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로저 마틴
♣ 성공한 리더들의 통합적 사고
이 책은 2007년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렸던 논문 중 최고로 평가받은「How Successful Leaders Think」의 내용을 발전시켜서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원제목은 'The Opposable Mind'이다. 원서의 부제는 "성공적인 리더들은 어떻게 통합적 사고를 하여 승리했는가?"이다. 이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성공한 리더들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세기적(世紀的)인 석학 피터 드러커, 레드햇 리눅스의 경영자 봅 영, P&G의 전설적인 CEO A.G.래플리, 포시즌스 호텔 체인의 설립자 이사도어 샤프와 같은 경영자와 토론토 국제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키워낸 피어스 핸들링 집행위원장, 현대 무용의 개척자 마사 그레이엄 등 다양한 분야의 내로라하는 리더 50여명을 직접 인터뷰하여 이 책을 집필했다. 소개된 리더들의 사례를 읽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학습이 된다.
또 이 책은 성공한 리더들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 또는 의사결정의 방식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저자는 인터뷰했던 50인의 리더들이 활동 분야와 성격, 스타일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특징, 즉 '통합적 사고'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통합적 사고란 무엇인가? 우선 제목에 등장하는 'Opposable'의 의미를 살펴보자.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확연하게 다른 신체적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나머지 네 손가락과 맞댈 수 있는 엄지손가락(opposable thumb)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엄지와 다른 손가락들이 맞닥뜨릴 때 생기는 긴장 덕분에 우리는 다른 동물들이 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다. 글씨를 쓰고, 바느질하고, 다이아몬드를 세공하고, 그림을 그리고, 막힌 동맥 내에 카테터를 삽입하는 등의 모든 활동은 엄지와 나머지 네 손가락 사이의 긴장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현상은 정신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상호 모순되는 두 가지 아이디어 사이에 조성되는 건설적인 긴장을 활용할 수 있는 사고능력, 즉 '상반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opposable mind)'을 타고났다.
'opposable'이란 원래 '마주 보게 할 수 있는', '반대할 수 있는'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통합적 사고란 이렇게 '상반되는' 두 아이디어 사이의 긴장을 건설적으로 이용하여 두 아이디어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면서도 각각의 아이디어보다 뛰어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어 창의적으로 긴장을 해소하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는 인간의 사고력을 멋있게 표현할 수 있는 은유의 대상을 찾다가 인간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엄지손가락을 의미하는 'opposable'란 단어를 선택했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저자는 "통합적 사고 능력"은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도 훈련에 의해서 습득할 수 있다면서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차이를 만드는 생각의 비밀
'차이를 만드는 생각의 비밀'은 이 책 2장의 제목이다.
2장의 원제목은 'No stomach for second-best' 인데 "차선책 따위는 필요 없다"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런데 이 'second-best'라는 표현을 보니 'satisfice' 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satisfice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키다"는 뜻의 자동사로 영어사전에도 나온다. 그러나 이 단어는 만족하다(satisfy)와 희생하다(sacrifice)의 두 단어를 합성해서 만든 것으로, 1958년 제임스 G. 마치와 허버트 사이몬이 쓴 Organizations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마치와 사이몬에 의하면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을 찾아서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경우 "이정도면 되었다"하는 수준의 대안을 선택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렇게 약간 손해를 보면서도 여러 가지 제약요인 때문에 최적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second-best'에 만족하는 상황을 'satisfice '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거의 항상 불완전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차선책 따위는 필요 없다"고 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른 의사결정 즉 생각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 방식이 바로 통합적 사고이다.
이 책에서 통합적 사고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살펴보자.
포시즌스 호텔 체인의 설립자인 이사도어 샤프는 1961년 토론토 도심외곽에 125개 객실을 가진 모텔을 처음 열었다. 당시에는 호텔하면 두 가지 종류를 떠올렸다고 한다. 하나는 객실 수가 200여개 남짓한 소규모의 모텔이다. 이런 모텔은 투숙객들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편의시설만을 제공한다. 친밀감과 안락함을 주지만 피트니스센터, 회의실, 식당 등 비즈니스 여행객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또 하나는 적어도 750여개 이상의 객실에 각종 회의실, 연회실, 식당과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호텔이다. 이런 대형호텔은 차갑고 비인간적인 장소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지리적 장점과 다양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찾고 싶은 마임을 들도록 하는 개인적인 친밀감은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종류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물과 기름 같아서 어느 호텔도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제공할 수는 없었다.
