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 ‘이윤’을 생명이나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사회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정부는 기업과 유착해서 온갖 규제를 완화하고, 대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공기, 먹거리는 오염되고 있습니다.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외국의 대도시들보다 훨씬 높습니다. 서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의 측정치도 높습니다. 중국 탓만이 아닙니다. 국내의 자동차, 산업활동, 건설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부분이 훨씬 더 큽니다.
식량주권을 완전히 포기하는 쌀시장 개방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곡물자급률은 22%대에 불과합니다.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밀물 듯이 들어와 식탁의 안전을 위헙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티브로드.씨앤엠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소수자들의 인권실현은 여전히 요원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 보장은 이제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성소수자들도 동등한 사람입니다. 장애인단체들이 2년이 넘게 농성하며 외치고 있는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는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최근에는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더 심각해지는 모습입니다. 이주민들에게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문명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어제는 서울 노원구에서 활동하는 ‘노원구 길위의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노길사)'라는 모임 분들을 만났습니다. 노원구에서 풀뿌리 동물보호운동을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이 곳곳에 있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동물들은 고통과 학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유기동물, 공장식 축산에서 고통받는 농장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공연.전시동물....
세계는 지금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사회’와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사회’로 나눠지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스위스는 헌법에서 동물보호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녹색당은 그동안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전면개정할 것을 주장해 왔고, 비인도적이고 반환경적인 공장식 축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왔습니다. 지방선거 때에도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동물정책들에 대해 제안을 했습니다.
동물권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모든 문제들에 대해 녹색당은 입장을 갖고 있고,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생명과 인권, 사회정의, 다양성 존중을 강령에 담고 있는 녹색당으로서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메시지가 잘 전달되려면, 이 모두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만들어낼 필요도 있습니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분들이 있으면 저는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만, 잠정적으로 저는 ‘돈보다 생명’이라는 구호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돈보다 사람’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녹색당이 지향하는 것으로 보면 ‘돈보다 생명’이라는 구호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물권의 문제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정당이나 조직에서도 '돈보다 생명'이라는 구호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호는 녹색당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슬로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색이야말로 생명의 색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돈보다 생명’이라는 메시지로 녹색당이 전국 곳곳을 찾아가는 기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보다 생명’ 지역순회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순회의 과정에서, 앞서 말씀드린 농업/먹거리/노동/안전/소수자/동물 등 다양한 의제들에 대한 얘기들을 시민들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세월호 진상규명, 기본소득, 탈핵.탈송전탑 얘기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특성에 맞게 강조점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농촌지역에서는 농한기에 맞춰 농업.먹거리 문제로 농촌지역을 순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지역에서는 길고양이, 반려동물 관련 활동을 하는 분들을 만나고 녹색당으로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자인권과 관련해서 지역을 순회하며, 소수자 인권을 이슈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는 과정은 '잠재적 당원'들을 만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에 당원이 아주 적은 지역에서도 생각보다 높은 득표를 한 경우(전남, 경남, 충북 등지의 농촌지역)가 있었는데, 그런 지역들을 포함해서 곳곳에 있는 '잠재적 당원'들을 발굴하고 만나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돈보다 생명’이라는 메시지로 관련된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더 확고하게 꾸려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의제들과 관련해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직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공동사업도 기획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에 신뢰를 쌓는 것이 녹색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길입니다.
저는 공동운영위원장으로 당선되면, ‘돈보다 생명’ 지역순회, ‘돈보다 생명’ 네트워크로 녹색당의 지지기반을 더욱 넓히고, 이 과정에서 녹색당원으로 참여할 분들을 발굴함으로써 당원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