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인 이야기-4』의 부제는「율리우스 카이사르 - 상」이다. 총 15권 중에서 카이사르가 두 권을 차지하고 있으니, 로마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설정된 셈이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며 예수는 바리새인의 덫을 절묘하게 피해버렸다. 가이사가 카이사르인 것까지는 알고 있는데, 그의 영어 명칭이 ‘줄리어스 시저’라고. 아, 여태껏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줄리어스 시저’를 따로따로 기억하고 있었다니……. *** BC 100년, 카이사르는 로마의 뼈대 있는 개화파 가문에서 태어났다. 16살에 실세인 킨나의 딸과 정략결혼을 했고, 18살에 수구파인 술라의 살생부에 올랐으나 이혼 조건으로 명부에서 간신히 삭제된다.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NO’ 하고는 소아시아로 도망쳤다. 대단한 배짱일까, 무모한 도발일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답게 엉뚱하다. 30살에 회계감사관에 선출되지만, ‘명예로운 경력’에 해당하는 요직은 무급이라나! 화려한 생활방식과 막대한 부채로 유명인사의 반열에 올랐으니, 어떤 면에서는 사기꾼 망나니나 다를 바 없다. 다만 그의 독서량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공인 받고 있던 키케로마저도 인정할 정도였다고 하니, 이건 좀 독특하다. *** 아무리 나쁜 사례로 간주되고 있는 일일지라도 애당초 그것이 시작된 동기는 선의였습니다. 하지만 미숙하고 공정심이 모자란 사람이 권력을 잡은 경우에는 좋은 동기도 나쁜 결과를 낳게 됩니다. <145> 카이사르가 원로원에서 한 연설의 일부이다. <미숙하고 공정심이 모자란 사람>이 권력을 잡았을 때 진정성 여하를 막론하고 그 결과가 나쁜 것은 필연적인 것 같다. 미숙하고 공정심이 모자란 사람?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판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일까? *** 41살에야 집정관에 취임한다. 라이벌 폼페이우스에 비하면 출세가 매우 늦은 편이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일까? 그가 직접 쓴『갈리아 전쟁기』의 내용과 문체는 간결함·명석함·세련된 우아함을 지닌 명저라고 한다. 이순신의『난중일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 지금은 상당 부분이 프랑스에 해당하는 갈리아를 정복하는데 걸린 8년간의 기록으로 인해 당시의 유럽 사정을 세세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하니, 기록의 힘이 이렇게 엄청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카이사르보다는 조금 늦은 시기지만, 고대한국에도 고구려의 주몽·백제의 온조·신라의 박혁거세·가야의 김수로가 있었다. 기록이 부실해서일까? 신화로 치부되고 있으니……. *** 전쟁의 승패는 병사 개개인의 자질보다는 지휘관의 자질에 달려 있다는 것이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 카이사르는 전략적 사고뿐만 아니라 전쟁터로 병사들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인간적 매력과 인망도 갖고 있었다. 5만 명이 채 안 되는 병사로 안팎을 포위한 34만 명이나 되는 갈리아 병사를 격파했다. 기원전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병사와 대규모 공병술 그리고 다양한 전술이 활용되었다. 고구려·백제·신라·가야 수립 당시 불과 몇 백 명 정도의 병력과 단순한 전술 정도로 충분했으리라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박살 났다.
*** 세금을 무겁게 매긴 나머지 세무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타당하거나 그 이하의 낮은 세액을 책정하여 납세자들이 큰 부담 없이 세금을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483> 2100년 전 카이사르의 식민지 경영 방식에 찬탄이 절로 나온다. 참여정부는 얼마 전 세무인력을 대폭 증원했다. 세금을 무겁게 매기니 납세자들은 이를 회피할 방도를 찾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무공무원이 더 필요하고. 이 악순환의 고리는 언제쯤이나 끊어질까? *** 성공하는 자를 시기하는 무리들은 어느 시기 어느 곳에서든 있다. 18살에 술라의 명령도 거부한 카이사르의 성품으로 볼 때 원로원의 최종 권고에 굴복하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이를 간과한 폼페이우스 일파를 너무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어리석다고 해야 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 강을 건너면 인간 세계가 비참해지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 (…) 나아가자, 신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우리의 명예를 더럽힌 적이 기다리는 곳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537> 50세 6개월 되던 날 아침, 카이사르는 마침내 루비콘 강을 건넜다. “루비콘을 건넜다” 혹은 “주사위는 던져졌다” - 운명의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나가 비감하게 내뱉는 말이다. 카이사르의 말을 인용했다고 해서 누구나 다 카이사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
(이 책을 읽고 어떤 중요한 느낌이 올까)
1. | 벽은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교류에는 방해가 되기 쉽다. |
2. |
사람들은 보고 싶은 현실만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