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의 수행법(修行法) 중에 일안이족삼담사력(一眼二足三膽四力)이라는 말이 있다. 눈 다음으로 발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의 통찰력, 발운용, 결단력, 기(技)의 힘으로 이해하는데 이 가운데서도 발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격자의 경우 손으로 치지말고, 허리로 치고, 발로 치며 손으로 찌르는 것이 아니고 허리로 찌르고 발로 찌르라고 하듯이 모든 신체동작의 기초는 발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우리나라 검도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만을 집착하다보니 검도의 기본동작에서 위배되는 자세나 기술을 무리하게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평생검도, 노추(老醜, 등이 굽거나, 턱이 나오거나, 뒷발이 따라붙지 않거나 양발이 바닥에 붙어 있는 검도)가 없는 아름다운 검도를 추구하기 위해 대적세나 발 움직임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검도계 일각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승단심사에서도 이러한 점들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지난 해 제51회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여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무명(無名)의 치카모토 타쿠미(近本 巧) 선수가 검도인들의 시선을 주목시켰던 것은 바로 그 선수의 자세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기본자세라는 데 있다. 치카모토 선수는 결승전에서 지난 제50회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우승자 안도 카이고 선수를 맞아 2분 9초의 짧은 시간 동안 머리치기 두 판을 성공시켰다. 특히 두 판째의 머리치기는 원거리에서 마치 파도를 타고 밀려드는 듯한 상대의 공격을 올라타고 치는 멋진 한판이었는데 이것이 발에 의해 만들어지는 타격이다. 또한 에이가 나오키(榮花 直輝)선수처럼 타격 시 허리가 들어가고 발이 무너지지 않고, 결국 발이 살아 있는 발에 의한 검도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은사이신 고(故) 윤병일 선생은 계단을 오를 때면 그냥 걷지 않고 반드시 밀어걷기로 뛰어서 오르셨다. 죽도를 들고 수련하기 이전에 하체의 근력강화가 선행되어야 탄탄한 검도의 베이스가 형성된다는 가르침이었다.
고(故) 이종구 선생은 필자에게 늘 “자네는 키가 작기 때문에 장신의 선수들과 경기를 하기위해서는 크게 뛰어드는 검도를 해야 하네. 허리를 펴고, 턱을 당기고, 단전에 힘을 넣고, 복근(腹筋)과 배근(背筋)을 강화하여 전체 하지(下肢)장을 이용하고, 단지 순발력을 위해서 웅크린 자세는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1980년 전북에서 열렸던 제63회 전국체전 일반부 단체전 경기에서 경북이 우승을 거두었는데 당시 필자는 그 대회를 준비하던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어 ‘아! 이제는 선수인생이 끝나는 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 이듬해 마침 일본에서 해마다 열리는 국제외국인심판강습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필자는 아킬레스건이 터져 수술을 받은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냥 견학만 할 생각이었는데 그 강습회에 참가한 미국계 일본인 Waner Goden씨를 만나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한쪽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족을 끼고 보통사람들과 똑같이 수련하며 자신 있게 강습회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포기하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충실하게 강습회를 받고 돌아와 그해 연말에 있었던 단별선수권대회 5단부에서 3위에 올랐으며,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였다.
검도의 수행법(修行法) 중에 일안이족삼담사력(一眼二足三膽四力)이라는 말이 있다. 눈 다음으로 발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의 통찰력, 발운용, 결단력, 기(技)의 힘으로 이해하는데 이 가운데서도 발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격자의 경우 손으로 치지말고, 허리로 치고, 발로 치며 손으로 찌르는 것이 아니고 허리로 찌르고 발로 찌르라고 하듯이 모든 신체동작의 기초는 발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다.
