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가 잘 들어가는 골프 사이트에 있는 이야기를 퍼온 것입니다.
물론 읽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긴 글이지만 시간이 나시면 읽어보세요.
제목: 어느 내기 골퍼의 최후
도박성 내기 골프, 단순한 놀이로서의 내기 골프이다.
골프에서 내기의 방법은 꽤 다양하다.
가장 보편적인 스트로크 방식이 있고 스킨스, 라스베가스,
판 게임, 낫소 게임, 후세인 등이 있다.
판 게임은 돈을 모두 묻고 승자가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고
낫소 게임은 전반의 승자, 후반의 승자, 토탈 스코어 승자가 돈을 챙기는 방식이다.
위에 열거한 모든 내기골프는 고수에게 80퍼센트 이상의 승률이 있다.
도박에서 50퍼센트의 승률은 엄청난데 80퍼센트라면
모든 내기골프는 하수들에겐 저주, 가장 불합리한 도박으로 정의될 것이다.
스킨스와 라스베가스를 하면 하수가 좀
유리할 것 같지만 결과는 스트로크와 비슷하게 나온다.
스킨스엔 버디 값이란 함정이 있어 고수가 버디를 3~5개를 하면
하수의 출혈은 상당해진다.
라스베가스도 고수가 가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배판이 있는 스트로크는 더 심한 결과가 나온다.
트리플 뒤, 버디 뒤, 세 명이 동타가 발생했을 때 자동배판이라는...
이런 공식적인 배판을 적용하면 핸디캡을 100퍼센트 받아도
하수는 엄청난 출혈이 발생한다.
작년에 내가 속한 골스 동호회의 내 핸디캡은 1년 평균 1.4 정도 된다.
일반적인 싱글 골퍼들과 내기를 하면
평균 6점의 핸디를 주는데 승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핸디캡을 6점 줘도 배판에 버디를 한개 치면 처음 준 핸디를 대부분 찾을 수 있다.
골프장은 적고 골퍼는 많은 한국적인 토양이 이런 구조를 만들었겠지만
내기골프에서 배판은 정말 모순덩어리다.
핸디를 모두 받고 승률이 제로라면 만약 핸디를 150퍼센트 이상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하수가 이길 확률은 15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어쩌다 이긴다 해도 핸디조정을 받아 연승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수가 스트로크 게임에서 버티려면 당연하게 배판이 없는 게임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핸디를 덜 받거나 금액을 올리더라도 배판이 없으면 비교적 공정해진다.
프로이거나 아주 로우핸디와 내기를 할 때는 가능하면
백 티로 가서 플레이하자고 제안하거나
이도저도 안되고 어쩔 수 없는 전투가 붙었을 때는
드라이빙 레인지보다 퍼팅 그린을 찾아 퍼팅연습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퍼팅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퍼팅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한 두 시간 연습해서 잘 맞는 클럽이 아니다.
하지만 퍼팅은 한 두 시간 연습해서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내기골프에서 가장 크게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퍼팅이다.
퍼팅은 골프 기술 중 비교적 단순하고 쉬운 기술이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큰 기술이기도 하다.
주관적으로 본...
도박성 내기골프 상대로 취하지 말아야 할 골퍼들은 아래와 같다.
“그린에 가까이 가면서 샷이 좋아지는 골퍼,”
“퍼팅을 잘하는 골퍼.” “스윙은 이상해 보이는데 공을 언제나 일정하게 날아가는 골퍼.”
“드라이버를 치면 언제나 페어웨이에 공이 머무는 골퍼.”
“2번 아이언을 가지고 다니는 골퍼”
“캐디를 잘 다루는 골퍼”
이런 골퍼들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상책이고 내기가 붙어도 금액을 낮추는 것이 좋다.
반대로 내기하기 가장 좋은 골퍼들도 있다.
“연습장에서 스윙이 가장 빠른 골퍼”
“1년에서 2년 미만의 짧은 시간 안에 싱글 골퍼가 된 골퍼.”
“스스로 장타자라고 굳게 믿는 골퍼”
“스코어의 낙폭이 매우 큰 골퍼”
"아무리 많이 잃어도 쉬지 않고 배판을 부르는 골퍼."
" 게임이 끝난 뒤의 휴유증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골퍼"
"티 샷에 일관성이 부족한 골퍼"
이들과는 언제든 도박성 내기를 해도 삶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
내기골프에서 가장 하수는 120개를 치는 골퍼가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골퍼다.
빠른 시간에 싱글 골퍼가 된 사람들,
남들에게 거리가 좀 난다는 소리를 듣거나 스스로 굉장한 장타자라고 생각하는
골퍼들은 봉 중에 최고의 봉이 된다.
인생에서 무식은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무식한 사람이 많이 안다고 생각할 때 자주 대형사고가 터진다.
