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전국 최초 옻산업 특구로 지정된 이후 5년째 이렇다 할 성공사례 없이 침체 분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고장 옻 산업계가 옻을 이용한 작물 보호물질 연구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옻나무 또는 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작물보호 물질 연구는 경기도 안성, 전남 나주 등 일부 친환경 과수 농가를 중심으로 옻을 이용한 각종 유해곤충 퇴치 기능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자치단체 옻 보급 사업을 믿고 옻나무를 재배했다 옻 순 판매 외에 5년째 별다른 판로를 찾지 못했던 농가들도 이번 연구가 옻재배 농가들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 어떤 연구인가?
최근 확정된 이번 연구는 '옻 추출물을 이용한 친환경 식물성 자재개발'이라는 이름의 과제로 충북테크노파크 보건의료사업센터와 충남대학교가 위탁기관으로 참여한다. 연구기간은 10개월로 2억 3천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청산화학(주)이 주관을, 지역 농업법인 참옻들(주)과 네이쳐팜(주)이 참여기관으로 연구에 가세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그동안 일부 친환경농가들이 화학자재의 도움 없이 옻나무 진액 등을 이용해 유해곤충을 퇴치해온 사례를 성분분석과 곤충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이렇게 추출된 객관적 데이터로 옻 추출물을 활용한 식물성 자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사업 주관을 맡은 청산화학 연구팀 박헌신 팀장은 "이번 연구는 친환경농가에서 경험적으로 검증되고 활용되는 옻나무의 해충 기피 기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이번 연구는 그 성과에 따라 수입품이 주를 이루는 친환경 농자재 분야를 국내산 원료로 상당부분 대체하는 결과로 이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산화학 측은 옻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자재개발이 계획대로 성사될 경우 단기적으로 약 20억 정도의 매출이 가능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충북테크노파크 오창혁신클러스터 추진단 권성욱 박사도 "이미 농업현장에서 실증된 사례를 검증하는 과제인 만큼 연구결과는 기대한 만큼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친환경 농자재 분야는 그동안 수입에 상당부분을 의존해온 분야인 만큼 옻나무가 이를 대체하게 된다면 옥천 옻산업 특구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나? 옻나무를 이용한 친환경과수 재배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유기농 포도분야. 경기도 안성을 대표하는 친환경포도 농원인 참포도농원(안성 서운면 소재)을 중심으로 해충방제에 옻나무를 적용하는 농가는 계속 늘고 있다. 이 농원 백이남 대표는 "쌍전매미충 등 웬만큼 독한 화학자재로도 퇴치하지 못하는 해충들이 옻나무를 활용한 농법을 적용한 뒤 말끔히 해결 됐다"며 "유기농 엽체류 등에도 옻나무를 이용하고 있는데 벌레들이 작물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나주에서는 배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옻나무를 해충 기피와 과수의 면역력 증강 등에 활용하고 있다. 무농약 배를 생산하는 나주 보우농원 박노진 대표는 "지난해부터 무농약 배 재배에 옻나무를 활용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며 "나무의 생육에도 긍정적인 성과를 보고 있어 앞으로 활용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옻산업 특구, 옥천에 기대되는 효과는? 이번 연구가 옻나무를 이용한 친환경 농자제의 상품화로 이어질 경우 우리지역 옻 산업은 무엇보다 5년째 계속되는 옻 농가 판로찾기에 일정부분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농법인 참옻들 박기영 대표는 "그동안 옻나무의 판로가 전무하다보니 옻나무의 수매방법이나 기준 등도 전무한 것이 현실이었다"며 "이번 연구의 성과가 구체화 되면 사실상 처음으로 옥천 옻이 상품화되는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옥천군이 주도했던 옻나무 보급 사업이 보조금 불법집행 논란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민간이 중심이 돼 옻 산업의 새로운 활력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자 농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농가들은 섣부른 기대는 오히려 실망을 더 키울 수 있다며 냉정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안남 옻나무 작목반 천영성 총무는 "농가들은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판로도 없이 5년 이상 옻나무 만 바라보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옻 재배 농가에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지켜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라는 영예를 안고 화려하게 출발한 옥천 옻나무. 그러나 5년째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 옻 산업에 이번 연구가 어떤 영향을 줄지 여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