또한 검도의 수업은 수족이팔(手足二八)로서 하나의 기술을 구사하는데 손은 20%, 발은 80%의 움직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기술을 보지 말고 발을 보라 든지, 검도복 하의가 넓고 긴 것은 발의 움직임을 감추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검도수련에 있어서 올바른 발의 운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발의 기본자세
검도의 중단세는 일상의 걷는 걸음과 같이 걷다가 멈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스포츠에서 앞으로 진행할 경우 오른발이 앞으로 나갈 때 왼손이 나오고 왼발이 나갈 때 오른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검도에서는 오른발이 앞에 있고 왼발이 뒤에 있을 때 죽도를 잡은 오른손이 앞으로 나와 있어 중단세 자체가 언밸런스이다. 죽도를 휘둘러 칠 때 한쪽 방향으로 힘이 모아지는 원리를 이용함으로써 몸의 중심이동을 일으켜 순간 체중을 이용한 강한 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원리는 16세기 이전 일본인들의 보행습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일본인들은 마치 침팬치가 걸을 때처럼 오른발이 나갈 때 오른손이 나가고 왼발이 나갈 때 왼손이 따라가는 형태의 걸음걸이였다. 이 보행법을 ‘남바’라고 하는데 심지어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 이전까지 이 보행법으로 걷던 지방도 있었다고 한다. 즉 이 방법은 지속적으로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진행하는 형태의 운동보다는 순간적인 파워를 내는 검도에서 효과적인 보행법이다.
조선세법에도 나오지만 적을 향하는 것이 칼끝, 발끝, 코끝이라고 할 때 발끝이 바로 엄지발가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엄지발가락이 상대를 향하고 왼발과 평행을 잡고 11자를 이루어 몸의 체중을 양 발에 균등하게 준다. 발(足), 오금(膝), 허리(腰)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족일도의 거리에서는 체중을 양발에 5:5의 비율로 유지하며, 근간의 자세일 때는 6:4로서 앞으로 나가 있는 오른발에 조금 더 체중을 실어야 하며, 원간일 때는 뒤발인 왼발에 4:6으로 체중을 많이 실어야 한다. 그리고 고단자가 될수록 왼발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교본에서는 중단자세에서 오른발과 왼발의 사이 간격 즉 횡폭은 한 주먹 반(1½) 정도를 유지하며, 종폭은 오른발의 뒤꿈치선과 왼발의 엄지발가락이 일직선상에 놓이게 하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그 사람의 체형과 연령, 특기에 따라 다소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폭을 크게 벌리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다지 좋은 자세라고 할 수 없다. 크게 벌림으로써 순발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잔뜩 긴장한 자세가 되어 안정성이 떨어지고 발의 운용이 둔해지게 된다. 종폭을 좁게 잡는 선수도 더러 있는데 긴 도약거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안정성이 떨어지는 자세이다.
횡폭을 넓게 잡으면 안정성은 있으나 순발력이 떨어져 선(先)의 선(先) 머리치기를 구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주로 단신의 선수들이 많이 취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횡폭을 좁게 잡는 경우는 장신의 선수들의 자세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어깨 넓이 보다 좁은 형태이므로 자세 자체가 불안정하지만 도약의 시발점이 중앙으로 모이게 되어 힘의 집중과 강하게 튀어나가는 데는 유리한 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 진검을 사용할 당시는 발의 폭을 넓게 잡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그것은 칼로 큰 포물선을 그리며 잘라야 하므로 보통걸음으로 넓게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와 검도가 죽도를 사용하여 경기화 되면서부터 원거리에서 멀리 뛰어들기 위하여 보폭이 좁아지게 되었다.
횡폭은 자산의 가슴의 두께 정도가 적합하고, 종폭은 죽도의 파지법에서 왼손과 오른손이 병혁을 잡은 사이의 간격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키가 큰 사람은 죽도의 파지법에서 양손의 간격을 조금 넓게 잡을 것이고, 키가 작은 사람은 그만큼 좁게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간격으로 양 발의 폭을 두면 적당한 거리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죽도 잡을 때와 목도(木刀) 잡을 때 발의 위치가 다르다.
몸의 무게중심은 좌우 발의 무지구(拇指丘)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 새끼발가락 쪽은 가볍게 지탱하는 정도의 느낌이 들게 하고 엄지발가락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도약할 때 역학적으로 왼발의 뒤꿈치가 안쪽으로 틀어지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힘의 분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검도의 출발은 손은 왼손의 새끼손가락, 왼 허리(左腰), 발은 왼발의 무지구(拇指丘)를 연결한 종(縱)의 선(線)을 의식하여 좌우 수평운동 전후 수직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발이 지표면과 이루는 각도
양발이 지면으로부터 떨어진 높이(각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른발의 경우 뒤꿈치를 종이 한 장의 두께로 띄워서 움직여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것은 물리적인 두께의 종이 한 장의 간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종이 한 장 정도가 깔려 있는 듯한 기분으로 오른발을 운용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실질적으로 오른발의 뒤꿈치는 바닥에 붙여야지 들어서는 안 된다.
