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를 찾습니다
김은재 글·그림
책읽는곰 | 2014.2.14 | 36쪽 | 11,000원 | 그림책 | 6세
포크에 찔렸다고 투덜대는 유리컵 아가씨, 이가 빠진 접시 할머니, 채소 써는 부엌칼 총각, 아침이면 정신없이 바쁜 믹서 아저씨 등 부엌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의 개성을 살려 의인화했다.
설거지통에서 목욕을 끝낸 그릇들이 차례로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아빠 포크와 엄마 숟가락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수크’가 보이지 않는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생김새와 표정이 각양각색인 수저통 속 모든 이들이 함께 걱정해주며 건네는 대화는 유머도 있고 이웃 간의 정도 느껴진다. 엄마 아빠는 수크를 찾으려고 수저통에서 나와 부엌 곳곳을 돌아다닌다. 깜깜한 오븐 속도 들여다보고 수크와 비슷하게 생긴 국수 국자를 만나 국수 가락을 타고 개수대 밑으로 내려가 수납장까지 살피지만 수크는 없다. 엄마 아빠가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귀염둥이 수크가 ‘짠!’ 하고 나타난다. 도대체 어딜 갔다가 온 걸까?
수크를 찾아다니며 만나는 주방용품들이 왁자지껄하게 이야기하고 활달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오밀조밀 재미있게 그렸다.(김현정)
○위를 봐요!
정진호 글·그림
은나팔 | 2014.2.25 | 40쪽 | 12,000원 | 그림책 | 7세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 집안에서만 지내는 수지. 온종일 베란다 창에 턱을 괴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세상을 만난다. 그러나 그 세상은 멀고도 불완전하다. 개미처럼 보이는 사람들. 맑은 날엔 아이들과 강아지가 놀고 비가 오면 우산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길. 시시각각 풍경이 바뀌어도 고층아파트 베란다에서는 그들의 머리꼭대기만 볼 수 있다. 양쪽으로 펼쳐진 장면이 열 장이 넘어가도록 사람들은 그저 앞을 향해 지나갈 뿐, 아무도 수지가 있는 곳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내가 여기에 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위를 봐요!” 마음 속 외침을 들었을까. 마침내 한 아이가 고개를 들어 수지를 본다. 둘의 마주보기는 다른 사람들의 고정된 시선도 위로 변화시킨다. 수지와 세상의 소통으로 흑백 화면에는 생기가 돈다. 꽃이 피고, 싹이 돋고, 오색풍선이 날리는 거리에서 수지가 환한 얼굴로 위를 본다. 세로로 좁고 긴 화면에 하이앵글 구도로 아래를 보는 수지의 머리와 거리의 풍경을 반복적으로 담았다. 어긋난 시선의 긴장감과 시선의 전환으로 인한 마주보기의 기쁨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박은경)
○혹부리 영감과 도깨비
오호선 글 | 윤미숙 그림
길벗어린이 | 2014.2.25 | 32쪽 | 11,000원 | 그림책 | 5세
“혹부리 영감? 아, 그 이야기!” 하고 넘겨짚지 말자. 기존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고 붙이는 사건 중심으로 교훈을 주었다면, 이 책은 한밤중 숲에서 벌어지는 도깨비와 사람의 흥겨운 놀이판에 주목하여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혹부리 영감이 산에서 나무를 하다 날이 저물어 나무 구멍에 들어가 잠을 자는데 도깨비 떼가 나타나 노래를 부른다. 혹부리 영감이 무서움을 잊고 뛰어나가 따라 부른 도깨비 노랫말은 “홍홍양양”. 단순한 웅얼거림 같은 이 말의 반복과 변주로 ‘모두 같이 노래하고 모두 같이 춤을 추니 온 숲이 즐거운’ 밤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또한 이 책은 인물의 성격을 직접적인 표현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두 명의 혹부리 영감의 대비는 행동으로만 드러난다. 두 번째 혹부리 영감은 대낮부터 숲에 들어가 도깨비를 불러댄다. 그런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소리 지르다 결국 판을 망치는 상황을 자세하고 흥미롭게 그려 대가를 치를 만하다고 여겨진다. (맹보명)
○삼백이의 칠일장 1-2
천효정 글 | 최미란 그림
문학동네 | 2014.1.9 | 128쪽, 112쪽 | 각 9,500원 | 우리동화 | 초중
옛날에 이름이 없어 저승사자도 데려가지 못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삼백 년을 살다가 ‘삼백이’라는 이름을 얻고 죽게 된다. 삼백이가 죽자 살아있을 때 큰 은혜를 입은 여섯 동물 귀신들이 삼백이의 칠일장을 치러준다. 삼백이는 저승사자를 피하느라 가족도 동무도 없이 살았지만 여러 동물들과 이러저러한 인연들을 맺고 살았던 것이다. 동물 귀신들은 칠일장을 치르면서 하루에 한 편씩 자신들과 얽힌 이야기를 입담 좋게 들려준다. 구렁이는 달걀을 너무도 좋아했던 외동딸 이야기를 해주고, 소는 연날리기를 좋아했던 연장군 이야기를 해준다. 구렁이, 개, 소, 까치, 호랑이, 말귀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디마디 장단을 타고 술술 전개되어 읽다보면 절로 흥이 생긴다. 장돌뱅이로 남의 집 머슴으로 떠돌던 삼백이와 동물들의 예상치 못한 인연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다. 동물과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만들어내는 흥겨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권현희)
○봉홧불을 올려라
서성자 글 | 정은규 그림
사계절 | 2014.1.29 | 216쪽 | 8,800원 | 우리동화 | 초고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발발할 무렵을 시대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주인공 담이는 천한 일이어도 나라를 지키는 봉수군 일이 좋다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그런데 아버지가 봉수대에서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담이는 아버지를 따라 봉수군이 되어 아버지의 흔적을 쫓는다. 봉수대 동굴에서 비밀문서를 찾고 봉수군들이 몰래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버지의 큰 뜻을 알게 된 담이는 비밀 봉수군 모임에 들어간다. 담이가 동무들과 모처럼 나들이를 간 날, 이웃 봉수대에 전쟁을 알리는 ‘5봉수’가 올랐다가 금방 사라진다. 담이는 뭔가 변고가 생긴 걸 알고 봉수대로 달려간다. 친아버지처럼 여기던 이 선달이 왜놈 첩자가 되어 봉홧불을 막으려 하고, 이를 물리치고 전쟁 소식을 전하려는 담이의 싸움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위급한 소식을 전했다던 봉수대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깃들인 공간으로 되살아나 상상의 즐거움을 주고, 강단 있는 한 소년이 자기 의지를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감동을 준다.(곽현주)
