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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1구간(하늘재-탄항산-평천재-부봉-마패봉-조령-깃대봉-신선봉-조령산-이화령)
1.일시: 2017년 3월 31일 금요일~ 4월 1일 토요일
2.참가인원: 전 과 동
3.날씨: 눈, 비, 진눈깨비, 안개, 바람, 어느 것 하나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없었다. 하늘재에서 잠시 멈춘 비 덕분에 제대로 포암산을본 것 말고는 능선 내내 자일과 날씨랑 싸우느라 경치를 볼 수 없었다. 그러다 간헐적으로 안개가 걷히고 언듯 언듯 풍광을 보여주니 그나마 육체의 고통엔 큰 위안이 되었다. 아무튼 눈 비로 등로는 엉망이고, 매달린 젖은 자일은 손을 통해 찬 기운을 온몸으로 흩뿌려준다 .
4.산행 거리 및 시간
고도표에서 보듯이 자잘한 오르 내림이 반복되고 자일밭이 군데군데 깔려있어 그야말로 온몸으로 유격하는 기분이었다.
산경표의 도상 거리는18km 정도 밖에 안나오는데 이동거리는 근 30km다.
오늘은 gps를 신경 쓴 덕에 그림이 누더기는 안되었는데, 항상 gps 신호를 점검하며 걷다보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나보다 gps가 더 중한가? 대체 뭣이 더 중한 겨?
마지막 이화령 바로 위 헬기장에서 안개 감옥에 갇혀 헤매인 족적들이 뽀족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매번 새벽에 이동하여 그냥 바로 산행을 해왔는데 오늘은 시험삼아 점촌의 찜질방에서 조금 쉬었다가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마침 점촌에 도착하니 어제부터 꼼지락대던 비가 소나기 처럼 내려 어쩔 수 없이 비도 피할 겸 찜질방으로 대피했다.
비몽사몽간에 언듯언듯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하다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서 행장을 꾸리고 찜질방을 나왔다.
새벽 점촌의 거리 풍경!
점촌에서 택시를 집어타고 이곳 하늘재에 도착하니 조금씩 내리던 비가 갑자기 소나기로 바뀐다. 택시 안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밖의동태를 살피다가 택시 미터기 요금이 자꾸 올라가, 하는 수 없이 일단 내리기로 했다.
택시비 약 5만냥?
국립공원 통제소 옆 화장실로 일단 대피하여 밖의 상황을 파악하는 '그윽한 미소'!
비 안맞겠다고 '바람'은 완전무장을 했다.
비가 조금 잦아들어 무조건 출발하기로 했다.
오늘은 초소에 국공직원들이 없다.
이전 구간에 이리로 지나올 때는 지은 죄가 많아 사시나무 떨듯 했었는데, 오늘은 비도 오고 해서 이리로 근무하러 안나온 듯 하다.
초소 뒷편에 음악이 나오는 최신식 화장실이 있다.
옅은 운무에 휩싸인 포암산 자락!
선경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포암산의 맑은 모습이다.
시진들이 대체적으로 선명치가 않다. 이 그림들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그림이라 그런가 보다.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가 어떤 이유에선지 저장해 놨던 사진들을 다 날려 먹었다.
배고파서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복원업체를 섭외해서 사진은 재생이 되었는데 피같은 동영상은 결국 복원을 못했다.
그래서 이번 구간의 동영상은 죄송하지만 없다.
나는 복원이 무슨 소프트웨어적으로 큰 실력을 갖춰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았더니만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복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보니 나도 된다.
그런걸 가지고 삼만원을 받아 먹다니 칼만 안들었지 강도중에 날강도다!
이런 쓰벌!
하늘을 향해 무슨 염원이 그리도 많은 지 섬세하고도 날렵하게 구원의 손길을 뻗친다 무희의 가냘픈 손짓처럼!
탄항산 도착 7시 38분.
좌우사방이 옅은 운무로 싸여있다.
오늘의 아침!
땅바닥은 진눈깨비에 젖어 털퍼덕 앉아 먹을 수 없어 불쌍하게 쪼그려 앉아 인생고를 해결하고 있다.
바위에 꽂혀 살고 있는 소나무!
어떻게 저기서 저렇게 살기로 작정을 했을까? 하고 많은 좋은 장소를 다 마다하고 저렇게 극단의 장소에서 극단의 삶을 살아내기로 했을까?
보들보들하고 축축한 흙이 바닥에 깔린 땅도 아닌, 송곳 꽂을 만한 곳도 없는 바위 틈바구니에서 저렇게 살아 남았다는 것은 놀랍고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천생 척박한 곳을 골라 살아가니 우리의 소나무는 언제나 고고하고 청청한가 보다!
