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로 2박 3일의 호도섬 여행을 떠났다.
대천에 가면 서해의 여러섬으로 가는 배들이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여름철이면 배편수가 늘어난다.
호도는 1박2일에서 은지원이 며칠 지낸곳이라서 유명해진 곳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찾을 만큼은 아니어서 조용히 더운 여름날을 여유롭게 보내기에는 딱 좋다.
뱃시간에 맞추고
휴가철 밀릴 것을 대비하여 2시간의 여유를 두고 수원에서 출발하였는데
비가온다는 예보때문에 그런지 전혀 막히지 않고 일찍 도착하였다.
그래서 대천 바닷가와 수산시장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대천항에는 많은 배들이 출항을 기다리며 정박해있었다.
파도가 잔잔하여 출항한지 40여분만에 호도에 도착하였다.
평소엔 물에 잠겼던 계단이 마침 물이 빠진 시간대라 계단을 한참이나 올라와야했다.
여름 휴가철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들어고 또 나갔다.
항구에 내려
민박집으로 이동하며 섬을 바라보니
절벽에 노오란 꽃들이 많이 보인다.
노랑원추리 같다.
붉은 색의 꽃은 참나리 같다.
섬지형의 특징들이 식물상에도 잘 나타날까?
기대가 된다.
시간을 내서 한바퀴 돌아보자
호도는 작은 섬이라
수퍼마켓이 2개 있지만 구멍가게 수준이고 음식점도 없어서
먹을것을 대부분 사가지고 오게 되니 다들 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숙박지에 사전예약하며 알아보면 대개 리어카가 부두에 있어서 그것을 이용하면 짐을 쉽게 옮길 수 있다.
섬이 작아서 자가용은 없다.
우리가 예약한 광천민박 아주머니는 우리가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니 카트를 밀고 나오셨다.
여우 머리를 닮아서 호도라고 불리운다는데
그리 크지 않은섬이라 쉽게 섬을 일주할 수 있겠지만
이 섬은 봄과 여름철만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 대천으로 나가서 지낸다하니
섬의 산이 사람들이 발길이 없어 여름에 가면 들어가기가 겁이 날 정도로 소나무와 양치식물과 풀들로 우거져 있다.
그래서 길이 난곳이외에는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다.
몇군데 섬 주위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너무 수풀이 우거져 길이 크게 난 반대편 쪽 자갈밭 바닷가만 돌아보고 다른 길은 찾지 못하여 돌아보지 못하였다.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며 방문한 곳이 호도 분교이다.
학생은 7명이 선생님은 3분
나도 이곳에 있고 싶어라 자격이 안되지만 남은 생애를 머룰 수만 있다면....
운동장은 잔디가 덮여있어 미니축구하기에 딱 좋다.
새벽이나 어스름한 저녁에는 이곳 운동장에 위풍당당한 빨간 산게들이 돌아다닌다.
50여호된다고 하는데
대부분 지붕이 스레트인데 진한 색감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거의 민박집으로 활용되고 있어
보통 여름철이 아니면 빈집이 많을 것 같다.
점심을 먹고는
바닷가로 나갔다.
호도해수욕장의 모래는 그냥 모래가 아니라 유리를 만드는 규사이다.
밀가루처럼 곱고 부드럽다
물이 빠진 너른 모래사장은 발이 빠지지 않고 단단하여 뛰어놀기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었어도 공차기를 즐겨한다.
그래서 2:2로 나누어 공을 차다가 한떼의 청년들이 오는것을 보고
그들과 어울려 편을 나누어 공을 찼다.
젊음이 이길것 같지만
처음에는 젊음에 밀리다가도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는 그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승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 50대의 저력이다.
공차는 데 몰두하느라 사진찍는 것을 잠시 잊어버렸다.
바다도 경사가 아주 완경사로 밋밋하여 한참을 들어가도 허리이다.
