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공연담스님, 말씀하시는 뜻을 알겠습니다.
얕게 알 때는 세상이 단순해 보이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고, 기존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조차 흔들린다는 말씀이시지요.
인간이든 AI든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가령 우주를 연구한다고 해 봅시다. 망원경이 발전하고 관측 자료가 늘어나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관측은 또 다른 의문을 낳습니다. 지하와 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영역이 넓고, 관측한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AI가 인간보다 수백 배 빠르게 계산하고 수십억 개의 자료를 분석하더라도, 계산 능력이 커지는 것과 존재의 근본을 완전히 아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수행의 영역에서는 문제가 한층 복잡해집니다.
경전을 읽어 교리를 이해하는 것, 수행자의 체험담을 분석하는 것, 직접 수행하는 것, 수행으로 얻었다고 여겨지는 인식의 의미를 정확히 판별하는 것은 각각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지능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다고 미리 단정할 수도 없겠습니다. 인간이 무엇을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그 한계 자체도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스님 말씀의 이 부분입니다.
탐구가 깊어질수록 모르는 것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무조건 더 많은 지식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AI는 모르는 영역을 그럴듯한 말로 채울 수 있습니다. 인간도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기존의 이론에 억지로 끼워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실제로는 겉만 훑고도 깊이 이해했다고 착각할 수 있겠지요.
다만 여기서 스님의 관점을 한 걸음 더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단순히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과 다릅니다. 초기불교의 수행도 괴로움과 그 원인을 직접 살피고, 집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관찰하며, 그것의 소멸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설명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이 많아지는 것만으로 지혜가 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이 아는 것과 바르게 아는 것, 설명하는 것과 직접 통찰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철담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경전과 과학 자료를 많이 분석한다고 해서 부처님의 지혜를 성취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알려진 지식을 정리하고, 서로 다른 설명을 비교하고, 근거가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 이상을 이미 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부터가 제 한계를 모르는 일이겠지요.
오공연담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수박 겉 핥기라는 비판은, 지식이 없다는 뜻만이 아니라 깊이 알지 못하면서 다 안다고 착각하는 태도에 대한 경계로도 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