왼발의 경우도 지면과 이루는 각도가 크면 클수록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가는 힘이 지표면으로 분산되어 도약거리가 짧아진다. 가장 좋은 각도는 손가락 두 개 정도의 두께 간격을 지면과 왼발 뒤꿈치 사이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카모토 타쿠미(近本 巧) 선수의 경우도 적당한 왼발의 각도와 체중을 뒷발에 실어 놓음으로써 긴 도약거리를 만들고 있다.
가이 기요하루(甲斐 淸治)선생의 경우는 왼발에 중심을 걸어 놓고 오른발을 들어 본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타메(ため)라는 것이 이런 상태가 유지되었을 때 나오는 것인데 체중을 뒷발 받침목에 걸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운동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보면 홈런왕 왕정치 선수가 타격을 할 때 오른발에 무게중심을 걸어 놓고 왼발을 들어서 몸의 체중을 최대한 방망이에 실어서 치는 타법을 들 수 있다. 즉 한쪽 발에 체중을 실어서 치는 순간 체중에 의한 가속도가 붙어서 강한 타력이 만들어지는 원리이다.
타메(ため)와 노루(乘る)는 반대적인 개념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같은 개념이다. 즉 타메(ため)가 되어야지 노루(乘る)할 수 있는 것이다.
타메(ため, 溜)란 상대에게 쉽게 공격하지 않고 마음과 몸에 여유를 가지고 기(氣)를 충실히 하고 단전(丹田)에 기(氣)를 모으며, 완벽한 기회를 기다리는 상태를 말한다.
노루(乘る)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세메(攻め)함으로써 상대가 기세에 눌려 어쩔 수 없이 공격을 일으키는 찰라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타듯이 공격하는 것.(ex. 치가모토 타쿠미(近本 巧) 선수의 두판째 득점, 後發先至)
기본적인 발의 운용
검도에서의 발의 이동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보통걷기, 밀어걷기, 이어걷기, 벌려걷기, 뛰어치기가 있다.
보통걷기(步み足, あゆみあし)
일상에서 걷는 걸음걸이로서 입퇴장시 사용하는 걸음을 말한다.
밀어걷기(送り足, おくりあし)
검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발운용이다. 전후좌우, 비스듬히 45도로 이동하는 기본동작으로서 음양일치(陰陽一致)가 되어야 한다.
이어걷기(續ぎ足, つぎあし)
이 동작은 기본적으로 왼발이 오른발 보다 앞으로 나가지는 않은 상태에서 오른발에 가장 가까이 따라왔다가 왼발에 중심이동이 순간적으로 이어지며 오른발이 나아가는 자세를 말한다. 그리고 이 동작은 앞으로 많이 나가기 위해서 쓰는 것이지 밀어걷기처럼 뒤로 가는 데 사용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서 거리를 훔치기 위해서 왼발을 오른발의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서 이어걷기를 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 자세는 그다지 권장할만한 형태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동작이 순간적으로는 거리를 많이 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판의 조건 사애(날카로움, 반동), 강도, 손매무새 등 결정짓는 요소에 무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벌려걷기(=벌려집기, 開き足, かいきあし)
몸을 좌우로 벌릴 때 사용하는 발 움직임이다.
뛰어치기(どび飛みあし)
원간에서 격자하는 경우 사용하는 발의 움직임이다.
발운용시 금기사항
검도에서 피해야 할 발운용의 세 가지(飛び足, 浮ぎ足, 踏みする足) 형태를 살펴보자.
첫 번째가 당목(撞木)과 구족(鉤足)을 들 수 있는데 옛날에 진검 사용시 보통걷기가 기본이었다. 그 중 당목(撞木, T형의 발모양)은 거합도나 북치기, 짚단베기를 할 때 사용하는 발동작이다. 중고등학교 선수들의 무릎이 아픈 이유가 되는데 그들은 주로 연속기(연타) 연습을 많이 하는데 마치 자동차의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근 상태로 전진, 후진을 함으로써 하지에 무리한 부하가 걸리게 되어 심지어는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경우도 흔히 접할 수 있다.
구족(鉤足)은 뒷발이 45도로 벌어지는 형태인데 일반적으로 가장 범하기 쉬운 모양이며 유명한 선수 중에서도 이런 발의 형태를 가진 선수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피해야 할 형태이다.
