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3도라 하지만 체감 온도는 그보다 훨씬 아래였을 오늘 새벽이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하지요? 아침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물을 주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이 물을 먹고 만개할 겁니다..' 주임신부님의 강론 말미의 말씀대로 '나는 어떤 향기와 모습을 지닌 꽃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다시금 영글어 가는 꽃망울이 되어나온 저는, 그새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가고 있는 모습과 성당마당에 우왕좌왕 분주한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눈이 펑펑 내리는 그 사이로 빗자루를 들고서 마당도 쓸고 주차된 자동차 위에 쌓인 소복한 눈도 털어내 주시느라 이리저리 바쁜 천사들의 모습이었던 겁니다. 아직 해가 밝지도 않은 그 추운 새벽에 귀와 코가 빨개지도록, 빗자루를 든 손이 얼어가는 줄도 모른채 미사 마치고 돌아가는 교우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앞 유리창쪽 털어내고 뒤쪽으로 돌아가기가 무섭게 싸이는 눈을 그렇게 그렇게, 열심히들 치우고 계셨던 겁니다. 아, 눈꽃으로 피어나신 '눈꽃천사'들이였던 겁니다.
감사합니다. 집에 돌아가셔서 언 손과 몸을 녹이시느라 고생하셨겠습니다. 코오롱 아파트쪽에 차를 세운 저에게조차 굳이 빗자루를 들고 오셔서 치워주신 키 큰 두 분의 천사님과 이 모든 눈꽃천사님들 덕분에 오늘 하루도 뜨끈뜨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겠습니다.
**미카엘천사를 상징하는 '창'을 들고 계시진 않았지만, 이 천사들을 진두지휘하신 대장천사님, 사제복만 아니셨다면 앞장서서 제일 큰 빗자루를 드셨을 대장천사님께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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