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인문주의의 왕자를 소개하는 탁월한 입문서
에라스무스 / 롤런드 베인턴 지음 / 현대지성사
북구 인문주의의 제일인자인 에라스무스는 1466년 10월 27일에 네덜란드의 항구 도시인 로테르담에서 태어났다. 에라스무스의 출생과 유년기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에라스무스가 술회하고 있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로맨틱하다. 결혼을 할 수 없었던 사제 아버지와 의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였다는 사실 때문인지, 자신의 가계에 대한 기록을 남겨 놓은 것이 별로 없다.
‘사랑받는 자’라는 뜻인 아버지의 이름 게리트를 희랍어로 표현한 ‘에라스무스’가 그의 세례명이었고, 라틴어로 표현하면 데시데리위스이다. 그의 아버지는 고전에 상당한 교양이 있었던 사람으로, 아들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과 같은 뜻을 가진 희랍어로 지어 준 것으로 추측된다.
이 전기는 저자가 1967년 2월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다섯 번에 걸쳐 행한 강연을 확장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그에 대한 기억을 영속화시킬 수 있는 어떤 교회도 그가 창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오래 전부터 에라스무스에게 마음이 끌렸다.
“나는 투쟁에 대한 그의 반감, 전쟁에 대한 그의 혐오, 증명을 초월하는 것들과 관련하여 그가 보여 주는 사려 깊은 회의주의에 공감을 느낀다. 동시에 그의 뜨거운 경건에 마음이 데워짐을 느낀다. 나는 서구 세계의 유산에 있어서 유대-그리스도교적인 것과 나란히 고전적인 것에 그가 부여한 위치가 정당하다고 확신한다.”
에라스무스는 ≪소년들을 위한 예절 교본≫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작은 책을 썼다. 저자는 약간의 예를 발췌하고 있다.
“콧물이 흐르는 코는 지저분하다. 모자나 소매에다 코를 쓱 닦는 것은 농사꾼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고, 코를 풀 때는 머리를 돌려라. …… 하품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때는 손수건이나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십자가 표시를 해야 한다. …… 모든 일에 웃는 것은 실없는 짓이다. 아무것에도 웃지 않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공부의 실제적인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에라스무스는 언어의 규칙을 암기하는 것보다는 폭넓은 독서를 더 신뢰했다. 그는 ‘온 우주가 나의 조국이다’라고 거듭 말하곤 했다. 그는 단지 두 사회에만 속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첫째는 학문의 공화국이다. 다른 한 사회는 그리스도교 교회다.
에라스무스는 한때 독일의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를 지지했다. 그는 면죄부 판매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면죄부 판매를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천국에 이르는 길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언어도단이다. 이것은 신앙심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연보함을 채우려는 의도를 가진 더러운 장사가 아닌가!”
네덜란드의 인문학자인 에라스무스는 가톨릭교회 제도를 비판하고 희랍어 신약성경을 출간하였다. 저서에 ≪우신 예찬≫, ≪자유 의지론≫ 등이 있다. 파리 대학 신학부에서는 1542년에 ≪우신 예찬≫을 금서로 결정하였으며, 그 후에도 그의 저서 일부가 가톨릭교회의 금서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책은 20세기에 나온 가장 훌륭한 에라스무스 연구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저자는 종교 개혁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이며, 탁월한 재능을 가진 문필가이기도 하다. 에라스무스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은 신뢰할 수 있는 안내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