동암문.
마페봉 도착 11시.
뭘봐?
동서울터미널에서 급하게 산 오렌지가 오늘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한다.
간간히 떨어진 당을 보충해주고 출출한 배도 채워주고 갈라지는 목도 축여주니 일석삼조다.
기지고 다니기가 무거워서 그렇지 과일은 산행중 최고의 간식거리다!
'그윽한 미소'가 뒤에서 컨닝하고 있다!
뭘봐! 여긴 출현 금지야!
사람들의 마음은 같은가 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있어 보이는 바위에 염원들을 담아 하나 둘 바윗돌 들을 올려 놓으니 말이다.
생강나무가 용트림을 하고 있다.
드디어 조령 관문.
이 너른 땅덩어리가 다 삼양의 땅 600백 만평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기 빽빽히 들어찬 전나무들도 다 조림한 나무라고 한다. 전나무 숲에 드니 촉촉한 공기 속에 나무의 향이 배어 폐 깊숙히 침투한다.
이곳에 도착하니 주춤했던 비구름이 다시 물려오려 한다.
형형색색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문경새재를 넘고 있다!
문경새재 쉼터 주막집에서 부추전과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라면이 한그릇에 오천냥인데 갖은 버섯과 야채를 넣어 끓인 것으로 시원하면서 담백한 것이 오천냥이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원래는 이곳 근처 어디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는데 보는 눈도 많고, 시간 절약을 위해 쉼터에서 점심을 해결한 것이다.
조령약수 이 물을 꼭 먹어야 하는데 오늘따라 물이 말라 먹을 수가 없다. 백두대간을 겨울에 북진할 때 개고생하고 이곳 조령약수에서랴면을 끓여 먹은 기억이 새롭다.
조선시대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다 이 약수를 먹으며 문경새재을 넘었을텐데 아쉽도다!
우측 뒤로 보이는 건축물은 산신령을 모신 산신각이다.
뒤로 보이는 뽀족 뽀족한 봉우리들이 신선암봉 능선길이다.
여기서 봐도 결코 녹녹치 않은 구간이 될 것이다.
마패봉!
이렇게 간헐적으로 운무를 벗어 던지고 언듯언듯 대간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날씨!
이것만이라도 어디인가!
아직도 응달에는 잔설이 겨울을 주장하고 있고 간헐적으로 진눈깨비가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눈으로 바뀌어 내린다.
능선의 소나무!
이것이 저 밑 저자거리에 있었다면 돈으로 몇 억은 되지 싶다! 소나무에게는 모욕이 되겠지만 우리같이 타락한 중생들에게는 모든 것이 다 돈으로 환산되니 사물을 돈으로 계량할 수 있는 능력은, 타락의 정도에 따라 비례하는 것 같다.
돈을 좇아 저자거리로 내려가면 아마도 저 소나무는 지레 죽고 말 것이다. 가지고 있던 고고청청함을 버리면 DNA가 무너져 살아갈 수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인물이 고고성을 잃어버리면 순식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지나게 될 다음 백두대간 능선길!
바위를 뚫고 올라 온 소나무!
소나무 속에는 저런 강인하고 삶에 투철한 DNA가 내재되어 있는가 보다.
바위를 뚫고 올라온 소나무를 가까이에서 찍었다.
햐! 이 소나무가 살아만 있었다면 부르는게 값일텐데...
속물의 근성을 벗기려 거대한 바위 위에 나의 백회를 대고 반성하고 있다.
아! 탁한 나의 머리를 텅 비우게 하시고 닫힌 영성을 열어 하늘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열나게 바위를 타고 올라오는 우리의 안빈낙도 회원들!
이렇게 험한 능선길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6~70대로 보이는 산악회 회원들이 넘어오고 있다.
그런데 능선에서 만난 일단의 아주머니들이 산악회 회장을 향해 원망의 소리를 늘어 놓는 것이다.
산행의 초자들을 험한 코스로 몰아 넣어 이렇게 굿은 날에 개고생 시킨다며 노발대발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런 코스에 초자 산꾼들을 붙여 놓는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거기다가 지금은 산을 오판하기 쉬운 간절기 봄의 산행길임에랴!
좌우 조망이고 뭐고 일단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네 다리로 엄금 엄금 기어가는 것이 불안하기 그지없다.
사고나 나지 않길 빌고 빌뿐이다! 중급 이상의 코스를 초자들에게 밀어붙이니 욕이 나올 밖에...
신선암봉에 도착하니 진눈깨비가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간헐적으로 함박눈이 내리는데 시야를 가리고 마음을 조급하게 휘몰아간다.
