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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산만강(空山滿江) <4> 글/김석계 그림/초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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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이 방안에 들어와 봇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옆집 무관에서 들려오는 맑은 기합소리는 그의 공산에 서의 수련을 떠올리게 하며 기분을 좋게 했다. 이제 늦은 겨울의 따뜻한 해는 중천을 지나고 있었고 점심무렵이 되었다. 그때 마침 시녀가 점심을 먹으라고 그를 데리러 왔다. 장평이 다시 의복을 단정히 하고 시녀를 따라 별채에 가까운 내원의 국주의 가족이 있는 꽃나무 수림이 우거진 건물로 들어서니, 넓은 대청에 놓인 탁자위에 이미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외모가 인자해 보이는 한 백의를 입은 중년여인이 하녀들과 함께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그녀는 사십대 중반으로 보였고 젊은 시절의 용모가 뛰어난 것을 말해주는 듯 세월이 비켜간 미모와 백합같은 고아함이 있었다. 대청 앞에 멀끔이 서있는 그를 중년여인이 목격하고는 웃음을 띄며 먼저 인사를 했다. “이리와 앉으세요. 그이에게서 소협에 대해 방금 전에야 이야 기를 들었답니다. 제 이름은 여백령이라 하며 이집의 안주인 되지요“ 국주 부인인 여백령이었다. 장평이 그녀를 향해 포권을 하며 정중히 마주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평이라 합니다” 그녀가 장평의 인사를 받으며 답례했다. “앞으로 장평소협의 집으로 생각하고 편안히 지내세요. 그리고 솜씨 없는 음식이라 고향인 호남과 맞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맛있게 들길 바랍니다” 그녀가 다시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이의 사제라기에 그이를 닮아 우락부락한 무부인줄 알았 건만 오히려 문사와 같이 단정하고 차분하군요. 그이가 평소에 도 젊은날에 몸담았던 사문을 몹시 그리워했어요. 그러던 차 오늘 소협을 보고는 뛸 듯이 기뻐했답니다” 그때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두명의 소년이 실내에 들어왔다. 낯선 장평을 의아스레 쳐다보는 두 소년을 부인이 소개했 다. “내 못난 두 아들들입니다. 진용, 진명이라 부르지요” “두 사람 모두 이리와 인사드려라. 네 부친의 사제되는 장평 이라는 분이시고 너희들에게는 어른이 되지. 그리고 오 늘부터 별채에서 지낼 것이니 불편하지 않게 잘 모셔야 한다” “안녕하세요” 두 소년이 정중하면서도 쾌활하게 인사를 했다. “잘 부탁한다” 장평 또한 반가이 인사를 했다. 두 소년중 한명은 열다섯살 다른 한명은 열네살이었다. 장남인 진용은 모친을 닮았는지 보통의 체구에 성품이 온화 하고 총명해보였고, 차남인 진명은 오히려 형으로 여겨질만한 큰 체구에 시원하고 호방해 보였다. 모두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눈빛에는 영기가 있었고 몸은 날렵하고 균형이 잡혀있어 어릴적부터 무예로 단련된 듯 했다. 이윽고 음식이 모두 차려지고 거실에 딸린 대청 식탁앞에 앉은 사람은 부인을 포함하여 네명이었다. 마침 국주인 황대녕은 외출하고 표국내에 없었다. 그들이 즐거이 식사를 하는 도중이었다. 진명이라는 동생되는 소년이 장평을 향해 물었다. “장평 숙부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올해 스물 둘이다” “하! 누나와 동갑이네요” 옆에 있던 부인이 덧붙여 말했다. “그애들 위로 손위 누이가 한명 있어요. 나이가 소협과 동갑 이에요” 본래 자녀가 네명이었는데 맨위인 큰 아들이 불행히도 어릴적 죽었다고 했다. 그때 형되는 진용이 다시 물었다. “호남성 진현은 어떤 곳이에요?” 진현이 있는 호남성의 서쪽은 항주를 흐르는 장강의 험한 상류였다. 장평이 진용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대답했다. “항주에는 물이 많으나 그곳 진현은 산이 깊다. 사람들은 고독 하나 불평하지 않는 좋은 곳이란다. 지평선이 있고 솔개가 흰 절벽위를 높이 날며, 늦겨울에 함박눈이 내리고 동시에 매화가 함께 피어난단다. 