골프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
“내가 전에 몇 타를 쳤는데.”
“버디를 몇 개 쳐서 다 보낸 적이 있는데” 등의 달콤한 상상을 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면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골퍼는 단점과 약점이 많은 골퍼들이고
경험이란 과실의 또 다른 이름임을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다.
내기골프에서 클럽을 손에 잡는 순간 그 인간의 기질이 가장 구체적이고 극명하게 드러난다.
골프는 매우 심리적이며 천성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운동이고
18홀 속에 그 인간의 일평생이 모두 녹아있기 때문이다.
골프를 오래하면 할수록 소름 돋는 두려운 운동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골프 속엔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고
지난 과거와 미래까지 투영되는 불가사의가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지역에서 명망 있는 분과 내기골프를 했다.
이른 시간에 티 옵을 했고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라
그린의 방향만을 보고 샷을 할 수 밖에 없는 나쁜 조건이었다.
G 골프장의 아웃코스 7번 홀,
산 중턱에 있는 약간의 오르막 숏 홀이라 안개가 끼면 그린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곳이다.
모두가 굿 샷을 했고 그린에 가니 명망 있는 유지의 공만 그린 주변에 없었다.
스트로크의 금액이 커 모두가 공을 찾아주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명망 있는 분이 그린의 반대편에서 소리쳤다.
“여기 볼 찾았네, 정말 굿 샷이었는데 그린을 오버했군.”
어프로치가 끝나고 퍼팅을 하기 위해 캐디가 깃발을 뽑는데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명망 있는 분의 초구가 홀인원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인품이 좋은 사람”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
50평생 그 사람에게 따르던 많은 수식어가 단 한순간에 모두 붕괴되는 순간이었다.
그 사건은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었다.
동반자는 모두 발설하지 말기로 약속했고 침묵했지만
캐디가 동료에게 말해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소문은 신속하게 골퍼들에게 전달되었다.
나쁜 소문일수록 전파되는 속도가 열배는 빠른 것 같다.
매너와 에티켓은 동반자에게도 중요하지만 캐디에게도 지켜져야 한다.
특히 멤버로 있는 골프장에선 매너와 에티켓. 작은 언행까지도 각별하게 조심해야 한다.
100명 이상의 여자들이 대기실에 앉아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이 뭐가 있겠는가.
회원들의 라운드 특징을 분석하고 진상에 대한 정보의 교류일 것이다.
골프에서 종종 최악의 소문은 캐디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동반자가 모두 모른 알까기를 캐디가 본 경우도 있고
캐디를 매수해 오비난 공을 구제받다가 둘의 사이가 깨져 발설된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도박중독자인 선배가 있다.
그 선배의 도박 지론은 독특한데 돈을 다 잃거나 따거나 해야 판을 접는다는 것이다.
“모두 올인 되지 않고 지갑에 돈이 남으면 그냥 집에 갈 수 없어,
하다못해 물방개놀이에 걸 거나 박포장기를 둬서라도 모두 읽고
집에 가야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거든.”
범인의 사고로는 도저히 그 선배가 가진 뇌의 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도박으로 모두 잃고 차비를 받은 돈으로 또 내기를 해 모두 잃어야
잠을 잘 수 있다는 말인가.
쾌락추구의 심리가 도박중독자를 양산한다고 한다.
선배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실천적 쾌락주의자였다.
그는 잘 나갈 때는 도박중독으로 도박 때문에 패가망신한 후론 먹고 살기 위해
내기 골프를 하며 인생을 보냈다.
그는 모든 종류의 도박을 잘했고 강했다.
특히 바둑이란 카드에 일가견이 있었는데
폭발적인 레이스와 블러핑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수였다.
“갈색폭격기” 그 선배에게 훈장처럼 달렸던 별명이다.
선배는 사기도박이 아닌 진검승부엔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다.
그의 강한 내공을 증명하는 일화가 있다.
하우스에서 선배는 바둑이란 게임으로 거액을 땄고 판이 끝나기 얼마 전에
갑자기 과일이 들어오고 커피가 나왔다고 한다.
선배는 직감적으로 다음 판에 탄이 들어 올 거라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판이 끝나기 얼마 전엔 과일이나 커피가 들어오지 않는다.
다음 판에 선배는 바둑이에서 가장 높은 두 번째 패를 잡았다.
하룻밤에 한번 잡을까 말까한 높은 패였는데 선배는 그냥 카드를 덮었다.
범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절정고수의 플레이다.
게임이 끝나고 하우스를 만든 사람이 악수를 청하며
“선수끼리 다시 만나지 맙시다.“ 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초절정의 내공도 2백만 원이면 구하는 콘택트렌즈와 사기 카드에
속절없이 스러졌다.
