'는 요즘에 와서 다음과 같이 '새'로 많이 줄여 쓰고 있으니 우리말은 계속 조금씩 변해 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샛길(사잇길)로 갑시다."
"샛강(사이의 강)을 건너 간다."
"요 며칠 새(사이)에 도둑이 자주 들었다."
'삿' 또는 '삿이(사시)'가 '사이'의 앞단계 말이었음은 옛 문헌을 보면 밝혀진다.
'산 사시를 날아시니라'(산 사이를 날으시니라)
'사시 그춤 업슨(사이가 그침이 없는)
'닛삿 디르디 말며'(이 사이를 찌르지 말며)
옛 문헌의 이러한 귀절들을 볼 때, '사이'는 원래 '삿'에서 온 말임을 분명히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옛날엔 기저귀를 '삿깃'이라 했고, 사타귀가 흰 말을 '삿흰말'이라 했다.
따라서 '사이'의 옛말이 '삿'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삿'은 '샅'으로도 발음했을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샅', '사태', '사이'는 모두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고, 여기서 갈라져 간 많은 말들도 서로 친척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샅(삿)'이란 말은 뒤에 다른 말이 붙게 되면, '삽'으로 변하기도 했다.
땅이름 중에 '삽재'나 '삽다리'란 곳이 여러 곳 있는데, 여기서의 '삽'은 바로 바로 '사이'를 뜻한다. 즉, '삽재'는 '사이의 고개'를 뜻하고, '삽다리'는 '사이의 들'을 뜻한다. '삽다리'에서 '다리'는 '달'을 뿌리로 하는 말인데, 이 말은 대개 '들'을 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