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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바람속에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온 근심 ,걱정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송이 피워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삼월의 바람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있는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데서도 잠들수 없는 삼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삼월의 바람입니다.
5월의 편지
-청소년들에게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희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플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고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푸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12월의 노래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 말을 많이 했던 빈 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 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가난한 새의 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 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 다니는 희구름의 평화여
알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가을 노래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도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가을 일기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 마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마음이 너를 향한 그리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잎 한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가을 편지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 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5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6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7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
9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10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 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습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가을편지
26. 오늘은 모짜르트 곡을 들으며 잠들고 싶습니다. 몰래 숨어 들어온 감기기운 같은 그리움을 휘감고 쓸쓸함조차 실컷 맛들이고 싶습니다 당신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대를 걸었던 나의 어리석음도 뉘우치면서 당신안에 평온히 쉬고 싶습니다
27. 엄마를 만났다 헤어질때처럼 눈물이 핑 돌아도 서운하지 않은 가을날 살아 있음이 더욱 고맙고 슬픈일이 생겨도 그저 은혜로운 가을날. 홀로 떠나기 위해 홀로 사는 목숨 또한 아름다운 것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28. 가을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가을에 온 당신이 나를 떠날까 두렵습니다. 가을엔 아픔도 아름다운 것. 근심으로 얼굴이 헬쓱해져도 당신 앞엔 늘 행복합니다. 걸을수 있는데도 업혀가길 원했던 나. 아이처럼 철없는 나의 행동을 오히려 어여삐 여기던 당신--- 한켤레의 고독을 신고 정갈한 마음으로 길을 걷게 하소서
29. 잃은 단어 하나를 찾아 헤매다 병이 나 버리는 나의 마음을 창밖 귀뚜라미는 알아 줍니다 사람들이 싫어서는 아닌데도 조그만 벌레 한마리에서 더 큰 위로를 받을때도 있음을 당신은 아십니다
30. 이제 제가 왔습니다 언제나 사랑의 園丁인 당신. 당신이 익히신 저 눈부신 열매들을 어서 먹게 해주십시오 가을하늘처럼 높고 깊은 당신 사랑의 秘法을 들려주십시오. 당신을 부르는 이 마음이 이 가을엔 좀더 겸허하게 하십시오
고향의 달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내가 태어날 무렵 어머니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그 아름다운 달 고향 하늘의 밝고 둥근 달이 오랜 세월 지난 지금도 정다운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네
'너는 나의 아이였지 나의 빛을 많이 마시며 컸지' 은은한 미소로 속삭이는 달
달빛처럼 고요하고 부드럽게 살고 싶어 눈물 흘리며 괴로워했던 달 아이의 지난 세월도 높이 떠오르네
삶이 고단하고 사랑이 어려울 때 차갑고도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며 달래던 달
나를 낳아준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또 어머니 수많은 어머니를 달 속에 보네 피를 나누지 않고도 이미 가족이 된 내 사랑하는 이들 가을 길 코스모스처럼 줄지어서 손 흔드는 모습을 보네
달이 뜰 때마다 그립던 고향 고향에 와서 달을 보니 그립지 않은 것 하나도 없어라 설레임에 잠 못 이루는 한가위 날 물소리 찰랑이는 나의 가슴에도 또 하나의 달이 뜨네
그네뛰기
사랑은 그네뛰기 당신과 함께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나아가는 이승의 줄기찬 몸짓 걷지 않고 뛰어도 사랑은 늘 모자라는 시간 더 높이 날고 싶어라 출렁이는 그리움 발을 구르면 가슴에 묻어오는 아픈 하늘 빛깔 당신...
기다리는 행복
온 생애를 두고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수수한 옷차림의 기다림 입니다
겨울 항아리에 담긴 포도주처럼 나의 言語를 익혀 내 복된 삶의 즙을 짜겠습니다
밀물이 오면 썰물을 꽃이 지면 열매를 어둠이 구워 내는 빛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
나의 친구여 당신이 잃어버린 나를 만나러 더 이상 먼 곳을 헤매지 마십시오
내가 길들인 기다림의 日常 속에 머무는 나
때로는 눈물 흘리며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오랜 나날 상처받고도 죽지 않는 기다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의 소임입니다
기도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 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기도 일기 중...
1 살아있기에 늘 문이 열려 있는 내 마음의 집엔 늘 손님이 많아 행복하다. 슬픔, 기쁨, 절망, 희망, 고뇌, 환희.... 아침부터 밤까지 나는 이들을 편애없이 다루는 엄마같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가르치는 교사같기도 하다 한시도 비울 수 없는 내 마음의 집에 오늘도 향기로운 차 한 잔 달여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내 마음의 집
2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을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나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초를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의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길
아무래도 혼자서는 숨이 찬 세월
가는 길 마음 길 둘 다 좁아서
발걸음이 생각보단 무척 더디네
갈수록 힘에 겨워 내가 무거워
어느 숲에 머물다가 내가 찾은새 무늬 고운 새를 이고 먼 길을 가네
꽃 멀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있는 것은 아픈것 아름다운것은 어지러운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지
꽃밭에 서면
꽃밭에 서면 큰 소리로 꽈리를 불고 싶다. 피리를 불 듯이 순결한 마음으로
꽈리 속의 잘디잔 씨알처럼 내 가슴에 가득 찬 근심 걱정 후련히 쏟아 내며 꽈리를 불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꽃밭에 서면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남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받고 싶다.