물속에 들어가서도 공놀이를 하고 수영도 하며 개구장이 아이들마냥 놀이를 즐겼다.
스노쿨을 준비 하였는데 호도해수욕장은 그리 물이 맑지 않았고 볼만한 것이 없었다.
반대편쪽 바닷가가 좋다고 하는데....
아줌마들은 그저 그늘막에만 있다가 그냥 돌아간다.
도대체 바닷가에 왜 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낮모르는 사람들만 있었다면 들어가지 않았을까?
몸을 닦고 옷을갈아입은 후
항구가 있는 방파제쪽으로 나가보았다.
고기잡이 배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무엇을 잡았을까?
오고가는 고깃배를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답고 여유롭지만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마음은 다르겠지.
해가 서녁 하늘로 기울어가니
바닷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물들어간다.
갈매기도 잠잘자리를 찾아서 날아오른다.
밤에 보는 항구의 모습이다.
새벽에 일찍 눈이 떠져 5시경에 찍은 사진이다.
가로등이 환하게 항구의 배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조개를 캐러 가기로 하였다.
10시경에 조개를 캐기위한 도구들을 챙겨서 나섰다.
물이 빠진 너른 모래사장에 갈매기들이 먼저 자리잡고 있었다.
호도해수욕장 끝쪽으로 해서 자갈밭 해변가로 가면 조개와 게 등
다양한 바다생물을 만날 수 있다.
랜턴을 준비하여 가면
물이 빠지는 밤시간대에 더 많은 바다생물을 잡을 수 있다는데 미쳐 준비가 안되어 못하였다.
지역에 따라 조개의 종류가 다르게 나온다.
갯펄이 있는 곳에서는 바지락이 나오고, 모래에선 조개(?)가 나오고 돌들 사이에선 고동이 많지요.
뜨겁고 더운 날에 두어시간 조개를 잡더니 금방 지쳐서는 돌아가자한다.
호미질이 쉽지 않다. 갈퀴를 준비했어야하는데....
그래도 한 바께쓰 가량 잡았다.
잡는 재미가 그만이다.
모래위에 불쑥불쑥 올라온것은 바다지렁이인지 모래를 먹고는 뱉어놓은것이 마치 똥싸놓은것 같다.
잡아온 고동, 조개를 깨끗이 씻어내니
모래를 토해내지 않으면 못먹는다고 하여
바닷물을 떠다가 몇시간을 둔 다음에 삶아서 조개껍데기를 까내었다.
고동은 민박집 주인에게 바늘을 빌려 뽑아내었다.
끓인국물로는 라면을 끓여 먹었고
조개살로는 부침개를 부쳐먹었다.
오후에는
반대편 바닷가를 가보기로 하였다.
비가와서 길이 망가지고 물이 흘러 질척거렸다.
이쪽 바닷가는 호도해수욕장과는 전연 다른풍경이다.
모래가 없고 오랜세월 서로 부벼서 둥고랗게 된 자갈들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물이 빠질때 오면 또다른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쁜돌멩이를 줍는다고 한참을 돌아다녔다.
결국은 다시 그 자리에 두고 올 것 이었지만, 돌멩이를 고르는 재미가 솔솔하다.
돌아오는 길에
동료중에 한 사람이
몸이 아퍼 같이 나서지 못한 아내를 위하여
지천으로 피어있는 노랑원추리를 이용하여 꽃다발을 만들었답니다.
모두들 박수치는 가운데
이렇게 아내에게 바쳤답니다.
감격했지요.
아마 올해는 아내의 잔소리 안 듣는 평안한 해가 되겠지요.
다음날
새벽 일찍 이 떠져 새벽의 섬풍경을 느끼고자 밖으로 나갔다..
해변가로 나오니 마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구름이 많고 비가오고 하여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동녁 하늘이 무척 맑아 해가 아름답게 떠올랐다.
일년중 몇번 보기 어려운 풍경이란다.
