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문지
박완서 31 개풍 국문과
재치와 유머, 노련한 필력에 담은 인생의 지혜
-생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문학적 진심, 그 묵직한 감동
그리움을 위하여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집, 그런 섬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사촌 여동생
그 남자네 집 상이군인/홍예문/보리수/새대가리
주인 남자도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다 듣고는 분수에 넘치는 사치를 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나에게 그 소리가 박수보다 더 적절한 찬사로 들렸다. 우리에게 시가 사치라면 우리가 누린 물질의 사치는 시가 아니었을까,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은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 무나. 넘칠 떼 방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니, 삐치려는 마음을 겨우 이렇게 다독거렸다.
마흔아홉 살 회장/험담/시아버지 속옷
모든 인간관계 속엔 위선이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돼 있어, 꼭 필요한 윤활유
후남아, 밥 먹어라
연기가 벽의 균열을 통과하면서 묻혀온 흙냄새도, 그 모든 냄새와 어우러진 밤 뜸 드는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아 이 냄새, 이 편안함, 몇 생을 찾아 헤맨 게 바로 이 냄새가 아니었던가 싶은 원초적인 냄새
거저나 마찬가지
나도 모르게 그 말에 길들게 되었다. 그런 게 체념이라는 것일 것이다. 언니의 남편까지 데려오기 시작하면서 내 호칭은 별장지기로 바뀌었다.
촛불 밝힌 식탁
누가 먼저 저승 가면 거기서 너무 기다리게 하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 세상 뜨고 싶다
대범한 밥상
교신(交信), 디카 들고 다니면서 앞산의 아기 궁둥이처럼 몽실몽실 부드러운 신록부터 자지러지게 붉은 단풍까지 닥치는 대로 찍어서 즉시즉시 아이들에게 보내곤 하니까, 이 할미는 잊어도 너희들을 키운 이 고향산천은 잊지 말라고, 주접떨고 싶어서 여길 못 떠나나 봐
친절한 복희씨
착각은 우리의 운명, 고소해 하는/남의 식구들이 들어와 예쁜, 미운 작식이 생기면서 편애의 쾌감은 독하고 날카롭다/용용 죽겠지, 놀려주고 시은 심정, 내 안에서 출구를 찾고 있는 잔인한 충동
구두만 높은 걸 신어도 세상이 달리 보인다. 높은 구두는 그리 위험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걸 그때부터 알아봤다.
그래도 해피 앤드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다만 활짝 웃어주었다. 그가 나에게 축복이 되었듯이 나도 그에게 축복이 되길 바라면서
해설 험한 세상, 그리움으로 돌아가기/김병익
작가의 말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