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도 저도 출근하기 싫어서 1999.12.31.지구의 종말이 오기를 기대했는데
끝내 종말은 오지 않았습니다. 필시 노스트라다무스는 엉터리가 분명합니다.
10.9.8.7.6.5.4.3.2.1. 밀레니엄입니다. 금모으기로 IMF를 극복한 저는 보신각
종 치는 소리를 광화문에서 들었고, 예주를 아내의 뱃속에 넣고서 에스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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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새천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때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 딸이
벌써 입시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만약 예주가 6개월만 빨리 세상 밖으로
나왔다면 나랏돈으로 키울 수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대기업 화이트컬러가
된 삼천포가 고대 나와서 복사하고 팩스 보내는 중요한 일로 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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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를 두 번 나온 우리 집 2층에 문경이 아빠는 뭐하고 사나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삼천포가 바보사원노릇을 하고 있을 때 윤진 이는 3년을 잘 버텨
줬습니다. “윤진이 너 나랑 영화 보러 안 가면 딴 여자랑 영화 본다. “
”제발 그래줘“ 호주 다녀온 나정양은 여전히 말괄량이 깡패고 동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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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서울 쌍둥이에 복귀했습니다. 물론 연봉50%깎인 채로.
어, 핑클이네. 허 천 나게 개찜을 쳐 먹는 나정 이를 보니 우리 에스더 생각
납니다. 꽃개 발라먹는 것은 먹어본 놈이 잘합니다. 메이저 톱스타 칠봉이가
밸런타인 30년산을 들고서 하숙집에 왔으니 공기 밥이 탑을 쌓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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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 환영 입니다. 핑클이 이 이때 걸 그룹 대세였고 경실이가 ‘체험 삶의
현장’을 진행했다나 봐요. 김해수의 플러스 유에 칠봉이가 나온답니다.
19회는 완전 칠봉이 판입니다. 나정이랑 칠봉이가 면허 따러 붙어 다니도록
설정한 감독은 아마도 운명을 엮는 인사입니다. 3890번 성 나정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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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불쌍한 우리 쓰레기는 어쩐답니까? 그러게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야.
사랑은 준비된 바로 그 순간 내 옆에 있는 그 사람하고 하게 되고 그것을
운명이라고 하지요. 칠봉이 44점 맞았다고 친구들이 놀립니다. 저는 면허시험
용지가 수입인지를 더 이상 붙일 수 없을 만큼 떨어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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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도 석두도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후발주자 빙그레가, 해태가 연애하느라
발바닥에 땀납니다. 더럽고 눈곱 시려 못 봐주겠습니다. 친구들이 공사가
다망해서 다들 가버렸으니 칠봉이랑 나정이만 남았습니다.
칠봉 이는 공부해야 하고, 나정 이는 먼저 들어 가버리다니 싱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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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의 남자 빙그레 가 병원 온 김에 정우를 찾아왔습니다.
쓰러져 자고있으니 커피 캔에 포스트만 붙여놓고 그냥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화 아줌마가 대접에 탄 커피 한 사발 먹어보았나요? 사약 한사발.
5년1883일째인 커플이 어째 삐끄덕 거립니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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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선배가 소개팅 나가야되는지 말지 물어본답니다. “밤늦은 시간 남의
여자 친구한테 그딴 걸 물어보냐? “ ”어차피 너랑 나랑 결혼할 사이도
아닌데 왜 신경 쓰고 지랄이냐? “ ”뭐라, 말이여, 막걸리여? “ 말 막걸리다.
나정이가 드디어 면허를 땄고 하숙생들이 오늘 단체로 영화 보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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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늦게 배운 도둑질에 충성하고 있는데 나정이만 개털입니다.
빵 순이 가 주라기 공원세트로 사들고 앉았으니 분위기는 빵점입니다.
설 경구 나오는 ‘박하사탕’나는 별로였는데 다들 감동이라고 합니다.
스포츠신문 가자가 아는 체 하는 것을 칠봉이가 곤혹스러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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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쓰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여자 친구는 맞으시죠?”
“아직은 아닙니다. 저 혼자 좋아합니다. 나중에 정식으로 사귀게 되면
맨 먼저 가자님에게 알려줄게요. 그러니까 오늘은 부탁합니다.”
칠봉아, 착각은 자유란다. 나 같으면 안 봐주고 기사를 써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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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이가 정우네 아빠 병문안을 왔습니다. 딸내미 연애에 아빠가 발 벗고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전번 받아서 정우를 만나러갑니다. “밥 묵었냐?”