꽃들의 죄없는 웃음소리 붉게 타오르는 꽃밭에 서면
꽃편지
해마다 너의 편지는 꽃으로 말을 건네는 꽃편지
봄에는 진달래 여름엔 장미 가을엔 코스모스
철 따라 꽃잎을 붙여 내게 보내 온 네 편지를 읽으면 네 고운 마음과 함께 글씨도 꽃으로 피어났지
네 얼굴 네 목소리 꽃 위에서 흔들리고 네가 보고 싶은 나는 마른 꽃잎 향기에 가만히 입맞추고
끝나는 게 싫어서 일부러 천천히 읽는 네 편지는 꽃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는 꽃편지
꿈을 위한 변명
아직 살아 있기에 꿈을 꿀 수 있습니다
꿈꾸지 말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꿈이 많은 사람은 정신이 산만하고 삶이 맑지 못한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마세요
나는 매일 꿈을 꿉니다 슬퍼도 기뻐도 아름다운 꿈 꿈은 그대로 삶이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도 내일의 이야기도 꿈길에 그려질 때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꿈이 없는 삶 삶이 없는 꿈은 얼마나 지루할까요
죽으면 꿈이 멎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꿈을 꾸고 싶습니다 꿈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5월의 시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抒情詩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散文的인 日常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湖水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不信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至高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 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視力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6월엔 내가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12월의 엽서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가 을
오늘은 가을 숲의 빈 벤치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흰 구름을 바라봅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불볕처럼 타올랐던 나의 마음을 사늘한 바람에 식히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이 정갈한 시간들을 감사합니다.
대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우리 집 앞마당, 대추나무 꼭대기에서 몇 마리의 참새가 올리는 명랑한 아침기도........ 바람이 불어와도 흩어지지 않는 새들의 고운 음색, 나도 그 소리에 맞추어 즐겁게 노래했습니다. 당신을 기억하며.......
한 포기의 난을 정성껏 키우듯이 언제나 정성스런 눈길로 당신을 바라보면 그것이 곧 기도이지요? 물만 마시고도 꽃대와 잎새를 싱싱하게 피워 올리는 한 포기의 난과도 같이, 나 또한 매일 매일 당신이 사랑의 분무기로 뿜어 주시는 물을, 생명의 물을 받아 마신다면 그것으로 넉넉하지요?
가을노래(2)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움큼의 시들을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은 깊어가네
가을 저녁
박하 내음의 정결한 고독의 집 연기가 피네
당신 생각 하나에 안방을 비질하다 한 장의 紅葉(홍엽)으로 내가 물든 가을 저녁
낡고 정든 신도 벗고 떠나고 싶네
가을 편지(2)
늦가을, 산 위에 올라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깊이 사랑할수록 죽음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고 노래하며 사라지는 나뭇잎들 춤추며 사라지는 무희들의 마지막 공연을 보듯이 조금은 서운한 마음으로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매일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지켜보듯이
江
지울수록 살아나는 당신 모습은
내가 싣고 가는 평생의 짐입니다
나는 밤낮으로 여울지는 끝없는 강물
흐르지 않고는 목숨일 수 없음에
오늘도 부서지며 넘치는 강입니다
겨울 반달
손 시린 과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 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와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겨울 산에서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 소리 묻은 솔잎 향기 사이로 수없이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았네
시린 두 손으로 햇볕을 끌어내려 새 봄의 속옷을 짜는 겨울의 지혜
찢어진 裸木(나목)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았네
고독에게 1
나의 삶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먼데서도 팽팽하게 나를 잡아당겨 주겠다구요?
얼음처럼 차갑지만 순결해서 좋은 그대
오래 사귀다보니 꽤 친해졌지만 아직은 함부로 대할 순 없는 그대
내가 어느새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게 그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나를 지켜주겠다구요?
고맙다는 말을 이제야 전하게 돼 정말 미안해요
고독에게 2
당신은 나를 바로 보게하는 거울입니다
가장 가까운 벗들이 나의 약점을 미워하며 나를 비켜갈때
노여워하거나 울지 않도록 나를 손잡아준 당신
쓰라린 소금을 삼키듯 절망을 삼킬 수 있어야 하얗게 승화될 수 있음을
진정 겸손해야만 삶이 빛날 수 있음을 조심스레 일러준 당신
오늘은 당신에게 감사의 들꽃을 한 묶음 꼭 바치렵니다
제 곁을 떠나지 말아주세요 천년이 지나도 녹지 않는 아름다운 얼음 공주님.....
