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라의 시詩꽃 . 마음꽃 하나 21회] 오늘을 보내는 겨울 밤에
한 해의 끝에서 내일에게 손 내미는 희망
오늘을 보내는 겨울 밤에
문을 닫을 시간
맘에 닿기엔 부족한 낙서들로 가득 찬
꾸깃한 가방을 들고 내일로 가는
연미(年尾)의 밤거리를 지나가요
마지막 남은 빛까지 다 켜진
거절이 통 할 리 없는 시간의 흐름이 차갑게 돌고 있는 거리
신발바닥의 얼어붙은 말들이 무거워 미끌거려요
스스로 정한 시간으로 어울리지 않는 허욕을 부린 날들이었어요
두꺼운 패딩을 뚫는 칼 바람에 짓눌리는 공포를 보고 밤을 지샌 적도
있었어요 예상치 못한 생이별에 그 분은 항상 그 자리에서 잘 지낼
거라고 환각 하며 지냈어요 어떤 것은 영원히 잊어버리는 무상의 슬픈
망각도 찾아왔어요 가치 없는 미움 따위 가볍게 분리수거 할 수 있는
무념도 생긴 해였어요
빈 가게 통 유리창에 아직 방황하는 아쉬움이 남아 어른거려요
뭉친 잉크 자국 같은 오늘을 풀어줄
내일에게 악수를 청하는
허름한 내 알몸에 하늘빛 외투를 걸치며
아침의 문으로 들어가요
내일로 가는 겨울 밤에
詩作 노트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본다.
스스로 정한 삶의 일정표 안에서 허욕을 부리며,
무게에 짓눌린 날들이 허름한 종이 위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지금은 차갑고 고단했던 한 해의 무게를 내려놓는
연미의 밤, 해마다 느끼는 어떤 아쉬움이 빈틈처럼
가슴 한편에 여전히 남아 있다.
예상치 못한 이별에 슬퍼서 밤을 새우던 감정도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린 이 밤에는 빌 키튼의 말을 새긴다.
"어제는 추억이고, 내일은 미지수다. 오늘을 선물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냉혹하게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 전혀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미움이나 욕망을 내려놓는다.
빈약한 내면의 알몸 위에 하늘빛 외투 같은 희망을
입는다.
새로운 내일을 다짐하는 아침의 문턱을 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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