반대편으로 지나간 아주머니군들이 슬그머니 걱정이 되는 순간이다.
뒤에 보이는 스틱도 힘에 겨워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시방 타임 오후 4시 46분으로 시간은 자꾸 깊어만 가는데 우리의 조령산은 아직도 눈 밖에서 아른거리니 어쩔꺼나~잉!
세월이 가는 지 시간이 가는 지 에라이 나는 모른다 지금 이시간을 그저 즐길 뿐!
앞에 눈을 이고 있는 산이 조령산으로 아직 길길이 멀다.
자일이 걸려있는 너럭 바위를 내려서고 있는 우리의 '바람'!
저 뒤에 제일 높은 봉우리가 조령산 정상이다.
산행 11시간 째를 접어드는데도 아직도 흐트러진 기색은 없다!
안빈낙도회원 화이링!
우리가 지나 온 신선암봉 능선길.
계단도 가뿐하게 오르는 우리의 안빈낙도 회원들!
철계단 끝나는 곳에서 바라 본 우리가 지나 온 대간 능선길.
온 길을 눈으로 되짚으며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가슴에 아로새긴다!
언제 다시 와 이 강산을 눈에 담을 것인가?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에 담고 가슴에 담을 일이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했던 조령산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 18시 13분!
새도 쉬어간다는 조령산, 그러나 우리는 쉬어갈 수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조령산에서 신선암봉 능선길을 당겨 찍었다!
바로 정면에 아스라이 보이는 봉우리가 다음 구간 우리가 지나게 될 백화산과 이만봉이, 지난 겨울의 잔설을 머리에 이고 아직도 깊은겨울잠을 자고 있다.
조령샘 도착 18시 48분.
1,000 고지에서 나오는 약수! 아무리 가물어도 물줄기가 마르지 않는다는데 희한한 것은 조령산과 불과 20m밖에 차가 없다.
조령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솟아 올라온다는 얘기 아닌가!
물줄기도 약하지 않고 계속 나오고 있다.
결국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했으니, 오늘 만큼은 헤드랜턴을 안꺼내도 되겠지 싶었는데 결국 꺼내고 말았으니 말이다.
조령산을 지나 내라막길을 접어들면서 가랑비가 안개비로 바뀌면서 해드랜턴을 켜도 빛이 산란이 되어 눈뜬 장님 꼴이다.
오히려 해드랜턴을 끄니 길이 구분이 되는 희한한 일이 발생한다.
더듬 더듬 내려오다가 이화령 우회길을 버리고 원 대간 길을 잡아 직진하니 헬기장이 나온다.
여기서 안개비는 더 자욱해지고 드디어 길을 가늠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근 삼십분을 까먹고 겨우 이화령의 불빛을 확인하고 미끄러운 내리막 길을 더듬듯이 내려왔다.
스틱을 풀려고 젖먹던 힘까지 뽑아보지만 어림반푼어치 없이 스틱은 헹하고 돌아선다.
젖은 손으로 돌리면 그게 돌아가누?
조령 휴게소 주인장이 가르쳐 준 택시 번호로 호출하니 정각 20시 20분에 택시가 나타났다. 택시가 오기까지 비는 말그대로 장마비 처럼 때론 진눈깨비를 동반하여 퍼붓기 시작한다.
지금 이 시간에 수안보터미널로 가도 차 시간이 문제가 발생하고 문경으로 가도 마찬가지, 우리의 선택지는 충주로 빠지는 길 밖에는없다.
'그윽한 미소'는 가는 동안 요금으로 택시 기사와 간을 보고 있는데, 이빨이 박힐 것 같지가 않다.
결국 충주에 도착하니 미터 요금을 한푼도 깍아주지 않고 다 받았단다. 조령 휴게소에서 소개시켜 준 것이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호주머니에서 돈이 떠난 후다!
수면제를 먹을 시간도 없이 발바닥에 불이나게 바로 있는 버스를 타고 동서울로 직행했다.
동서울에 도착하니 '바람'의 차 시간 때문에 간단하게 분식점에 들러 알코올에 알자도 냄새를 못 맡고, 분식으로 내장을 허벌나게 채우고는, 허벌나게 꽁무니 빠지게 각자 집으로 내뺐다!
이번 구간도 우리 안빈낙도 회원들 허벌나게 고생했다. 그러나 다음 구간도 허벌나게 고생해야 하는디 어쩔거나 잉?
나의집 도착 시간 24시 30분.
첫댓글 고생들 했다..마지막 조령샘에서 이화령까지 구간은 정말로 최고의 인내를 필요로 하는 구간 이었던것 같다..역쉬 대간의 완주는 만만치 않구만...
다음 구간도 거리상 만만치가 않구마~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