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두셀라
신재미
겨울잠자다 잡혀 나온 듯 마른개구리 화롯불에 올려놓은 장면 사진으로 마주했는데 역겁다
백년을 꿈꾸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세상 핸드폰. 텔레비전 방송 틈새마다 장수식품 광고 먹는 이야기 빼면 신선한 것이 없다 먹는 게 전부라면 짐승과 다름없는 삶 오래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췌장암 투병중인 언니의 목소리 환청으로 맴도는 새해 벽두 "치료 방법을 바꿨어 기도해줘"
암은 식습관이 원인이라 하지 않던가 잠시 눈 감고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니 껍질 벗은 초라한 영혼 몸은 우주 속 점 하나로 흩날리는데 헛된 욕망에 사로잡히지 말자 므두셀라의 장수는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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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궁
신재미
배롱나무 발그레 피운 꽃 웃음 오가는 이들 불러들이는 팔월 태양은 고향 뜰 여름 부려 놓았다
대추나무 비껴가는 구름 그리운 한 낮 꽃물 들인 손톱에 첫눈 끌어들여 사랑을 그려도 세상살이는 녹록치 않다
마음과 마음사이 경계를 허물어도 세월의 눈물 꽃 혼탁한 세상을 못 씻어 낸다
붉은 가슴을 훔친 죄로 별들마저 떠난 자미궁 요사이 하루건너 내리는 비로 인해 북극성도 흐릿하다
온난화로 바나나 동백나무 북쪽으로 터전을 옮겨도 남도마을, 제주섬 고수하는 묵직함 손끝만 스쳐도 배시시 웃고 석 달 열흘 꽃 등불 밝혀 가화만사성 몸으로 쓰는 간지럼 나무 감각 잃은 손끝 신경 살아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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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반기를 들다
신재미
오매 이걸 어째 반신욕중인 붉은 도시 발견 후 세기의 명작이라고 우쭐했는데 문학수업시간 발가벗겨져 쥐구멍 찾느라 혼쭐났다
비밀문서도 귀신같이 처리해 철석같이 믿었는데 반기를 든 것이다 현충사 대숲에서 마른대나무조각 손바닥에 꾹 찔러 넣고 시치미를 뗄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오늘은 문장을 삼켜 버렸다.
소중한 지체로 믿고 고맙다 말만 안했을 뿐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정신이 번쩍 난다
말도 때가 있음을 배웠다 꼭 해야 할 말은 하고 살자 확인하는 습관 몸에 배도록 보고 또 보자
등단 : 2004년 문학공간 활동 :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 강서지부 부회장 겸 편집국장 등 시집 : 사랑은 희망의 날개.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외 수상 : 세종문학상. 한글문학상. 샘문뉴스 신춘문예 (2023)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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