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줄리안 무어(케이시), 데니스 퀘이드 (프랭크), 데니스 헤이스버트(레이몬드 디건)
천국에서 먼 사랑 자상한 남편, 우아한 아내... 그들에겐 서로 다른 사랑이 있었다.
그녀에겐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고 언제나 굳건한 가정의 평화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믿었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기에. 그러나 삶은 개인에게 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주 작은 돌 하나로 잔잔한 호수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듯이 그녀의 철옹성 같던 행복은 아주 단순한 거짓 하나에 사정없이 무너지고 만다.
수채화 같은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단란하게 자리잡은 코네티컷 마을의 가정들. 모든 사람의 얼굴엔 온화한 미소가 감돌고 여인들은 우아한 차림새로 자신의 만족감을 드러낸다. 단정한 곱슬머리에 실크 스카프를 걸친 이 여자, 캐시도 그들 중의 하나. 아름다운 저택에서 먼지 하나 없는 가구들처럼 흐트러짐 없이 제 자리를 지켜 온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과 행복이 영원할 것처럼 생각했다.
그날도 다를 바 없었다. 캐시는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반갑게 문을 연 그녀 앞에 남편이 있었다.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는 남편이. 자기가 본 것을 믿을 수 없는 캐시. 남편은 사실대로 고백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다른 사랑을 갈망하고 있었다. 도저히 인정하고 용납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캐시는 이런 남편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이건 병이라고, 잠시 비정상인 상태로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부러울 것이 전혀 없어보이는 상류층 부인(줄리안 무어)이 동성애에 빠진 남편(데니스 퀘이드)과 점차 멀어지고, 흑인 정원사(데니스 헤이스버트)와의 순수한 친분은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서 심적 시련을 겪게 되는 내용의 잔잔한 시대극. 토드 헤인즈 감독은 더글라스 서크 감독의 55년 영화 <순정에 맺은 사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내용은 좀 다르다. 55년도 원작은 한 미망인이 자신보다 나이 어린 묘목상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려고 하지만 자식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사생활과 사회적 분위기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는 이야기. 이번 헤인즈 감독의 영화에선 흑인 차별이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50년대 클래식 영화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스타일의 단아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다소 단조로운 편. 죠지 클루니와 스티븐 소더버그가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개봉에선 박스 오피스 첫주에 고작 30위에 머물다가 최고 11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미국 개봉시 거의 모든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특히 열연을 보인 줄리안 무어에게 큰 호평이 쏟아졌다. 줄리안 무어는 토드 헤인스 감독과 이미 95년 <세이프>에서 만나 작업을 한 바 있는데, 그녀는 이 영화가 제작에 돌입한 2001년 10월 17일부터 촬영을 마친 12월 중반까지 임신한 상태였다.(그녀는 2002년 4월 11일 딸을 출산하였다). 배급은 USA Films의 새 이름 FOCUS에서 맡았다.
1957 코네티컷, 주위로부터 완벽한 가정으로 비춰지며, 부러움을 사고 있던 주부 케이시(줄리안 무어 분)는 어느날 남편 프랭크(데니스 퀘이드 분)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남편은 그동안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숨겨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완벽했던 가정은 차츰 무너지는듯 한다. 케이시는 그녀의 고통과 슬픔을 자신의 집 정원사이자, 흑인인 레이몬드와의 우정을 통해 위안을 찾고자 하지만 그에 대한 감정도 점차 커져가며 흑인과의 사랑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주변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이끌어 갈것인가, 그녀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은 줄리안 무어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 예로, USA Today의 마이크 클라크는 "무어의 연기는 1995년의 <세이프>에서 헤인스와 같이 작업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인상적이다."라고 그녀의 연기를 언급했으며,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 무어는 이 영화에서 눈부시도록 훌륭했다"라고 평가했고, 롤링 스톤즈의 피터 트래버스는 "영화 천국을 말하자면, 바로 이 영화이다."라며 추켜세웠다.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는 비꼬는 것을 고의적으로 피함으로써 진정한 드라마적 효과를 누렸다."며 감독이 말하려는 주제가 명확함을 높이 사주었다. 이렇게 비평가들은 주연인 무어의 연기에 반했고 영화가 보여준 감동에 젖어있음을 보여주었다.
가장 행복해 보이는 그녀의 비밀일기
완벽한 결혼…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남편의 비밀
나 ‘캐시’는 누가 봐도 행복하고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늦게까지 야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반가이 문을 연 순간…남편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다. 당황한 나는 곧바로 집에 돌어와, 불꺼진 침실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뒤늦게 들어온 남편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고백할 게 있어. 나, 예전부터…”
혼란스럽기만한 나에게 남편의 고백은 차라리 고마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남편은 바람핀 게 아니라 아픈 거라고. 고치면 나아질 수 있다고… 그날 이후 남편은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난 우리의 사랑을 위해 더욱 노력했다.
한 사람만을 향해있던 내 마음에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이애미로 훌쩍 여행도 함께 떠나보지만, 남편의 우울증은 날로 심해져갔다. 그 무렵 새로 온 정원사 ‘레이몬드’는, 친구에게조차 말할 수 없던 나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심없이 그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나면 지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다. 많은 것이 달랐지만, 함께 있으면 편하고 좋은 우린, 둘도 없는 친구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사랑을 고백해왔다. 한 사람만을 향해있던 내 사랑이 지금 흔.들.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