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와 다산의 호학(好學) |
세상에 좋은 말로는 호고(好古)나 호학같은 말 이상은 없습니다. 옛것을 좋아 한다, 거기에는 많은 의미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옛날의 요순(堯舜)같은 성인 임금을 좋아한다는 뜻도 있고, 사서육경 등 옛날의 고경(古經)을 좋아한다는, 고전을 좋아한다는, 고미술, 옛날의 고려자기나 골동품 등, 온갖 값이 높은 옛것을 좋아한다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호학 또한 그에 못지않은 여러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학문을 좋아한다, 배우기를 좋아한다, 연구하고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등 여러 뜻을 두루 안고 있습니다. 공자(孔子)는 『논어』의 곳곳에서 ‘호학’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배불리 먹기만을 원하지 않고, 편안한 거처만을 원하지 않으며, 일에는 민첩하고 말은 신중하게 하며, 도가 높은 분에게 나아가 바로잡는 사람이라면 ‘호학’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학이편)”라고 말하며, 호학의 뜻이 어떤 것인가를 설명합니다. 그러고는 세상 어디에도 자기보다 더 충신(忠信)스러운 사람이야 많겠지만, 자신보다 더 ‘호학’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단정하여, 자신이야말로 가장 호학하는 사람이라고 확신에 찬 이야기를 했습니다.(不如丘之好學:공야장편) 다산도 자신의 일대기인 「자찬묘지명」에서 “어려서는 영특하였고 커서는 ‘호학’했노라”(長而好學)고 일생동안 ‘호학’하다가 삶을 마친 것으로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공자의 ‘호학’에 대한 자신의 설명을 첨가했습니다. “먹는 일과 거처하는 일은 모두 소체(小體)를 기르는 일이다. 이를 먼저 말함은 음식이나 거처에 앞서 자신의 사욕을 이기는 극기(克己)가 우선임을 말함이다”라고 말하여 자신을 닦고 수양하는 극기력을 통해 먹고 자는 문제는 뒤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다산의 해석은 이어집니다. 세상 어디에나 충신스러운 사람은 있으나 ‘호학’하는 사람이야 많지 않다고 했을 때의 “충신(忠信)은 타고난 바탕(質)이요, ‘호학’은 사람을 꾸미고 단장하는 일인 문(文)이다. 타고난 바탕만으로는 좋은 마음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군자(君子)는 될 수 없다”(忠信質也 好學文也 言徒質不能爲君子)라고 말하여 책을 읽고 학문을 연구해야만 능력 있는 군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논어고금주』라는 다산의 경학연구서에는 실학자다운 경서해석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공자의 호학이 없었다면 유교의 경전이 있었으며, 다산의 호학이 없었다면 오늘의 ‘다산학’이 존재나 했겠습니까. 호고와 호학이 문화와 문명을 창달시키고 인간의 삶에 진리와 가치를 밝혀주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호고도 좋지만 호학 또한 너무나 좋은 말이 아닌가요. 호고, 호학, 역시 좋기만 합니다.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