두 번째는 두 발이 동시에 공중으로 뜨는 동작으로서 도비아시(どびあし)이다. 타격할 때나 타격한 후에 두 발 중 한 발은 지면에 남아 있어야지 안정적인 몸의 상태를 유지하며 타격할 수 있는데 두 발이 동시에 지면 위로 뜬 상태는 타격의 힘이 약할 뿐만 아니라 완전한 자세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한 발이 지면에 남아 있음으로서 몸의 밸런스를 잡아주어야 하는데 마음과 몸만 급한 나머지 죽도에 체중을 실을 수 없는 불안한 자세가 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는 두 발의 체공 시간이 실제로는 있다.
또한 왼발이 오른발 보다 앞으로 나가는 것은 극단적으로 거의 없어야 한다. 왼발이 오른발의 앞으로 나가면 보통걷기가 되며 두 발이 동시에 공중에 뜨는 형태가 될 수 있음으로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타격한 후에 왼발이 뒤에 남는 형태와 두 발이 고목나무처럼 지면에 찰싹 달라붙은 형태이다. 먼저 타격 후 왼발이 뒤에 남는 경우는 상대를 시원스럽게 치고 나가는 다이나믹한 타격이 이루어지지 않고 공격의 맥이 끊겨지는 자세이다. 또한 기회가 오더라도 이 자세가 습관적으로 굳어지게 되면 몸이 상대를 향해 튀어나가지 못하므로 득점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완전한 한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검도경기 규칙에서 적정한 자세가 요구되는데 뒷발이 붙지 않으면 노추(老醜)를 보이게 되고 특히 왼발이 하늘로 들려지게 되면 기검체일치가 되지 않아 한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형태는 오른발이 가는데 왼발이 따라가지 않으면 한판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심기력일치(心氣力一致)라는 말이 있지만 일안이조속삼삼담사력(一眼二早速三膽四力) 혹은 일안이좌족삼삼담사력(一眼二左三足膽四力)은 모두 왼발을 빨리 따라 붙이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런 자세가 나오는 사람은 주로 나이가 들어서 검도에 입문했거나 운동을 오랫동안 쉬었을 때 이런 나쁜 습관이 몸에 배이기 쉬우며 좀처럼 고치기 힘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왼발과 오른발이 음양(陰陽)일치, 표리일치(表裏一致)가 되어야 한다. 마치 본체와 그림자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따라 다녀야 한다.
두 발이 고목나무처럼 지면에 찰싹 달라붙는 형태는 아주 답답한 느낌이 드는데 움직이는 타격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며 좋지 않은 자세이다.
검도의 본(本)에서의 발운용
검도의 본(本)에서 보면 모든 동작에 발의 운용법이 규정되어 있다.
1본에서 머리 빼어 머리치기 뒤로 나갔다가 칠 때 발의 동작, 2본에서 좌후방으로 45도 뒤로 갔다가 앞으로 손목치는 동작, 3본에서 되받아 돌려 찌르기 동작, 4본은 벌려집기 동작, 5본은 스쳐올려치기 동작, 6본은 좌측 앞으로 벌려 짚으며 손목 스쳐올려치기 동작, 7본은 왼발이 오른발 앞으로 나가면서 꿇어앉으며 허리치기인데 발의 운용이 없으면 몸의 운용도 없고 결국 검도의 본이 될 수가 없다.
특히, 소도는 대도와 맞서는 동작이므로 큰칼을 이기기 위해서 벌려집기, 입신하는 자세 등 발의 운용으로 옛날에는 쥐발(ねずみあし)이라고 불리었는데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다. 검도의 본이 실제 죽도수련과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원리를 잘 이해하고 응용하며 연속적으로 기술을 연계하면 이렇듯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흥미로운 검도가 될 수 있다.
오금(ひかがみ)을 펴라.
왼쪽무릎 뒷부분은 검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무서운 상대를 만나면 ‘오금이 저리다’ ‘오금을 펼 수 없었다’ ‘오금이 굳다’라고 표현할 때가 많다.
중단세에서 오금을 펴야 하는데 대개 선수들은 ‘펴지 않고 구부려야만 멀리 도약하지 않을까’라는 잘못된 습관에 젖어 있다. 그런데 검도를 잘 하려면 경기에서 이기려면 왼쪽 오금을 펴야 한다. 즉, 심사시 하(下)도복의 이 부분이 꺾여 있다면 실점이다.
