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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스크랩 항암치료 10차 삼시세끼
솔하늘 추천 0 조회 53 18.10.25 21:4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항암치료 10차 삼시세끼                   

복사 http://blog.naver.com/shinjh122/220325230633

                                 
4월 6일 월요일
이런 저런 생각에 
새벽 3시에 잠들었지만 
오전 9시10분 진료예정이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6시
어서 일어나라는 기계음에 눈을 뜬다.

화장실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아내도 잠을 제대로 못잔것 같다.
이제 세 차례만 받으면 되는데도
며칠전부터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만 받으면 안되겠지? 하고는 
뻔한 대답을 들으려한다

거실창으로 
벚꽃의 환한 미소가 새벽을 밝혀 주며
준비를 서두르는 아내를 위로한다.

6시 56분 병원 채혈실 앞의 기계가
낼름 혀를 내밀며 번호표를 토해낸다.

굳게 굳은 표정의 사람들이 대기실의 
의자를 가득 채우고 있고
채혈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채혈실안의 풍경은 준비를 서두르는 
직원들의 손길로 분주하고

7시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번호를 호출 
따끔거림 하나 없는 노련한 솜씨로 
필요한양을 뽑아낸다.

평소 같으면 아직은 잘 시간
졸립기도 하고 배도 고프지만
지혈을 위해 잠시 빈자리를 찾는다.
수술후 아내에게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밖에 나오면 좀처럼해서
큰일을 못 보았는데 요즘은 병원에 오면
화장실을  잘가고 시원하게 잘보아
예민해서 힘들었던 수술전의 일들이
생각나는데

밥 생각은 없고 간단하게 먹자는 아내와
단호박죽과 샌드위치에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9시10분 진료

백혈구지수 2,070
혈압 114에 68
체중 61kg

피검사 결과
모두 정상이라는 코디 간호사의 
설명을 들으며 불안했던 시간으로 부터
해방된다.

종양외과 신상준교수님과 열번째 만남
봄 들녘에 핀 벚꽃보다 더 화사한 웃음으로 맞아 주신다.

그동안 잘 관리 하셨네요
모두 좋아요
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게 관리
잘하시라며 열번째 만남을 간호사님에게
마무리 한다.

일찍부터 시작된 일정으로 
오늘은 시간이 남는다.
남는시간 영양제라도 한대 맞으라
하지만  아내는 거절한다.

초반에는 어떻게 관리할지를 몰라
영양이 부족해서 기운이 딸렸지만
이제는 머리카락도 안빠지고
손저림도 덜해서 안맞아도 된다며 
집에가서 따뜻한 밥 한그릇  
먹고 싶다는것을 보니 이제 살만한것 같다.

16번방 4번 침대
병실 창문 밖으로 덜컹거리며 여행을 
떠나는 기차의 재잘거림이 눈에  들어온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눈덮힌 하얀 철길을
미끄러지던 기차가
봄꽃이 만발한 철길을 달리고 있다.

내년이면 눈에 보이는 기차의 뒷칸에라도 매달려 
오늘을 이야기하며  봄나들이
갈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항암제의 여행이 가느다란 튜브를
마지막으로 떠나는 시간 12시 20분
9차부터 약물주입중 보이던 손저림과
메스꺼움이 현저히 없어 한결 수월하게
병원문을 나선다.

채혈실 대기번호 1008
주차구역번호 108
외래 병실번호 16-4 
단호박죽 8천원
점심 청국장 둘 제육볶음 하나 16,000 원

오늘은 8과 인연이 있는것 같아 
8로 조합된 로또라도 한 장 사야할것
같은 생각이든다.

ㅋㅋ
꿈이지만 당첨되어 8억원을 탄다면
암과 투병하는 환우분들을 위한
꽃과 나비가 춤추는 안락한 전용식당을 
만들어 몸과 마음이 지친 환우분들과
간병하시는분들의 아픈마음과
힘든 심신을 달래드리고 싶다.

약기운이 몸에 퍼지면서 갈증을 많이 느낀다는 아내
오후 영업을 위해 출근을 서두르지만
걱정이다.
저녁도 챙겨주어야 하는데 
걱정하지 말라며 다녀오라한다.

항암 첫날은 견딜만 하고 아이들이 
오늘은 모두 있으니 먹을것 해 달라면
된다고 빨리 돈벌러 가라고 등을 떠민다.

ㅋㅋ
알바도 못 나온다는데 ...

한창 바쁜 저녁8시 아내가 저녁을
먹었는지 확인 할 시간도 없다.

