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의 그리움
최명식
첫눈이 내린다.
지난 겨울 하교길에
첫눈에 반한, 한길 건너 사는 여고생
혼자 짝사랑 하며 그 집 앞을 지나며
맴돌이하기 어언 일 년
다시 겨울이 되어 첫눈 내리는
어스름히 어두운 밤
집안에는 환한 불이 밝혀져 있으나
눈송이들이 창을 열어달라는 애원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고요했다
겨울 날씨로는 푸근하고
마음이 긴장되어 추위를 잊은 채
그녀의 창을 두드리지도 못하고
새벽이 올 때까지 밤새 서성거렸다.
열리지 않는 창에 내리는 첫눈처럼
사랑하는 마음은 소복이 쌓이고
새벽바람은 쌀쌀하게 내 발길을 돌리라고
윙윙 소리를 내며 야단법석이다
아침 동이 트며 날이 밝아지자
창가에 말없이 쌓였던 첫눈이
내 뺨에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시인은 첫눈 올 때마다
아련한 1960년의
아날로그 짝사랑의 그리운 추억을
첫눈처럼 녹이곤 한다.
2, 통나무 외딴 빈집
최명식
병풍산 아래 작은 계곡
나지막한 방 한 칸, 통나무집
흐르는 물 먹고 홀로 사는 사람
얼마나 적적하고 외로웠으면
마음은 두고 몸만 도시로 나갔나!
갔다면, 채 일 년도 안 되었을 거야
방문턱까지 가지런히 덮은 풀꽃
수수하게 그냥 웃는 걸 보면
떠났어도 날마다 물소리로
마음 헹군 탓일 거야
새소리, 풀벌레 잦아드는 소리
여전히 듣고 있을 거야
벌, 나비 날아드는 바람 향기
못 잊어 돌아올 거야
군불에 든든한 배 지지고, 등 비비던
온돌이 그리워 허전한 느낌일랑
사람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은 외딴 빈집
마음 둔 곳에 몸도 있어야 하기에
새사람 얼른 만나 통나무집 굴뚝에
모락모락 저녁연기 올릴 거야.
※ 최명식 :2012계간 ‘농민문학’ 등단, 시집 『사는 날까지 노래하리』
2019 농민문학 작가상, 농민문학회 이사,
농민문학회 전국동화구연 아버지회원,
강원기독문인회, 문채동인 회원