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뜨개 공방으로 원데이클래스를 들으러 출발했습니다.
공방까지 한 5분 정도 남았을 때였습니다.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다 걸었는데, 더 가야 한다고요?
가야 할 길이 멀게 느껴집니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코앞까지 왔는데 공방이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더 못 걷겠어요.”
전세움 씨는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상가 근처에서 몇 분 헤맸습니다. 전화를 드리니 안쪽 골목에서 한 선생님께서 마중 나오셨습니다. 가만히 서 있던 전세움 씨가 뒤따라왔습니다. 같이 공방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복작복작. 한 공간에 여럿이 둘러앉아 간식과 이야기 나누며 뜨개질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학생도 그 틈에서 열심히 바늘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전세움 씨는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핸드폰만 봅니다.
이에 직원이 먼저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어떻게 오게 되었고,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언제 수강할 수 있는지, 어떻게 수업이 이루어지는지....
전세움 씨는
가방 작품을 보여주실 때 잠시 고개를 들고,
“재료는 있어요?”라는 물음에 집에서 챙겨온 재료들을 주섬주섬 꺼내 놓았습니다.
다시 정적이 흐르자, 직원은 앉은 자리에서 어색하게 공방 작품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를 지켜보던 최 선생님께서 다가와 자연스레 수업을 시작하셨습니다.
꺼내 놓은 재료를 보시고는 얇은 실은 초보자가 사용하기 어렵고, 다이소 바늘은 안 좋다고 하셨습니다. 뜨개공방2 선생님도 언급하신 부분이라 알고 있었지만, 당장 사둔 재료가 이것뿐입니다. 두꺼운 실을 여러 색 보여주시며, 골라보라 하셨습니다. 전세움 씨는 민트색, 직원은 회색을 고릅니다. 그리고 새 바늘도 받았습니다(구매했습니다).
수업 들을 구색이 갖추어졌습니다. 최 선생님은 전세움 씨와 직원 사이에 앉아 본격적으로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최 선생님께서 매듭짓는 것부터 알려주셨습니다. 조금씩 연습해 둔 덕분인지 전세움 씨가 첫 원데이 클래스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매듭짓기를 성공했습니다. 점점 흥미가 돋는 듯합니다. 사슬뜨기 단계까지 넘어갔습니다.
“아! 전세움 씨는 왼손잡이입니다.”
라는 말에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어머 진짜?” 하시다가, 이내 침착하게 “아, 처음이면! 오른손으로 배워요.”, “아냐, 처음이면 오른손으로 배워.”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던져주십니다. 뜨개질이 아예 처음이면 오른손으로 배우는 게 지금은 낯설어도 나중에 편하다고요. 낫다고요. 한 분도 자기도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배워서 오른손으로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변의 응원 섞인 조언에 전세움 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으로 차근차근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전세움: “막혀가지고....”
최 선생님: “처음부터 잘하면 강사가 있을 필요가 없겠지.”
사슬뜨기에서 여러 번 막힐 때, 선생님께서 “세움 씨가~”하며 재치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렇지!”, “잘했다~” 칭찬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전세움 씨가 까르르 웃으며 하나하나 떠갑니다.
또 다른 수강생인 직원까지 두루 보시며, 책상에 기대지 않도록 자세를 바로잡아 주셨습니다.
집 가서 연습해 보라며 설명 영상도 찍어주셨습니다.
다른 선생님은 멀리서 전세움 씨가 열중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집중했어. 아구, 귀여워라.” 하시며 곁에 다가가 어떻게 뜨고 있는지 살펴봐 주셨습니다.
최 선생님께서 어디서 왔는지 물으셨습니다. 문화동에서 왔다고 하니 처음엔 멀리서 왔다고 하시다가, 이내 “아, 여기면 가깝네~”라고 하십니다. “걸어서 17분, 20분 정도 걸립니다.”라는 말에 그 정도가 운동 삼아 걷기 딱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세움 씨에게 이 내용이 가닿기를 바라며 직원도 재차 물었습니다. “그렇죠? 걸어오기 괜찮은 거리죠?” 선생님도 “그럼, 딱 좋지! 걸어오면 되겠네.”라고 하십니다.
최 선생님 퇴근 시간이라 인사하니 전세움 씨가 “쌤, 보고 싶어요!”라 합니다.
그 말에 최 선생님은 도로 앉아서 몇십 분 더 전세움 씨를 살피다가 가셨습니다.
수업이 마무리될 때쯤, 다시금 수강 신청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직원은 비교해 보고, 이후에 결정해야 하나 싶어 고민하는 찰나에 전세움 씨가 “여기 좋아요!”라고 답합니다. 신난 목소리로요.
수강생분들도 여기 잘 가르쳐 주는 곳이라며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가르쳐 주는 곳이라고도 합니다.
선생님들도 수강료 끊어 놓고, 수강하는 날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오라고 하십니다.
선생님: “그런데 (사람이 많고, 수다를 많이 떨어서) 조금 시끄러워.”
전세움: “괜찮아요!”
마음 문이 활짝 열린 전세움 씨. 이곳에서 취미활동 하기로 합니다. 직원도 걸어서 자주 오갈 수 있고, 세 곳 중 가장 저렴하고, 수강생 연령대도 비교적 다양하고, 고수 선생님이 여러 명 있는 이곳이 좋았습니다.
토요일 수업이 없다고 해서 어찌할까 했는데 전세움 씨가 금요일도 오고, 토요일도 오겠다고 합니다. 수업은 금요일에 와서 듣고, 토요일에는 와서 자유롭게 뜨개질하고 가기로 합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2026년 4월 17일 금요일, 이다정
뜨개 공방 선생님과 수강생들 틈에서 뜨개질 배우는 전세움 씨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오른손으로 배워요."
"처음부터 잘하면 강사가 있을 필요가 없겠지."
직원의 한 마디 보다, 뜨개 공방 선생님의 한마디가 전세움 씨의 마음을 움직였네요.
뜨개 공방에 와서 여느 수강생들이 뜨개질 배우는 모습, 분위기, 사람들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가 전세움 씨에게도 '평범하고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전세움 씨도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요?
'되도록 사람들과 어울려 복지를 이루게 돕는다.'는 말의 의미를 전세움 씨의 뜨개 공방 기록을 통해 확인합니다.
직원이 뜨개질하는 일을 직접 가르쳐주려 했다면?
약자 전용 수단으로 뜨개질을 배우게 도왔다면?
전세움 씨는 어떻게 행동하고 말했을까요? - 21더숨
<과업 관련 일지>
전세움, 취미 26-1, 무엇을 알고 싶나요
전세움, 취미 26-2, 전화상담
전세움, 취미 26-3, 가방을 만들고 싶어요
전세움, 취미 26-4, 전세움 씨의 열의와 진심
전세움, 취미 26-5, 두루 알아보는 힘
전세움, 취미 26-6,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전세움, 취미 26-7, 기준표를 만듭니다
전세움, 취미 26-8, 전화문의 연습
전세움, 취미 26-9, 전세움 씨에게 금요일이란
전세움, 취미 26-10, 원데이 체험 가능할까요?
전세움, 취미 26-11, 매듭짓기 다시, 다시
전세움, 취미 26-12, 엄청 초보자는 처음
첫댓글 이곳에서 취미활동 하기로 합니다. 반가운 소식이네요.
어색한 첫날 응원 조언 해주는 사람들, 막힌 순간 재치있게 설명해주신 선생님.
전세움 씨가 마음의 문 활짝 열게 된 이유 아닐까요. 또 그렇게 도우시니 그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