그곳에는 병풍같이 높은 협곡 사이로 흐르는 험한 강을 따라 배를 저어 가다보면 원숭이 울음소리가 멀리 가을 단풍진 단애위로 애처로이 들리는 곳이란다 ” 대화란 서먹한 처음 본 사람 사이를 가까이 하는 법이다. 특히 식사중에 하는 대화는 사람의 긴장감을 없애고 편안히 해준다. 무엇보다 장평이 말하는 그가 자란 산과 천애의 협곡에 대한 이야기에 모두 몰입해 있었다. 그때 한 인영의 모습이 뒤늦게 실내에 나타났다. 창가로 스며든 겨울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햇살을 등지고 선 그 인영의 모습을 아련한 빛으로 투영하고 있었다. 장평이 부신 햇살에 눈을 가느다라하게 보니 놀랍게도 바로 담장너머 무관에서 대련을 하던 황의소녀였다. 7. 산은 나누어 준만큼이나 비어있다 깜짝 놀라 의자에 앉은 채 뒤돌아보는 장평의 시선과 실내에 들어선 황의 미소녀와의 시선이 먼저 마주쳤다. 그 순간 무언가 표현 못할 감정의 갈증이 그의 마음 한구석에 일었다. 미소녀는 실내에 있는 낯선 청년을 단지 의아심만으로 쳐다 보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특별한 감정의 기복이 없었는데도 잔잔했던 장평의 마음의 호수는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유정아, 손님이 오셨다. 네아버지의 사제되는 분이시다. 과거 공산에 계실때의 사문의 사형제되신다" 처음 부친의 사제된다는 설명에 고개를 갸웃하던 소녀가 공산이라는 말에 그만 커다란 두눈을 더욱 크게 떴다. 그러나 곧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는 공손되게 인사를 했다. "황유정이라 합니다" "장평입니다" 장평 또한 그녀가 곧 이집의 자녀라는 사실에 놀란 심정을 감추며 의자에서 일어나서 포권을 했다. 두 남녀가 그렇게 서먹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같이 식사를하게 되었으며 마침 비어 있던 장평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녀 몸에서 고향땅의 치자꽃의 쏴한 내음이 풍겨왔다. 장평이 처음느껴지는 낯선 감정에 정신이 멍멍한 가운데 다행히 진용과 진명이 앞서와 같이 번갈아 질문을 했다. 장평이 일일이 그 질문에 답변을 했다. 그때 떠드는 두 동생의 말과 불평없이 대답해주는 장평의 이야기를 곁에서 말없이 듣고 있던 그녀가 이번에는 직접 조심스레 장평에게 물었다. "죄송하지만, 혹시 공산의 두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요?" 과거 그녀가 그의 부친에게 물었으나 그 대답이 궁색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지금까지 계속된 것이다.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에 긴장했던 기분이 저절로 개운해진 장평이 다행이 어려운 질문이 아니기에 시원스레 대답했다. "공산은 모든 것을 나누어 주지요. 그리고 그 준 만큼이나 비어 있지요. 그래서 산은 항상 비어 있습니다" 공산의 의미가 불교나 도교에서 말하는 세속 인연에 집착하지 않는 것만으로 지례 짐작했던 가족들이 모두 놀랐다. '준 만큼이나 비어 있다! 주었기에 비어 있다!' 그녀가 생각해도 공산의 현기가 엿보이는 듯 했다. 어쩜 눈앞의 이사람은 그러한 신비문파의 전인이기에 특별히 뛰어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실례되게 많은 것을 물을 수 없었다. 그때 동생 진명이 대신 알아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숙부, 공산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비문파라면 무공실력 또한 범인의 경지를 넘어 보통이 아니겠네요?" 장평이 진명의 기대어린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마찬가지의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옆 자리의 황유정을 의식하고 있었다. |
첫댓글 오른쪽 여인은 이쁜데 장평이 ,,,^^
황유정의 등장에 치자향이 ...그때 이미 선생님의 닉네임이 정해졌네요?
산은 모든것을 나누어 주어 비어진다.. 남을 위해 사는것이 결국 나를 위한 것이 된다는 작가의 인생관이 내포되어 있는듯 공산만강 아우라가 대단한 작품 입니다^^
어느시대이건 '관심' 가는 이가 있지요.. 거참 . 다음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