저녁은 아들녀석이 열무김치국물에 
메밀국수를 삶아서 
항암제와 목숨걸고 싸우는 세포들을 
위로하며 힘을 실어주었다고 말해준다.
 

4월 7일 화요일
몸이 불편해 잠을 제대로 못잔 아내가
배가 고프단다.
병원만 가면 화장실 볼일을 시원하게
보고 온다는 탓에 그런대로 소화에는
별 이상이 없는것 같아 다행이다.

아내가 일어나니 아침시간이 바쁘다.
고등어조림을 하기위해 준비중인데
턱바치고 있는 아내를 보니 몸이 안따라준다.
 


아내에게 배운대로 고등어조림 
재료를 준비해 넣고 두부를 한 쪽 지지며
밥하랴 반찬 꺼내랴 간 맞추랴
뭔 시간은 이리도 빨리가는지

이렇듯 바쁜데 울 아버지 살아생전
밥 시간만 되면  어머니에게 빨리 안준다고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리시던 모습이 
눈에 선해  갑자기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오늘 아침은 반찬도 예쁘게 담을 시간도 
없이 통채로 놓고 먹는다.
아내의 식욕이 사라지기전에 먹게 하려니
데코레이션은 생략~~~


여보 ~~
고등어조림 어때?

응~~
맛있어 
살이 탱글탱글 한것이 싱싱하다며
새로지은 아침밥을 한공기나 꿀꺽한다.
 
학교갈 준비를 하던 아들
오늘 휴강이라며 아침상에 같이한다.
아들앞에 살이 통통한 고등어 한 토막을
밀어 놓으며 아빠가 한거야 먹어봐

맛있지?

아내의 얼굴이 오래간만에 편안하다.
모처럼 아침상을 잘받아 좋다고
앞으로도 쭈~~~~욱 부탁한단다.

ㅎㅎ
아내가 가르쳐준 덕분에
몇개월만에 아침밥상을 순수한 내 손으로
차려보았지만 가사노동은 역시나 힘들다.
 
항암 이틀째 
아침은 그런대로 무난하게 해결했지만
숫가락을 놓기가 무섭게 점심을 걱정해야 
하는데  한끼 정도는 남이 해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것 같아 한잠 자는 시간에
들깨수제비칼국수를 사러 나간다.

아프기전부터 자주가던 식당에 가서
2인분을 주문했는데  3인분을 포장해
주신다.

사모님이 좋아하셔서 많이 담았다며
맛있게 드시고 빨리 쾌차하셔서 같이
오시라며  걱정도 함께 포장해준다.

오후 1시
둘이서 오래간만에 들깨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아파트 주변을 걸어 여의도 벚꽃
나들이를 대신해보며 오후를 보낸다.

4월 8일 수요일
지난밤 일찍 잠들었다는 아내
내가 퇴근해 오는지도 모른채 잠들어서
푹잤다며  아침인사를 한다

된장찌개를 한참 준비하는데,
 
오늘은 뭐래요?

응~~
김치찌개는 매워서 못 먹으니
된장찌개를 하는데 ~~
다른것 할까?

아니
그냥해요

두부를 맨 나중에 넣는 것을 보고는 
두부는 처음부터 넣어야 간이 배어
맛있게 된다며  음식은 순서를 잘 지켜야
제맛이 난다고  가르쳐준다.
 

 
매일 매일 배우며 먹거리를 준비하지만
이제는 싫지가 않다.
맛있게 먹어주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보람도 느낀다.

이번 10차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주사바늘에 붙은 
튜브의 위치가 조금 윗쪽으로 위치한것 
정도인데 두 시간이나 예정시간보다 
항암제 주입이 빨라져
11시 50분에 바늘을 제거했다.

치료실과 대기실에 환자가 인산인해이다.
오늘따라 환자분들이 너무 많아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열번째의 인퓨져제거,

마음이 가벼운데 앞으로 삼사일은 
심한 후유증으로 고생할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한다.

여보~~~
또 먹어야지

글쎄 생각은 없는데 또 먹어야겠죠?
ㅎㅎ
우리 꼭 먹을려고 사는 사람들 같아~~
평소 먹는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나에게 
은연중에 메뉴 선택을 강요한다.

알았어
매밀온국수 먹읍시다.
메밀은 소화도 잘된다고하니

행주산성까자 갈 시간이 없어
집 근처의 메밀국수 전문점에서 따끈한
메밀국수 한그릇을 비우고와서 
3일간의 항암제 주입 일정을 마무리 합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항암치료 열번째인 아내를 간병하며
나 자신이 많이 변했음을 느끼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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