초 고수에 속하는 선배가 바둑에서 패한 것도 좀 엽기적이다.
바둑엔 사기가 적을 것 같지만 상대의 안경 속에 있는 카메라가
옆방의 모니터에 바둑판을 비추고 더 강한 고수가 핸드폰에 문자를 넣어 당한 것이다.
도박이든 인생이든 나름대로 정도를 걷고 싶어 하던 선배는 빠르게 변하는
사기도박에 적응하지 못했고 모든 것을 잃었다.
그 후 선배는 먹고 살기 위해 내기골퍼가 되었다.
깨끗하고 멋진 스윙, 갈색폭격기의 우아함을 버리고 모든 골프를 바꿨다.
도박으로 망한 자 도박으로 흥한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서.
선배는 드라이버를 버리고 언제나 스푼으로 티 샷을 했다.
왜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엔
“드라이버를 잡으면 오비가 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아이언을 치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피니쉬를 했고
모든 샷은 덕 훅이나 드로우 구질로 바뀌었다.
골프 초보자가 봐도 한심한 하수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클럽도 고수가 사용하지 않는 싸구려로 바꿨고 공도 3피스가 아닌 2피스 볼로 바꿨다.
라운드하면 우산을 써서 하얀 얼굴을 유지해
상대에게 선수란 의심을 받지도 않았다.
도박으로 평생을 살아 온 선배에게 그 정도의 변신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선배의 핸디캡은 아무리 높게 봐줘도 2를 넘지 않았다.
레귤러 티 기준으로 어금니만 살짝 깨물고 치면
쉽게 언더파를 치는 실력인 것이다.
많은 골퍼들이 선배의 엽기적인 폼과 어정쩡한 구질을 보고
달려들었다가 패가망신을 하곤 했다.
자신이 이기면 운이 좋아서, 동반자가 좋아서, 롱 퍼팅이 떨어져서 이긴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리고 언제나 딴 돈의 3분의 1 이상을 돌려줬다.
선배는 내기 골프만으로 그렇게 몇 년을 살았다.
세 판 중에 두 판을 져줬고
한 판에서 많은 스트로크를 이기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상대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게 하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내기골프에서 만난 사람과 카드, 거기서 다시 바둑으로 연관시켜 판을 키워갔다.
한 종류의 도박만으론 승부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는 내기골프보다 더 손쉽게 그에게 승리를 안겨 줬다.
골프엔 핸디가 있지만 카드는 핸디가 없는 스크라치라서 실력의 차이는 곧바로 승률로
직결된다. 골프에서 잃어주고 카드로 복구하거나 두개 모두를 잃어주고
바둑으로 복구하는 치밀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 선배는 바둑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평생을 큰 도박으로 일관했지만 작은 내기 바둑을 두면서
손을 덜덜 떨며 한 수를 놓는 모습은 예술의 경지다.
한편으로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그 선배에게 전신(戰神)이란 새로운 별명을 지어줬다.
그 선배의 다양한 도박스토리는 친구들이 만날 때마다 화제가 되었다.
언젠가 선배에게 “형, 정말 강적이에요”라고 했더니 그 선배는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평생을 여유롭게 살던 선배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했을 때
그를 좋아하는 우리는 숙연해졌다.
작은 미혹은 습성을 바꾸지만 큰 미혹은 인생 자체를 바꿔 버린다.
“한번은 와이프가 집에 쌀이 떨어졌다고 하더군,
주변에서 돈을 빌려 타 당 십만 원 짜리를 치는데
나는 모든 샷을 개 훅으로 만들면서 67타를 쳤어.
몇 개의 버디는 일부러 넣지 않으면서.
내기 전에 신경안정제와 청심환을 먹었다.
아무리 먼 퍼팅이라도 이것이 안 들어가면 죽는다, 라는 각오로 치니까 대부분 들어가더라.
나도 내 자신이 한심하다. 하지만 어쩔 수 있냐. 이게 내 삶이고 운명인데.”
그 선배는 아직도 자신은 도박으로 망했기 때문에
도박으로 흥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진짜 고수라면 스윙과 실력을 숨기고 스코어를 줄이고 늘이는 것이 언제든 가능하다.
배판에서 쉽게 버디를 할 수 있고 전혀 표내지 않고 트리플 보기를 하는 것이다.
롱 아이언을 잘 다뤘지만 7번 우드를 가지고 다녔고
어눌한 말로 캐디에게 약간의 무시를 당하는 방법까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갬블러도
오랜 시간 도박판을 전전하면 결국엔 육체도 영혼도 모두 망가진다.
사회엔 여러 가지 악이 있지만 가장 치명적이고
주변사람까지 참혹하게 만드는 것은 도박 중독일 것이다.
도박으로 입신양명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하게 도박으로 성공한 두 명은 주윤발과 주성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