“예, 아부지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데. 나는 괜찮은 게 네 엄마 일화한테
전화 넣어줘라, “ ......, ”아들아, 내가 그때 왜 반대를 했는지 아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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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라 그랬어. “ 정우자식 서럽게도 우네요. 사실 이 상황에서 감동을
받지 않는 놈들이 있을까요? 연인관계이었다가 깨지면 단순히 둘의 이별이
아니라 둘을 교집합으로 두고 있던 합집합의 사람들 모두가 소원해집니다.
저는 이런 개 같은 경우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더 이상 코멘트를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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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이가 벙어리 가족장갑을 주고서 택시를 타버렸습니다.
해태가 윤진이, 삼천포 커플이 이제 ‘뽀-개-진-다‘ 에 손모가지 건답니다.
제가 손모가지 꼭 자를 테니 기대하시라. 병신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어이 친구들!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이 뭔 줄 알아?” 몰라. “희생이다”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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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기 너무 어려워......,내 차 탈사람? 칠봉아 내가 차 태워줄까? “
강남구 대치동 은 마 아파트로 출발! 은 마 아파트는 휘문고와 가깝습니다.
저희 사촌 난자 누나가 은 마에 살았었고 80년대에 몇 개월 개인회사를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대치동 은 마가 설마하니 돼지엄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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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바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칠봉, 나정이가 곡예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받지 마, 켜지마!” 나정이 눈에는 오직 앞만 보입니다.
아내가 면허를 따고 연수를 할 때 저도 미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준 것이나 칠봉이가 목숨을 걸고 나정이 차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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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순전히 희생입니다. 가까스로 파킹을 했는데 어째 삐 딱합니다.
어떻게 만든 찬스 판인데 동일이가 다쳐서 병원에 실려 갔답니다.
“택시, 택시” 택시가 잡히면 플롯 전개를 어찌합니까? “택시! 택시!”
삼천포가 회식 중에 노래방에서 윤진 이를 호출했는데 당근 윤진이 미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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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었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삼천포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고름을 받고 있을 때 몸값을 올린 도우미 윤진이가 왔습니다. 삼천포는
이제 살았습니다. “키 줘봐 얼른?” “내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
너 나중에 애기하자” 뭐야, 제 생각대로 칠봉 이는 면허증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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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이때 전화가 왔냐고 물어보면 촌놈입니다. 사랑은 운명이기도 하고
그 운명은 시공간적 타이밍이지요. 그리고 그 타이밍은 예측불가입니다.
동일이가 갈비뼈3 다리 깁스, 콧대가 부러진 것이 족히 12주 진단은 될 것
입니다. 우리 매형처럼 택시 운전 수 잘못 건드려서 다구리를 맞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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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이렇게라도 해서 나정이랑 쓰레기가 재회하도록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삼천포가 윤진이 방에 들어와서 세기의 삼천포식 프러포즈를 합니다.
“윤진아, 내 너 억수로 좋아하는 줄 아냐? 나도 선배처럼 멋진 프러포즈하고
싶었는데 나는 계획이 필요하다 이런 내가 나도 싫어 근데 어짜노?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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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겨먹었는데 그래서 통장 3개로 반지를 대신했답니다. 주택통장,
적금통장, 그리고 결혼식 통장이랍니다. “아직까지 만기가 안 됐다. 다 부을
때가지 기다려 줄래”감동, 감동입니다. “인자 말해봐라. 지갑 줘 봐! 얼른”
“말 하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자꾸 그렇게 됐어. 나 보름이면 미국가고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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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그래 일부러 그랬다. 만약에 언제가 될지 몰라도 몇 년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리고 네 옆에 아무도 없다면 우리 연애하자고
했던 말 기억나? 나정아 나 네가 너무 좋아. 아직도, 지금도 좋아”
가끔은 정말 신이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설사 신이 없다고 해도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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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는 있어야 지금 상황이 설명될 것입니다. 쓰레기가 그때서야 동일이
입원한 사실을 알고 달려갑니다. 이 절묘한 인연, 어쩌면 운명은 내게 장난을
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운명은 지랄 맞습니다. 지독합니다. 힘이 셉니다.
딜레마에 빠트리기도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궁지로 쳐 넣기도 하고 끝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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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간절한 기도 따위 가볍게 무시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운명은 지랄 맞습니다. 아, 난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리움만
쌓입니다. 이제 칠봉이만 살판났습니다. 볼카운트 투 앤 투에서 친 파올
프라이를 잡아냈으니 말입니다. 살아보니 예측할 수 없는 게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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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잔인한 운명이 나를 벼랑 끝으로 매몰아 옴짝 딸싹 못하게 만들고
결국 내게 공을 넘겨받았습니다. 운명은 선택이니 이제 내가 선택해야만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세 사람들 모두.
2017.6.5.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