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차가운 다듬잇돌 베고 자면 입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물론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럴 경우도 있다. 사실 입이 돌아갔다는 것은 '구안와사(口眼窩斜)'라는 질환의 한 증상인데, '와사풍'이라고도 불리며, 서양의학적으로 보면 '안면신경 마비'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차가운 기운이나 물체와의 접촉이 유발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렇게 안면신경에 마비가 오게 되면, 보통 편측으로 운동장애와 지각장애를 수반하는 증상이 나타나며, 이마에 주름이 생기지 않고, 입이 정상 측으로 당겨진다. 음식물을 씹을 때 침을 흘리게 되며, 휘파람을 불 수 없다. 또한 눈을 완전히 감을 수 없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더불어 미각장애나 청각장애가 동반되기도 하며, 또한 한쪽 귀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는 대개 정기(正氣)가 부족하고 락맥(絡脈)이 공허하며 주리가 치밀하지 못한 가운데 풍한(風寒)의 사기(邪氣)가 그 허한 틈을 타고 침입하여 발병한다고 본다. 그리고 비록 차가운 기운에 접촉되었을 때 발생되지만, 그 전에 먼저 육체적 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누적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회복시키는 근본치료를 같이 병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상포진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경우에는 보약을 많이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의학적인 치료방법은 그다지 발달해 있지 않은 형편인데,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 제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양방으로 치료법이 딱히 있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많다. 심지어 필자의 경우에는 의대교수님이나 근처 병원 원장님의 구안와사를 치료해드린 경험도 있다. 이에 비해 한의학에서는 침구치료와 약물치료 쑥찜팩 물리치료 마사지 등의 치료방법을 응용하는데, 전문한의원에서는 혈맥레이저와 심부온열치료기 등의 특수치료를 응용하기도 한다. 또한 경추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같이 병행 치료하는 경우도 많다.
이 질환은 중풍과 같은 중추성 질환이 아니라 말초성 질환이지만, 초기에는 잘 구분이 되지 않으므로 역시 전문한의사의 정확한 진단 하에 치료를 시작하여야만 한다. 보통 4주에서 6주 정도 한곳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며, 시기를 놓치면 만성이 될 우려가 있다. 치료받는 동안에도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해야 하며, 가급적 차가운 기운도 피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