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게게 묻고 답하다.사진예술 2016년 2월호 메이
질문: 저는 10년 넘게 사진을 공부하며 사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언제부터인가 제 삶의 일부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사진 때문에 제 삶이 풍요로워지고 즐겁게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전시장에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하는 것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진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전반에 걸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사고 싶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주변 풍경을 찍습니다. 또 정물사진도 관심을 갖고 찍고 있고, 단체전에 정물사진을 찍어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여행을 할 때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내드리는 사진은 얼마 전에 일본을 여행 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 어떤 이들은 여행사진은 너무 가볍고 표피적이기 때문에 예술로서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가 궁금하기도 하고 제가 일본에서 찍은 사진도 솔직하게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매그넘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답변 기대합니다.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답변: 질문을 잘 읽었고 작품도 잘 감상했습니다.
여행사진은 19세기 초반에 사진이 발명되었던 직후인 사진사초기부터 등장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교통이 불편해서 다른 지역에 여행을 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가나 탐험가들이 여행을 할 때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정리해 출판하면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중들의 낯선 지역에 대한 호기심에 부합한 상업주의적인 마인드의 산물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세기 후반에 창간한 ‘내셔널지오그래픽’지입니다. 하지만 이 지형학 혹은 지리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고 최근에는 지구촌 환경문제를 환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936년에 ‘Life’지가 창간된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를 포토저널리즘의 전성기라고 하는데, 교통수단이나 미디어가 발달하기 전까지는 대중의 타 지역에 대한 관심 혹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욕구를 사진이 중심이 된 화보잡지가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샘이 깊은 물’ 같은 매체에 사진을 기고하는 에디토리얼 작가들이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20세기 사진사에서 유명한 사진가들은 대부분 ‘Life’, ‘Look’, ‘Rolling Stone’ 같은 대중잡지에 사진을 기고하는 일을 주된 활동으로 삼았던 포토저널리스트입니다. 이들 중에서 20세기 사진사에서 위대한 사진가 중에 한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프랑스어: Henri Cartier-Bresson, 1908년 8월 22일 - 2004년 8월 3일)도 라이프지와 같은 잡지에 사진을 기고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었습니다. 또 미국, 중국,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이 그의 작품 중에서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개성적인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결코 표피적인 재현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메이님이 이야기 한 것처럼 여행사진은 경우에 따라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모든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므로 표피적인 재현에 머물러 심층적인 재현에 이르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예술적인 가치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지에 대한 지식 및 정보를 수집하고 학습을 해서 분명한 주제의식을 갖고 사진을 찍는다면 완성도 있는 사진이미지를 생산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여행사진이 예술적인 가치가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에 있어서 사진 찍기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여행지에 대한 추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의도와 여행을 간 것을 타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전업사진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해외에서 사진을 찍어서 공모전에 출품하거나 전시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행사진이 작업 혹은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확보하려면 일회적인 작업이 아니라 분명한 주제의식을 갖고 체계적으로 촬영계획을 세워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할 때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작가가 중심이 아니라 대상에 의존해서 호기심에 끌려 사진을 찍거나 유명한 촬영지에서만 사진을 찍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목소리를 내는데 실패하여 작품으로서의 예술적인 가치를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언급한 태도와 같이 진지하게 사진을 찍는 것이 미학적인 가치가 있는 여행사진을 생산하는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모든 사진작업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즉 작가적인 시선 및 의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자기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호칭 혹은 지위입니다.
이번에 메이님이 보내주신 사진은 일본에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라고 하셨는데 무엇인가 특별한 장면이나 대상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전통적인 문화와 현재를 상징적으로 포착한 것 같이 느껴지므로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앵글 및 프레임의 선택도 정형화되지 않고 자유롭게 느껴져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찍은 여행사진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자극적인 장면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사진은 일시적으로 보는 이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보는 이의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작업 혹은 작품은 매체와 장르를 떠나서 감상자의 이성과 감성을 모두 자극하고 또 다른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작업이 제도로부터 주목받는 작업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메이님의 사진은 충분히 그러한 가능성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외부의 시각적인 유혹에 빠져들지 않고 자신의 이성과 감성에 의존하여 진중하고 치밀한 사진작업을 한다면 좋은 결과물을 계속해서 생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업 보내주셔서 감사 합니다.(김영태)
김영태
전시기획,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대학에서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그 이후 20여 년 동안 사진가, 전시기획, 사진평론 등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특히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사진과 관련된 문화현상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전시기획자로서‘2012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II 대구현대사진의 여명’,
‘2012 Contemporary Photography Program'을 비롯한 여러 전시를 기획했다.
평론가로서 월간 사진예술, 월간 사진, 포토플러스, 미술세계, 대구문화 등 여러 문화예술 관련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교육자로서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경운대학교에서 현대사진이론, 사진사 등 사진이론 강의를 했다. 그 외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아카데미, 포토저널 사진아카데미 등 여러 사진교육 기관에서 강의를 했다.2015년부터 현재까지 힐링포토아카데미를 기획하고 있다.
저서로는 ‘알기 쉬운 예술사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