고독을 위한 의자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가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고백 성사
사랑하는 이에게 처음으로 용서를 청하듯 조금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은 주님께 부끄러운 저의 죄를 고백하게 하십시오.
기도와 사랑의 등불을 환희 밝히기 위한 기름을 제 때에 마련 못해 번번이 빌려 쓰는 저의 어리석음을 꾸짖어 주십시오.
교만과 허영의 가시나무가 자라고 무관심과 이기심의 잡초가 무성한 제 마음의 숲에 불을 놓아 주십시오.
항상 용서하는 일에 더딘 저는 당신께 용서를 청할 염치도 없어 조용히 무릎 꿇고 눈물만 흘립니다.
고마움과 뉘우침으로 강을 이루는 저의 눈물은 오늘 당신께 드리는 제 사랑의 고백으로 받아 주시길 청합니다.
늘 먼저 사랑 하시고 먼저 용서 하시어 저를 당황하게 하시는 주님
큰 귀를 열어 놓으시고 사계절 묵묵히 제 앞에 산으로 서 계신 주님
구름의 노래
1
구름도 이젠 나이를 먹어 담담하다 못해 답답해졌나?
하늘 아래 새것도 없고 놀라울 것도없다고 감탄사를 줄였나?
그리움도 적어지니 괴로움도 적어지지?
거룩한 초연함인지 아니면 무디어서 그런 건지 궁금하고 궁금하다.
대답해주겠니?
2
나의 삶은 당신을 향해 흐르는 한 장의 길고 긴 연서였습니다.
새털구름 조개구름 양떼구름 꽃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여러 형태의 무늬가 가득하여 삶이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당신을 찾고 있군요 내 안에는 당신만 가득하군요
보이는 그림은 바뀌어도 숨은 배경인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고
나는 구름으로 흐르며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 해 여름의 생각의 씨앗을......
지금껏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하고 싶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에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진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에 어느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기도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어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 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고 앞으로 해 나갈 내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바람을 떨구는 한 잎의 꽃잎일지라도 한없이 품어안을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바람 앞에 스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 선 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 그리 살게 하소서!
철저한 고독으로 살지라도 사랑 앞에 깨어지고 낮아지는 항상 겸허하게 살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
기도할 때 내 마음은
1 기도할 때 내 마음은 바다로 갑니다 파도에 씻긴 흰 모래밭의 조개껍질처럼 닳고 닳았어도 늘 새롭기만 한 감사와 찬미의 말을 한꺼번에 쏟아 놓으면 저 수평선 끝에서 빙그레 웃으시는 나의 하느님
2 기도할 때 내마음은 하늘이 됩니다 슬픔과 뉘우침의 말들은 비다 되고 기쁨과 사랑의 말들은 흰 눈으로 쌓입니다 때로는 번개와 우박으로 잠깐 지나가는 두려움 때로는 구름이나 노을로 잠깐 스쳐가는 환희로 조용히 빛나는 내 기도의 하늘 이 하늘 위에 뜨는 해.달.별, 믿음.소망.사랑
3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숲으로 갑니다 소나무처럼 푸르게 대나무처럼 곱게 한 그루 정직한 나무로 내가 서는 숲 때로는 붉은 철쭉꽃의 뜨거운 언어를 때로는 하얀 도라지꼬의 청순한 언어를 치워 내며 한 송이 꽃으로 내가 서는 숲 사계절 내내 절망을 모를 내 기도의 숲에 서면 초록의 웃음 속에 항상 살아 계신 나의 하느님
기쁨은
기쁨은 날마다 내가 새로 만들어 끼고 다니는 풀꽃 반지 누가 눈여겨 보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다가 어느 날 누가 내게 달라고하면 이내 내어주고 다시 만들어 끼지 크고 눈부시지 않아 더욱 아름다워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많이 나누어 가질수록 그 향기는 더하네 기쁨이란 반지는.
꽃 삽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 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포기의 난초를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의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꽃마음 별마음
오래오래 꽃을 바라보면 꽃마음이 됩니다 소리없이 피어나 먼데까지 향기를 날리는 한 송이의 꽃처럼 나도 마나는 이들에게 기쁨의 향기 전하는 꽃마음 고운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올려다보면 별마음이 됩니다 하늘 높이 떠서도 뽐내지 않고 소리없이 빛을 뿜어 내는 한 점 별처럼 나도 누구에게나 빛을 건네 주는 별마음 밝은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꽃샘바람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짐짓 모른체하던 어느 옛친구를 닮았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함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얄밉도록 오래부는 눈매 고운 꽃샘바람
나는 갑자기 아프고 싶다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레임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온 뒤의 햇빛 속에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것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 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후의 그 티없는 웃음으로
나는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못 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꽃씨를 닮은 마침표 찍힌 한통의 아름다운 편지로 매일을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