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밀서리 추억
산하는 헐벗은데 무심한 뭉게구름
뻐꾸기 궁상떨고 찔레 핀 보릿고개
밀서리 허기(虛飢) 달랬지 입가 묻은 그을음
* 기아(飢餓)에 허덕이던 1950~60년대 농촌. 보리가 익기 전 무척 굶주린 시기를 ‘보릿고개(춘궁기)’라 한다. 요즈음 세대들은 잘 몰라, 실지 ‘고개이름’인줄 안다.
* 아!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나간 세월이여! 흰 구름만 무심히 흘러갈 뿐이다...
2. 청산곡 화음(和音)시조
-회재 이언적 시조에 대한 화운(和韻)시조
1) 자옥산(紫玉山)
자옥산 누웠는데 백운이 깔고 앉아
회재(晦齋)가 세놓은 집 청풍명월 차지해도
뻐꾸기 몰래 낳은 알 곤줄박이 품느니
* 자옥산(570m);경북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와, 경주시 안강읍 두류리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북쪽은 도덕산(道德山), 서쪽은 삼성산(三聖山)이 솟아 있고, 북서쪽은 마을이 분포한다. 신라 시대에 붉은 색의 옥(玉)이 많이 나온 산이라고 하여, 이름이 유래하였다.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이 말년에 은거한 산이다.(디지털영천문화대전 발췌 수정)
* 뻐꾸기를 벌곡조(伐谷鳥), 또는 곽공조(郭公鳥)라 부른다.
* 청산가(靑山歌)-회재가 지은 원운(原韻)
紫玉山(자옥산) 깊은 곳에 草廬(초려) 삼간 지어두고
반 칸은 淸風(청풍)주고 반 칸은 明月(명월)주니
靑山(청산)을 드릴 데 없어 둘러보고 보리라.
2) 푸른 꿈
언저리 짙은 녹음 바람이 간질이자
베짱이 탄금(彈琴)하고 바위는 장단 맞춰
푸른 꿈 노을을 타고 서산 위로 당동징
* 당동징; 가야금의 열두 줄을 나타내는 구음(口音), "청흥둥당동징땅지찡칭쫑쨍"중, 제4, 5, 6번을 가리킨다. 한글 음계로 '레미솔' 쯤으로 보면 된다.
* 일금일학(一琴一鶴); 하나의 가야금과 한 마리의 학이 전 재산이라는 뜻으로, 청렴결백한 관리의 생활을 이르는 말이다.
3) 청산아
적막한 수풀에는 밝은 달 비출세라
소나타 울린 계류 스르르 잠들 제에
독락당(獨樂堂) 글 읽는 소리 메아리친 청산아
* 독락당은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옥산서원 뒤에 있는 사랑채이다. 보물 제413호로 지정되어 있다. 회재(晦齋)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었다. 조선 중종 11년(1516년) 건립.
* 위 시조 3수는 서광(敍光) 장희구(張喜久) 사종(詞宗)이, 회재(晦齋)의 ‘청산곡’ 시조를 처음으로 화음(和音)한 시조에 대해, 두 번째로 화답한 시조이다. 그는 초두운 ‘자옥산’, 종두운 ‘푸른 꿈’, 종미운 ’청산아‘ 각 세 글자를, 언필칭, 이 시조의 운목(韻目)으로 정했다. 지금으로부터 562년 전의 선생과, 필자가 오늘날 다시 만나 담론을 즐긴다. 첫 번째 화음한 인당 박민서 시조를 같이 보자.
자옥산 구름 따라 성리학 입에 물고
십계를 빗장 삼아 밝혀낸 새판 정치
푸른 꿈 용트림 엮어 진상 올린 청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