상대를 제압하려면 좌족(左足), 좌요(左腰), 좌수(左手), 검선(劍先)이 선(線)을 잇고 있어야 선(先)의 선(先) 혹은 후(後)의 선(先)이 가능하다. 그런데 검도를 처음에 배우게 되면 오른발이 앞으로 나가고 오른손이 병혁의 앞부분을 쥐고 있으며 오른발이 나가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휘두르기 때문에 여간 어색하지 않으며 자연히 몸도 굳어지기 마련이다. 오금이 구부러지면 왼발 뒤꿈치가 들리게 되고 지면을 박차는 힘이 약하게 되어 허리에 힘이 모아지지 않는다.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가면 역설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상실하허(上實下虛)가 된다. 하실상허(下實上虛)에서 실(實)은 발(足), 단전(丹田), 허리(腰)이며, 허(虛)는 어깨에 해당한다.
양무릎에 중심을 두고 단전에 힘을 주어 왼발 끝, 오른발 끝과 단전이 삼각형을 이루고, 양어깨와 단전이 삼각형을 이루어 상하의 삼각형이 밸런스를 맞추면 안정적인 중단세가 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왼 무릎을 펴주게 되면 자연히 허리에 힘이 들어가 꽂꽂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상대에게 커보이게 된다. 키가 작은 사람이 두 발을 크게 벌리게 되면 키가 더 낮아지게 되어 자연히 무릎을 펴고 있는 쪽이 내려다보게 된다. 설사 키가 작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위에서 내려다보아야지 절대로 밑에서 올려다보아서는 안 된다. 무릎을 펴고 단전에 힘을 주어 허리를 펴면 상대가 비록 커도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이다.
발운용의 중요성
청소년기에 선수생활을 하여 강(强)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선수는 성인이 되어 검도에 입문하여 아무리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그 선수의 기술이나 동작이 엑스퍼트(expert)하지 못하고, 샤프(sharp)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발의 움직임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근력이나 조정력, 순발력이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검도의 기본이 될 수 있는 발운용법을 함께 정확하게 익혀 놓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평생을 갈 수 있다. 반면 늦게 입문한 선수는 아무리 강한 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이미 그 선수의 몸속에 있는 인자가 어떤 틀에 맞추어져 적응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발전을 이루기란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다.
검도가 다른 운동과 구별되는 것은 바로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이다. 심기력일치(心氣力一致), 안의족일치(眼意足一致), 심형도일치(心形刀一致), 일안이심삼족(一眼二心三足) 등과 같은 의미이다. 그 중 심기력일치(心氣力一致)가 더욱 어렵지만 의미는 같다.
심(心)은 사물을 지각 판단하여 의지활동으로서 밖으로 나타날 때 기(氣)라는 동적인 에너지를 몸에 전한다. 몸에 전해진 기(氣)는 힘(力)이 되고 기(技)로서 표현된다. 이러한 순간이 정체가 생기면 기(技)의 완결은 되지 않고 역시 한판이 되지 않는다. 즉 이 세 가지가 일치한 상태부터 치고 나오는 기술(技)이야말로 완전한 한판이라고 말한다.
검도에 있어서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는 어느 하나를 꼬집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조화로 느껴진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 중 체가 몸을 말하는데 결국 몸의 움직임은 발의 운용과 일맥상통하다. 즉 발의 운용이 잘되려면 기본 태세가 잘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는 왼발이 따라 붙을 때를 말한다. 오른발이 지면을 구를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골프의 팔로스로우가 강한 타력을 만들 듯이 검도에서는 뒷발이 재빠르게 따라붙고 타점을 치고 난 칼을 잡은 양손이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쭉 뻗어 나가는 상태가 유지되는데 이것은 같은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상 발운용을 살펴보았다. 역시 발운용이 검도의 수행, 경기력 향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생활 즉 검도(生活 卽 劍道) 검도 즉 수행(劍道 卽 修行)이라면 일상에서 걸어 다닐 때 용천(龍泉)으로 걷는다. 허리를 펴고, 단전에 힘을 넣고, 고개를 들고, 먼 산을 보듯이, 검도 본(本)을 하듯이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이어걷기, 밀어걷기, 벌려걷기를 도장이 아닌 생활 속에서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