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을 품은 꽃
신재미
갈대나 생강에 붙어 자주색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제주도나 가야 볼 수 있었는데
서울식물원이 조성 된 후
가을이 오면 본다
이 식물은
들에서 자라는 풀이라고 해서
들 야(野)자와 줄풀 고(菰) 자를 써
야고라 부른다
특징은 엽록소가 없다
기생하는 식물로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구월이 되면 노란 구슬을 품고 피는 꽃
한방에서 다양한 약재로 쓰이지만
특히 뱀독 제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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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새삼
신재미
자연을 공부하다 뿌리 없이 사는 식물을 만났다
미국실새삼
기생식물이다
우리나라 들이나 밭둑 콩밭에 나며
주로 콩(大豆)에 기생하여 산다
눈이 없는 실새삼은
잎이 돋으면 어둠속에서
수 시간 내에 몸 지탱 할 식물을
찾아내 양분을 얻는다
기생할 숙주식물을 찾으면 줄기를 감고
낙지 빨판 같은 돌기를 내어 영양분 섭취를 한다
혼자서도 살 능력이 되었다는 것을 감지하면
뿌리를 잘라 낸다
지독한 생명력은
미색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줄기조각만 있어도 회생을 한다
결국 숙주가 되는 식물은 양분을 빼앗긴 후 말라 죽는다
자연세계에도 빌붙어 사는 게 있다는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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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년만의 해후
신재미
꿈을 품고 오른 기내에서 보는 하늘은
운해가 흐르는 천상의 세계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 무지개를 그린다
수년 전에는 해마다 찾던 곳인데
삶의 환경이 바뀌고
멈추었던 여행
일이라는 명목아래 찾아가는 것이다
수속을 끝낸 일행은 서귀포로 향했다
뉴스를 너무 믿은 탓일까
한라산을 넘어 온 푄현상 적응을 못해
연신 부채질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고르지 못한 기후는
한 달이나 앞서 찾아 온 카르만 와류와 맞물려
정신을 매질했다.
빠듯한 일정은 옛 추억 서린 곳
눈만 마주 칠 뿐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시간을 허락지 않았다
그래도 얼마나 좋은가
인생길 색다른 길을 걸으며 꿈의 나래 펼칠 수 있으니까
약력
2004년 등단 (문학공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울문단 이사. 강서지부 부회장&편집국장
(사)샘문그룹 부이사장. (사)한국통일문인협회. 짚신문학회 사무국장
옛정시인회 2대 회장 역임
수상 : 세종문학상, 강서문학상, 샘문뉴스 신춘문예 대상(2023)
저서 : 『춘당지의 봄』, 『사랑은 희망의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