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이란 닭요리의 일종이다. 닭 한 마리를 그대로 넣고 그 속에 찹쌀과 인삼을 넣고, 수프를 부어 몇 시간 푹 삶은 것으로, 그걸 먹으면 감기도 낫는다고 한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 속에 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 삼계탕을 먹으면 좋겠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삼계탕은 펄펄 끓는 뚝배기채로 테이블에 올라온다. 펄펄 끓는 우윳빛 수프 안에, 닭은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솟아올라 있다. 젓가락을 갖다 대면 껍질이 벗겨지고,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와, 쫀득하고 하얀 덩어리로 변한 찹쌀과 함께 수프 속에 녹아든다. 봄에 녹아내리는 빙산처럼.
- 무라카미 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에 들어왔다』 중에서
생명을 입속에 넣는 것 같다는 일본 유명 작가 무라카미 류의 표현처럼 삼계탕은 한여름 복날 또는 몸이 허하거나 기력이 떨어질 때 생각나는 음식이다. 몇 해 전 ‘외국인이 선호하는 한국음식 베스트 12’에도 들었을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친숙한 삼계탕은 서울 곳곳의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다. 그 중 7호선 신풍역 근처의 호수삼계탕은 특유의 맛깔스러움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7호선 신풍역 4번 출구와 영등포구민체육센터]
7호선 신풍역 4번 출구로 나와 영등포구민체육센터 앞 코너를 돌면 멀리 호수삼계탕의 초록색 간판을 볼 수 있다. 멀리서지만 비슷한 색의 간판이 여럿 보여 늘 그렇듯이 원조와 후발주자의 경쟁이라 생각하고 원조집을 찾아 들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원조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첫 번째 간판 집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간판들이 ‘원조’ 글씨를 제외하고는 색이나 서체가 똑같은 것이 이상했지만, ‘원조’를 믿고 원조집으로 향했다.
[호수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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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 열려있지 않고 내부도 어두워 보이는데다가 마침 일요일이라, 영업하지 않는 날에 잘못 왔다고 생각하며 돌아서려는 찰나, 방향을 가리키는 빨간 화살표가 눈에 들어왔다. 화살표를 따라 돌아가니 조그만 문이 있었고 그 위쪽으로는 한옥 인테리어에 또 호수삼계탕 간판이 보였다.
[→ 호수 삼계탕 한옥 입구]
조금 더 번듯해 보이는 한옥 인테리어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안에는 여태까지 언론에 소개되었던 사진들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
[기본 찬]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도 없이 기본 찬들이 차려졌다. 여느 삼계탕집처럼 깍두기, 풋고추, 마늘과, 특이하게 길게 썰어진 오이가 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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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는 통으로 길게 4등분되어져 있었고 어떻게 보면 대충대충 썬 것 같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정말 아삭아삭하고 시원했다. 이 집에 손님이 많아서 반찬이 빨리빨리 소비되어서인지, 전체적으로 무척 신선했다. 또 하나의 별미는 오이와 함께 나오는 고추장. 달착지근한 맛의 고추장은 오이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 ‘고추장 별도 판매’를 주인장에게 개인적으로 권장하고 싶을 정도였다. |
곧이어 5분도 안되어 삼계탕이 나왔다. 삼계탕이 패스트푸드는 아니지만, 주문 속도는 패스트푸드 못지않았다.
이 곳 삼계탕은 일반 삼계탕보다 국물이 탁하고 누런색을 띠었다. 국물을 떠보니 견과류 같은 것이 갈아진 흔적도 보였고, 그것 때문인지 닭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혹 닭 비린내 때문에 삼계탕을 멀리한 사람이 있다면 이 곳 삼계탕을 강력히 추천한다.
뚝배기와 그 속에 담긴 닭이 일반 삼계탕보다 크기는 작았으나, 영계를 사용해서인지 살은 질기지 않고 무척 부드러웠다.
또한 찹쌀은 국물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삼계탕보다는 닭죽을 먹는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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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판]
한참 먹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메뉴가 보였다. 단출한 구성의 메뉴에서 ‘저희 업소는 포장이 안됩니다’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여태까지 외부로 음식을 유출한 적이 없다고 한다. 비법 노출을 우려해서인가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았다. |
물어보니 주변 초록색 간판의 호수 삼계탕도 분점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가족으로, 고객 편의를 위해 본점과 분점으로 구분하였다고 한다. 본점 자리(한옥 인테리어)에서 시작해 지난 5월에 20년이 되었다고 하니 그 맛의 깊이와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본점 골목에 문이 열려 있는 곳은 다 호수 삼계탕이었다. 출발은 작은 삼계탕집이였을지 몰라도, 현재는 그 일대를 주름잡고 있는, 단순히 맛을 넘은 이 집의 경영 비결을 곱씹어보며 더운 여름 삼계탕 한 그릇으로 이겨내는 것은 어떨까?
찾아가는길 : 신풍역 4번출구 영등포구민체육센터 코너 돌아 100m
휴무 : 연중무휴(설, 추석 제외)
박지영 [서울도시철도공사 사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