바다에서 떠오르지 않기에 금빛 바닷길이 열려지지 않았지만
먀음을 장쾌하게 만든 일출이었다.
호도섬은 크지 않은 섬이지만
섬주민이 적고 더구나 여름철 아니면 찾는이가 적은 섬이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은 숲이 무성하다
주로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숲은 간벌을 하지 않아서 인지 소나무들이 매우 조밀하게 자라고 있다.
지표면에는 바닥을 볼 수 없는 빼꼭한 풀들로 쉽게 들어서기 두려울 정도로 무성하다.
최근에는 봄에 고사리를 꺽으러오는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이곳 고사리는 맛있기로 유명하여
봄이면 계를 조직하여 떼로 몰려온다고 한다.
고사리 때문이아니라 봄이면 피워낼 갖가지 꽃들을 보고 싶어서라도 오고 싶은 섬이다.
이곳에서는
얼마전까지만해도 제비가 무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많이 없다고 한다.
몇마리의 제비들이 골목길을 종횡무진으로 휘돌아날아다녀
어디에 집을 짓고있나 살펴보니 유일하게 음식을 파는 집 문간에 제비집이 있었다.
새끼가 4마리 보이는데 좀 있으면 날아 갈 만큼 큰 것 같다.
제비는 생태계에서 종요한 지표종이다,
어릴적 전깃줄에 나란히 앉은 제비들을 보는 것은 일상이었다.
지금은 제비를 구경할 수도 없다.
왜 그 많던 제비들이 사라졌을까?
농약때문이다.
제비의 먹거리가 곤충인데 농약을 뿌려대니 곤충의 숫자도 줄어들었을 뿐만아니라
농약 먹은 곤충을 먹은 제비는 무사할까?
농약을 이겨낼 수 있는 종들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농약만 갖고도 잡초를 이겨내지 못하니 유전자를 조작하여 GMO종자를 만들어 내는데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예견하기 어려운 미래의 불안까지 잠재우기는 어렵다.
3일째 가져간 재료를 가지고 부침개를 해먹었다.
조개살과 고동살까지 넣고 부쳤는데 맛있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금 지근거리는 것이 없었다면 둘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것이었다.
호도에는 자가발전소가 있다.
유일하게 작업용 차량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뒷편으로 올라가서 찍은 것이다.
수많은 전봇대가 서 있다.
한낮에는 발전기 돌리는 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에어컨 가동으로 전기를 많이 쓰니 모든 발전기를 돌리기 때문이다.
오고가며 찍은 몇가지 사진들이다.
섬의 곳곳에 노오랗게 보이는 꽃들은 노랑원추리이다.
자생하는 것들이기에 왕원추리 종류가 보이지 않는다.
보기 좋은 원추리 사진을 찍어보려고 많은 사진을 찍었다.
섬주민들이 산게라고 부르는 게들이 산속이나 어둑해지면 길가에까지 나타난다.
빨간 두 가위발을 위로 치켜들고 당당하게 돌아다니는데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같이 간 동료가 추측하기를 바다에서 살다가 슬금슬금 산으로 올라가 살게 되지 않았을까 하였다.
이유가 무엇이든 바다보다 먹고 살기가 수월하니 올라간 것 같은데.....
무서운 형상의 참나리가 지천이다.
숲으로 조금 들어가니 천남성이 바닥을 덮고 있다.
가을이되면 저 열매는 빨갛게 익을 것이다.
해당화 자생지도 있다.
바람이 심해서인지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호도를 떠나면서 배는 이웃하는 섬 녹도를 거쳐서 대천으로 향하였다.
호도에서 멀리 보이던 등대,
밤되면 불빌이 깜박이던 등대를 가까이 지난간다.
밤길에 어선의 길잡이가 되는 등대가 고고히 서 있다.
호도에서의 여름휴가는 이렇게 보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다.
좀 더 다양하게 놀아 볼 수 있었는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봄이나 여름에 조용히 다시한번 찾아가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