○봄이 오면 가께
기시모토 신이치 글 | 야마나카 후유지 그림 | 강방화 옮김
한림출판사 | 2014.1.20 | 176쪽 | 9,500원 | 외국동화 | 초고
5학년 3반에 ‘유타’라는 전학생이 왔다. 반 친구들이 박수로 맞이하자 유타는 손으로 브이 자를 만들며 교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한순간에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 유타는 또래 친구들보다 발달이 늦다. 글자도 모르고 고집도 세지만, 좋으면 활짝 웃고 싫으면 울음을 터뜨리는 유타에게 반 아이들은 천천히 마음을 연다. 유타가 병원에 입원한 사유를 보러 가려고 나서자 겐지는 유타를 무조건 말리는 대신 함께 가자며 달랜다. 유타가 글자를 배우려고 할 때는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유타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 유타는 학교생활 규칙은 잘 모르지만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자기가 한 약속은 꼭 지킨다. 심장이 아픈 사유에게 달리기에서 일등을 해주겠다는 약속, 반 아이들에게 풍선덩굴 씨앗을 주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은 것이다. 아이다운 천진함을 간직한 유타와 귀찮고 성가시던 상대를 영원한 친구로 만든 반 아이들은 장애와 비장애로 교육환경을 구분하는 우리들에게 사람과 사람이 진정으로 어울려 살며 얻을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오혜경)
○씨앗박사 안완식 우리 땅에 생명을 싹 틔우다
박남정 글 | 김명길 그림
청어람미디어 | 2014. 3.15 | 144쪽 | 11,000원 | 인물 | 초중
다수확 고품질의 새로운 품종에 밀려 사라져가는 우리 토종 씨앗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토종 씨앗 지킴이’의 삶을 살고 있는 안완식 이야기다.
토종 씨앗은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심고 거두기를 반복해 우리 땅과 기후에 잘 맞게 진화한 품종이다. 오늘날 이 씨앗들은 농업분야뿐 아니라 기능성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재료로 이용될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의 자연과 미래를 위해 앉은뱅이밀, 벙어리참깨, 분홍감자 등 이제는 이름도 낯선 토종 식물이 우리와 함께 우리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안완식이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어린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종자은행 개설 과정과 토종 씨앗의 보존과 확산운동 전개까지를 어린이의 흥미를 끌 만한 일화와 함께 읽기 쉽게 구성했다. 또한 어린이가 현대사회의 논쟁거리인 종자 전쟁, 식량 주권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게 한다.(신은주)
○야만의 거리
김소연 글
창비 | 2014.1.24 | 404쪽 | 12,000원 | 청소년문학 | 16세
일제 강점기, 서자로 태어난 동천이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 생활하며 자아와 현실에 눈뜨는 이야기다.
‘야만의 거리’는 동천이 일본에 살면서 7년 동안 보고 느낀 마음의 거리다. 조선인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감시, 대지진 때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대하는 태도와 눈빛, 거리마다 넘쳐나던 조선인 시체 등 당시 모습이 생생하다. 대학 때 동천이 만났던 일본인 친구들과 일본에 온 조선 젊은이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각기 다르게 반응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천이 만났던 염색장이 아베, 헌책방의 구마모토 사장 같은 인물을 통해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객관적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개인의 삶이 역사 속에서 바뀌어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고,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을 적절하게 배치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정인복)
○첫 키스는 엘프와
최영희 글
푸른책들 | 2014.3.25 | 192쪽 | 11,500원 | 청소년문학 | 16세
학원 폭력, 성추행, 진로 등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첫 키스는 엘프와>의 채아는 단짝이던 친구와 갑자기 멀어지자 고민에 빠진다.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학생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별의 연산>의 해나는 등굣길에 성추행을 당해 곤란에 빠진다.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담임선생님과의 상황을 《지각대장 존》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하다. <우리들의 라커룸>은 같은 반 친구 도하에게 돈을 빼앗기는 해달이 ‘도하’라는 공포의 줄을 끊어내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교실이 라커룸으로, 아이들이 관객이 아닌 한 팀의 선수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상황이 흥미롭다.
작품 속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는 어른이 아닌 십대 청소년들이다. 그들의 해결 방식은 서툴고 미숙하지만 밝고 건강하며 희망적이다. (이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