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지만 토지시장에서 절대 땅으로 돈을 벌지 못할 사람들로 단연 ‘부동산 담당기자’를 꼽는다. 부동산 투자의 위험성과 실패사례에 대해 너무 많이 들어 알고 있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부동산 기자들은 부동산 투자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보에 대한 선점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만의 하나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뿐이다.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걱정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토지 컨설팅을 하다 보면 땅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 오히려 걱정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거나 떨어지는 땅값을 지켜보면서 밤잠을 설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재료를 따라 시장을 과감하게 선점해야 할 때 이것저것 따지고 재면서 망설이다보면 어느덧 막차는 떠나버린다. 법률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의 눈에 땅은 온통 함정과 덫 투성이다. 따라서 행보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고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막상 매입을 결정했더라도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낌새가 조금만 수상해 보여도 금방 매입의사를 철회하고 지레 계약을 포기해 버린다.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자연히 의심도 많아진다. 때문에 컨설턴트나 중개업자가 아무리 상세하게 투자 수익성을 설명해줘도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말문을 막아버린다. 하지만 얄밉게 보이면 이들은 땅 보따리를 끌어안고 절대 좋은 땅은 보여주지 않는다.
펜션단지 개발업체 W사장과 S사장은 이런 점에서 서로 대조적이다. S사장은 일간지에 부동산 관련 칼럼을 기고하면서 부동산 이론 전문가로 이름이 꽤 알려진 사람. 관련 재테크 서적도 한 권 출간했을 정도다. 반면 W사장은 증권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보다가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지 1년도 안된 초보자다.
2002년 두 사람은 각각 개발사업용 부지를 찾던 중 북한강변과 바로 접한 가평 땅 3만평을 소개받았다. 먼저 중개업자로부터 그 땅을 소개받은 S사장은 해당 부지가 강변과 접해 있어서 입지여건은 완벽하나 허가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부지매입을 망설였다. 해당 부지가 수변구역에 상수원특별대책구역 1권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지레 짐작으로 허가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
S사장이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자 중개업자는 곧바로 W사장에게 그 땅을 소개해줬다. 현장을 찾은 W사장은 두 말 없이 즉석에서 매입계약을 결심했다. 직원들까지 만류하고 나섰지만 W사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듬해 이 단지는 펜션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분양을 끝낼 수 있었다. 덕분에 W사장은 불과 수 개 월 만에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부지는 최근 허가절차를 정상적으로 끝낸 것은 물론 최근에는 건축을 완료하고 펜션 운영을 시작했다.
당초 허가가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S사장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 수변구역이자 상수원보호구역이면서 이처럼 허가가 가능했던 이유는 해당 부지가 하수처리구역으로 신규 편입된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하수종말처리장의 설치로 새로 하수처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수변구역이나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된다. 따라서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능역 범위 내에서 강변이라도 아파트 및 전원주택과 같은 주거시설은 물론 여관 등과 같은 숙박시설 카페 등 어떤 건축물의 신축도 가능해진다.
S사장은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했고, W사장은 성공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무식한 사람이 돈 번다’는 말이 토지시장에 나도는 이유다.
김영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칼럼을 쓰는 김영태씨는 광운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장을 역임했다. 이후 토지개발전문업체 JMK플래닝 개발사업부 팀장과 광개토개발 대표를 거쳐 현재는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