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기억시 3 명 분 3편

[박처사]

보고 싶구나, 아가야 -2락년 5반 김도현

박 두 규

보고 싶구나, 내 아기

고단한 하루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마음조차 곤고해지면

언젠가 우연히 낙원 상가에서 들려주었던

아름다운 네 연주가 생각나곤 한다.

그 선율에 실려 오는 네 얼굴

보고 싶구나, 내 아기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에서

친구가 준 낡은 전자 건반을 두드리던 너

이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너

꼭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줄 걸

보고 싶구나, 내 아기

2014년 4월 16일부로 멈춰진 너의 꿈도

수학여행 다녀와서 들려주겠다던

지키지 못한 너의 약속도

이제는 가슴에 묻고 혼자서 견뎌야 하는

험한 골짜기의 어둠이 되었구나.

보고 싶구나, 내 아기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그리운 아기, 보고 싶은 아기

사랑해 사랑한다. 보고 싶구나, 내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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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졸업장은 내가 받을게 -2학년 5반 김성현

박 두 규

형은 꼭 한 달 만에 바다에서 올라왔어요.

엄마가 매일같이 바다에 나가 목 놓아 부르니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지금도 아빠는 아무도 몰래 혼자 울고

나도 집에 돌아오면 눈길이 닿는 데마다

마음이 가는 곳마다 형이 보여.

엄마는 형과 주고받은 마지막 문자

‘출발했니?’에 ‘네’ 라는 짧은 한마디

그 한 글자의 여운에 지금도 목메어 웁니다.

우리는 아직도 형을 보내지 못했어요.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나는 한동안 형의 방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죽은 형이 있을 것만 같아 무서웠지요.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또 커지니

무서움도 사라지고 말더군요.

어느 날 형의 방에 들어가

형의 베개를 안고 누워 잠이 들었는데

형이 오더니 나를 꼭 안고 말했어요.

‘엄마한데 잘 하고 미안하다고 말해줘’

형은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아냐, 형. 미안한 건 나야.

그리고 진짜 미안해야하는 건 어른들이지.

형, 나는 형 대신 단원고 졸업장을 받고 싶어서

올해 단원고에 입학했어.

2-5반 형의 교실엔 3-5반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고

형이 떠난 자리엔 꽃과 편지만 가득해.

하지만 형, 걱정하지 말고 미안해하지도 말아.

그 형의 빈자리에 내가 앉을게.

형이 받지 못한 단원고 졸업장도

내가 받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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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2학년 5반 김한별

박 두 규

한별아, 널 생각하면 미안한 것뿐이구나.

나는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엄마들이 한다는

태교 음악이나 영어 듣기, 동화도 읽어주지 못했어.

종일토록 장사하고 밤늦게 돌아와

겨우 찬 밥 한 덩이를 먹곤 했으니

너 역시 얼마나 배가 고팠겠니.

엄마는 늘 너의 곁에 없었지.

핏덩이 시절부터 할머니께 맡기고 장사하러 나갔어.

그래도 너는 떼쓰거나 울지 않았지.

너를 품어줄 시간조차 없었으니

엄마의 따뜻한 품이 무엇인지 아예 몰랐을 거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한별아.

네가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도

엄마는 바빠서 못가니 네가 형에게 양보해라.

그 말만 하고 바로 끊었지.

아, 이제는 잘 해주고 싶어도 없으니 어떡하니.

너의 일기에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딱 한 줄이었다.

‘엄마는 항상 바쁘다.’

엄마는 있어도 없는 엄마였지.

신발도 교복도 학용품도 따뜻한 밥 한 끼도

너에게 마음 쓰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아, 이제는 해주고 싶어도 무엇 하나 해줄 수 없어

후회와 회한만 가득한 엄마가 되어 사는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한별아, 미안하다.

가슴이 터지도록 이 말만 되뇌는구나.

하지만 엄마는 널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넌 지금 어디에선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맛있는 거 먹으며 친구들과 웃고 있을 거야.

예전처럼 엄마는 지금도 장사를 나가고

너도 엄마 없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아, 그래. 늘 그래왔으니까.

한별아, 우리 이렇게 살아왔잖아?

엄마가 바쁘지 않은 어느 날이면

혼자 잘 살고 있는 널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거잖아?

아, 한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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