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13일 수요일.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서원들을 둘러보기 위해 어제에 이어 오늘은 남계서원과 함양일두고택(咸陽一蠹古宅), 경주 옥산서원(玉山書院)과 독락당(獨樂堂)을 보고 대구 영남대병원을 들려 현풍에 도착하니 저녁시간이다. 해질 무렵의 도동서원 전경을 보고 싶어 다람재로 바로 향하다. 고갯길 정상에 이르니 팔각정 정자가 보이고 말로만 듣던 소나무옆으로 한훤당 시비(詩碑)가 보인다.
路 傍 松 길가의 소나무
一 老 蒼 髥 任 路 塵 늙은 소나무 하나 길가 먼지를 쓰고
勞 勞 迎 送 往 來 賓 괴로이 오가는 길손 맞고 보내네.
歲 寒 與 汝 同 心 事 추운 겨울 너와 같이 변하지 않는 마음
經 過 人 中 見 幾 人 지나가는 사람 중 몇이나 보았느냐.
다람재고개에 서면 낙동강 물줄기와 강기슭에 자리 잡은 도동서원과 도동리 마을이 한눈에 펼쳐진다. 정자에 올라 도동서원과 마을을 조망하다. 저녁노을빛에 강가의 물이 금빛으로 넘실댄다.
사진작가 윤호씨가 바쁘게 움직인다.
1986년 12월 2,2km 길이의 다람재 고갯길 개통 기념비도 세워져있다. 기념비 뒷면에는 공사비 5천만원과 공사기간(1986.8.17.-12.20) 그리고 서흥김씨종중에서 용지(用地)를 희사(喜捨)하는 등 군부대의 지원과 유관기관 인사들에 대한 감사의 글도 적혀있다.
다람재 고개에는 도동서원과 도동리를 조망하는 안내도 대신 ‘대니산MTB코스 종합안내도“가 세워져있다. 사적 제488호로 지정되었고 또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도동서원, 그리고 소학세향(小學世鄕)에 솔례(率禮)마을이 공존하는 이 지역을 문화유산유적지로 가꾸어야 할지 생활체육관광지로 개발해야 할지 이는 이제 대구시와 달성군의 몫이다.
이제 경암(敬庵) 병의(秉義) 종손이 거처하고 계신 한훤당종가댁으로 발길을 돌린다. 일행중에 종손의 둘째 아들 성용씨가 안내를 맡았다. 지리(池里) 일명 못골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 세워진 큰 표지석의 글씨 『小學世鄕』 만 보아도 한훤당 선생의 발자취가 새삼 느껴진다.
모향회(慕鄕會)에서 건립한 한훤당고택(寒暄堂古宅)에 이르다. 표지석과 안내문이다.
한훤당고택(寒暄堂古宅)
소재지 :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면 지리1143번지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의 11대손인 가선대부동지중추부사(嘉善大夫同知中樞府事)를 재수하신 도정공(都正公) 김정제(金鼎濟 1724-1794)가 1779년 구지면 도동에서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지리(池里)는 서흥김씨(瑞興金氏)의 동족부락으로 고택 안에는 선생의 불천위제사(不遷位祭祀)를 모시는 광제헌(光霽軒)과 국령(國令)으로 건립된 가묘(家廟)가 있다. 본래 70여호의 와가(瓦家)를 형성하였으나 6.25전란으로 소실되고 말았다. 못골 또는 지리란 명칭은 마을의 형국이 나비처럼 생겨서 마을 앞에 못을 파면 세거지로서 좋을 것이라는 풍수설에 따라 유래한 것이다.
본의 아니게 그것도 너무 늦은 시간에 종가댁 어르신을 찾아뵙다.
경의당(敬義堂) 안 내실이 책들로 빼곡이 싸여있는 서재다. 경암 어르신이 우리 일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 일어나신다. 방문인사로 큰절을 올리다. 망백(望百)의 나이를 넘기셨으나 일행 중 해운(海雲) 현선(鉉善)선생의 자제분 윤호씨를 금새 알아차리고 네 형제의 안부도 묻는다.
건강과 근황을 여쭈어본다. 10분 이상 걸으면 허리가 아파 많이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책은 여전히 읽고 계시나보다. 지금 읽고 계신 책이라며 서애성생기념사업회에서 보내준 서애시집1권과 ‘난세의 혁신리더 류성용’ 등 세권의 책자를 보여주셨다. 성용씨는 어르신이 조그만 글씨를 안경도 없이 읽을 정도라고 귀뜸했다. 족보에 대한 기억 또한 대단하셨다. 우리 문중이 만든 족보가 6차례나 된다며 발간년도를 모두 기억하셨다. 그리고 필요한 내용들을 적어놓으신 조그만 수첩을 간직하고 계셨다.
늦은 시간이라 일어서려하자 건너방이 비었으니 자리를 펴 놓으라며 우리 일행의 잠자리까지 챙겨주셨다. 이렇게 해서 한훤당 불천위제사를 모시는 광제헌 고택에서 뜻밖에 하룻밤을 묵게 되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기분이 오래동안 상기되어 잠이 잘 안 올 것 같다.
6월14일 목요일 오전5시.
한훤당고택의 아침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다람재에 올라 도동서원을 조망하기 위해 부지런히 서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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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하십니다. 잘 봅니다. 고맙습니다.
주필님일행. 대단히. 수고하였습니다.
종친들에게.좋은 홍보가되었스면.합니다.
태면국장님 고맙습니다^^
이번에 합천 거창의 소학당, 모현정 등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부산지역 종친들의 많은 성원과 참여 또한 죄고의 홍보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