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 10명 중 8명은 커피를 마신다.
그 중 6명은 매일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그 중 4명이 미국 커피 시장의 대명사인 저렴한
브루어 커피를 소비하는데, 이는 요즘 감소 추세에 있다(미국 커피협회 NCA 발표).
미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현재 4.24kg.
이런 미국 커피 시장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뉴욕이다.
뉴욕의 5개 카운티, 맨해튼과 퀸즈, 브루클린,
브롱스, 스테이튼 아일랜드에는 2천2백여 개의 커피숍이 존재한다
서울에는 약 1만2천 개가 있다.
서울의 면적은 뉴욕의 절반이며 인구는 뉴욕보다 1백만 명 정도 많다.
그 중 던킨도너츠 매장이 515개,
스타벅스 매장이 283개로 뉴욕 커피숍의 36%를 차지한다(2013년 12월 기준).
이외에 다양한 소규모 커피숍과 로스터리 커피숍,
지역 커피 체인점 등이 있으나 그 규모는 미미하다.
16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첫 번째 커피하우스
킹스 암스(King’s Arms)가 문을 연 이래 1994년 스타벅스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까지 뉴요커들에게 커피는 값싼 음료에 불과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호텔에서 60센트면 마실 수 있었기 때문에
1.5달러짜리 스타벅스 커피는 당시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던킨도너츠의 카푸치노가 평균 3달러에 달한다.
2010년 뉴욕에 푸어 오버 바(Pour Over Bar)와
싱글 오리진 커피가 도입되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 붐은 시작되었다.
이제 커피 한 잔에 평균 5달러를 지불하는 뉴요커들이 많아졌다.
뉴욕의 터줏대감인 카페 그럼피는 에티오피아 커피 한 잔을 12달러에,
파나마 에스메랄다를 9달러에 판매해 각종 방송 매체에 전파를 탄 전력이 있다.
‘프리미엄 커피란 무엇인가, 그 가격은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고,
‘스페셜티 커피는 명품 소비처럼 부를 과시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심지어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5분이나 기다려야
하느냐는 시간 소비의 문제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스페셜티 커피와 푸어 오버 바는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았고 뉴욕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이제 5달러는 프리미엄 커피의 가격 기준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일반 아이스커피보다 2~3배 비싼 콜드 브루 커피를,
인텔리젠시아 커피숍에서 7달러짜리 볼리비아 싱글 오리진을,
블루 보틀에서 2컵에 16달러인 사이폰 커피를 마신다.
뉴욕의 커피 러버들은 지금 그들이 마시는
스페셜티 커피를 ‘프리미엄 커피, 부티크 커피’라 부른다.
바리스타들은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맛과 품질의
차이를 이해시키려 애쓰며 사용하는 재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미국 카페에서 푸어 오버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커피숍마다 2~5종의 싱글 오리진 커피를 갖추고
케멕스나 칼리타, 하리오, 사이폰, 에어로프레스 등
다양한 추출 도구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이제 바리스타와 고객 모두에게 친숙하다.
뉴욕의 에스프레소 시장은 혼합 음료가 계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포브스>지는 2013년 9월호에 미국인의 83%가
우유나 소스가 첨가된 커피를 마신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라테와 카푸치노, 마키아토에서 벗어나 각종 시럽과
소스를 섞는 것은 물론, 호주에서 건너온 플랫 화이트(작은 라테라고 생각하면 된다)와
스페인에서 온 코르타도(카푸치노와 마키아토의 중간 개념)의 뉴욕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뉴욕은 알다시피 트렌드에 발 빠르다.
요즘은 작은 카페들마저 다양한 고급 장비들을 세팅하고 있다.
뉴욕 커피 시장이 흥미로운 또 한 가지는
소규모 카페들이 ‘커피 큐레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로스팅을 직접 하지 않고 이름난 커피를 공급 받는데,
카운터컬처와 스텀프타운, 인텔리젠시아가 뉴욕에서 이들을 상대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소규모 커피숍들은 마치 전시관 큐레이터처럼
커피 셀렉션을 매일 혹은 일주일씩 바꿔가며 선보인다.
지금 뉴욕에서는 샌프란시스코와 LA, 포틀랜드 등
미국 각지에서 건너온 커피뿐만 아니라 영국의 스퀘어마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팀 윈들보, 커피 콜렉티브 커피까지도 맛볼 수 있다.
뉴욕 특유의 문화적 다양성이 커피 시장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