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잊음
산문 시 하영 수 241024
나이 들면 상각나지 않는 경우 자주 생긴다더니
나는 안 그럴거야 남의 일로 여겼는데
요즘 들어 잊는 일이 간간히 일어난다
한 달 전 사 놓은 커피 통 찾지 못하고
얼마 전 꺼내 쓰던 치간 칫솔
둘 만한 곳 다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계절 바뀌면 입을 옷 찾는데 며칠이 걸리고
모임 때 받은 명찰 찾아도 없더니
코앞에 둔걸 발견하고 스스로 놀란다
골프채 밴치에 두고 귀가버스 타고서야
놀라 달려가 찾은 언짢은 기억 (241118양양 후 추가)
친구들이 털어 놓던 이같은 푸념
남의 일 인양 듣고 넘기곤 했는데
여릴 적 총기 있다 듣던 내머리도
이제는 자신에게 의문이 커져간다
새 물품 구하면 투명봉투 넣어 잘 보이게 두고
받은 선물은 준사람 이름 포장에 적고
사람 이름, 해야 할 일들은 휴대폰에 입력한다
몸은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될 테지만
정신은 흐려지면 어떻게 되돌리나
안젠가는 감당 못할 지경이 오고야 말겠지
생각해 보면 놀랄 일도 아니고 그럴 법도 하다
어릴 적 세워둔 나무기둥 바람에 굴러
내 머리 내려 친 적 있고
겨울 웅덩이 얼음위 스케이트 뇌진탕
세살 위 아제가 내 볼 때리며
지르는 고함에 깨어난 적도 있지
기름진 육식 마다하지 않았고
일생 마신 술 합하면 한 트럭은 넘을 테지
이 모두가 내 탓인데 누구를 원망하랴
별난 방법 찾지 말고 유쾌하게 살아 보자
파크골프 라인댄스 머리 쓰는 운동하며
망상도 떨쳐내고 욕심도 멀리하고
하늘이 준 그 날 까지 감사하며 살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