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은정·사진 | 서승환
창단 첫 해 전국체전 서울대표 출전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 정구부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다. 스포츠의 진리를 얘기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의 자리는 언제나 변화무쌍하게 뒤바뀌기 마련이며, 오직 최선을 다한 땀방울의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며 또한 스포츠가 스포츠를 뛰어넘게 하는 숭고한 정신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승부의 세계에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서울시 남자 고등학교 정구부 부동의 최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용산고 정구부를 물리치고, 경기기계공고 정구부가 전국체전 서울시 대표팀으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모두 7대3으로 용산고의 승리를 예측한 경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6월 5일, 1차전을 3대0으로 승리한 경기기계공고 정구부는 6월 14일 펼쳐진 2차전도 연이어 3대2로 승리해 전국체전 서울 대표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팀을 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거둔 값진 승리라 그 의미가 더욱 남다릅니다. 아직은 여러 가지 여건상 부족한 것이 많은데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코치선생님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주고 계신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덕분에 거둔 승리입니다.”
경기기계공고 정구부 박효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학교의 뒷바라지가 무엇보다 이변을 일으킨 승리의 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시작이 반이다
경기기계공고 정구부는 2007년 3월 새롭게 창단했다. 총 6명의 선수(1학년 연재규, 정인호, 이민수, 홍주형, 2학년 김재호, 이창민)와 박효열 감독, 석일진 코치가 한 팀을 이루고 힘찬 시작의 닻을 올렸다. 1, 2학년 선수 위주로 팀이 구성되어 있다 보니 아직 노련함과 경험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젊은 열정으로 단결된 마음은 늘 최강이다.
경기기계공고는 교내 운동여건이 좋다. 넓은 코트와 체육관 그리고 생활관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느 때나 맘 놓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의 훈련이나 시합을 촬영하고 판독할 수 있는 훌륭한 기자재가 교내에 구비되어 있어 코트장 밖에서도 과학적인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도 경기기계공고 정구부의 여름 훈련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여름 내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기술훈련도 탄력이 붙기 때문입니다. 8월말 있는 추계중고연맹전에 출전해, 팀 전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재정비해서 좀 더 치밀하게 마무리 훈련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박 감독은 다부진 각오로 전국체전을 대비해 진행된 여름훈련 상황을 설명했다.
젊은 열정과 패기로 승부한다
언 듯 보면 정구와 테니스는 같은 운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구와 테니스는 비슷하지만 다른 운동이다. 정구는 테니스와 달리 말랑말랑한 고무공을 사용하고, 라켓은 크기가 작은 편이라 스윙하기가 편하다. 테니스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쉽게 접할 수 있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여성, 노년층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몇 몇 인기종목에 비해 비인기종목인 정구부 육성의 상황은 열악한 편이다. 서울에만 해도 남자 고등학교에 정구부가 있는 곳은 용산고와 경기기계공고 단 두 곳뿐이다. 인기종목에 가려지고, 점점 힘든 운동을 기피하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기기계공고 정구부 선수들은 대부분 중학교 시절부터 정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에 비해 몇 년의 공백이 있기에, 그 시간을 따라잡고 뛰어넘기 위한 그들의 마음가짐은 사뭇 진지하다.
늘 가까이에서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 챙겨나가는 석일진 코치는 “선수들이 말썽부리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해 생활하고 운동한다”며 선수들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최근 전국체전 출전을 앞두고 팀의 분위기는 더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한 번 해보자”라는 강한 자신감이 선수들 스스로를 독려하고 있다.
경기기계공고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젊은 열정과 패기가 있다. 이번 체전에선 단식에 출전하는 1학년 정인호 선수가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멀리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물론 향후 성장하고 발전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더 큰 내일을 준비해 갈 것입니다. 저희 팀의 잠재된 가능성을 보고 좀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팀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박 감독은 팀의 발전 가능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경기 안성고, 강원 횡성고, 광주 동신고 등 모두 쟁쟁한 실력을 갖춘 팀들이라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으리라 예상되고 있다.
오늘도 내리쬐는 햇빛을 벗 삼아 쉴 새 없이 코트장을 누비는 경기기계공고 6인의 선수들! 그들이 세상을 향해 이제 막 그들의 모습을 뽐내려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하는 날갯짓이라 서툴지만, 한 번 비상하면 분명 더 멀리 더 높게 날아오를 것이다.
여름내 흘린 땀방울이 올 가을 전국체전에서 값진 결실을 맺고, 그들이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도 맘껏 펼쳐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