호텔업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두개의 모델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고, 그런 선택에 따르는 약점을 어쩔 수 없이 감수했다. 하지만 샤프는 달랐다. 샤프는 양자택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규모 모텔의 친밀함과 대규모 컨벤션 호텔의 장점을 함께 갖춘 호텔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했다. 이처럼 호텔업계를 지배하던 기존의 두 가지 모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두개 모델의 장점을 모두 갖춘 호텔을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 오늘날 세계 최고의 호텔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의사결정의 4단계
저자는 의사결정을 돌출요소(salient considerations), 인과관계(causality), 구조(architecture), 해결(resolutin)이라는 네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먼저 돌출요소(salient considerations)란 여러 대안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하여 각 대안을 평가하는 기준 중에서 특별히 중요한 요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해외 여행지를 결정하고 있는 중이라면 숙박시설, 비용, 기간, 운송수단, 안전문제, 이국적 분위기 등의 많은 요소를 고려할 것이고 그중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돌출요소다.
인과관계(causality)란 앞서 언급한 돌출요소들 사이의 인과관계다. 여행비용과 여행기간 간의 관계, 여행지의 이국적 분위기와 안전성간의 관계 등을 말한다. 이 단계는 돌출요소들 간의 인과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단계다.
구조(architecture)는 돌출요소들 간의 인과관계를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가장 단순한 구조는 양자택일이다. 예를 들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까? 집에서 TV를 볼까'같은 의사결정은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여행지를 선택하는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각 후보 여행지 별로 호텔, 비행기,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의 내용, 소요 경비, 떠나고 돌아오는 스케줄 등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일들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여러 요소를 순서대로 고려하는데 그 중 어느 한 요소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그 요소에 대해서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전체의 의사결정이 엉망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복합적인 고려를 해야만 한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가 의사결정에는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결(resolutin)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행지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여행사에 신청을 하려다가 예약이 끝나 버렸다는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이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요약해 보면 무엇을 결정하든 우리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련의 '돌출요소'를 고려하고, 그런 요소들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생각의 모델을 만들며, 인과관계들을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로 배열한 다음, 현안에 대한 '해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돌출요소'와 '인과관계', '구조'가 다르다면 백발백중 다른 결과를 도출하게 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 통합적 사고와 전통적 사고의 차이
저자는 전통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차선책에 안주하기 위한 기법"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어떻게 그런 혹평을 할 수 있는지 의사결정의 각 단계별로 통합적 사고와 전통적 사고가 어떻게 다른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통합적 사고와 전통적인 사고방식 사이의 ①첫 번째 차이는 전자의 경우 돌출요소에 대하여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진다는 점이다. 돌출적인 고려 요소가 많아질수록 문제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하지만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그런 혼란에 신경을 쓰지 않음은 물론이고 되레 그것을 즐긴다. 반면에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중요한 것만 남겨 두고 나머지 요인들은 추려 내어 문제를 단순하게 만드는데 주력한다.
②두 번째 차이는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여러 방향의 비선형적인 인과관계를 검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있는 그대로 찾아내어 검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반면에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인과관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③세 번째 차이는 의사결정 논리의 구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문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각 부분을 독립된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늘 전체 문제를 염두에 둔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진 각 부분을 순차적, 독립적으로 고려한다. 이런 경우에는 제품의 디자인부터 하고 제조공정을 생각하지만 통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제품의 생산비용도 생각하지 않은 채 먼저 디자인부터 하지는 않는다.
④네 번째 차이는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불쾌한 트레이드오프를 받아들이지 않고 언제나 긴장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자꾸 지연시키고 관련자들에게 좀 더 깊이 검토하라며 보고서를 반려하고, 마지막 순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행동은 외부인의 눈에는 결단력이 없고 우유부단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오직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음이 드러난다.
이처럼 두 가지 방식은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그 결과도 마찬가지다. 통합적 사고는 새로운 가능성과 해결책을 생성하는 힘이 있다. 반면 전통적 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한 새로운 해결책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되며 제3의 창의적 해결방안은 절대 없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제3의 해결방안을 찾는 통합적 사고의 방식을 이 책을 통해서 배워 보기 바란다.
www.seri.org 류 한호 상무(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